TED 콘퍼런스는 아이디어 배틀의 현장이자, 지식의 이종격투기 무대이다.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대거 출동한 이번 행사에서도 비즈니스 모델, 신기술을 둘러싼 아이디어들이 속출하며 관심을 끌었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TED2011 행사에서 주목을 끈 스타 연설자 4인방의 메시지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자동차산업 미래 제시한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

“도로정보 주고받는 똑똑한 자동차시대 온다”

(사진 AP=연합)

2050년 가을 미국 뉴욕의 파크 애비뉴. 세계 금융 중심지 뉴욕은 미국의 다른 주는 물론 아프리카, 아시아 신흥시장이 주민들이 하나로 섞여드는 거대한 저수지이다.

범죄의 증가, 도시의 슬럼화를 비롯한 부작용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교통 문제가 가장 시급한 당면 현안으로 부상한다. 자동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도로의 신설, 유지 보수는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올해 테드(TED) 행사에 연설자로 참석한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이 내다보는 미래사회의 한 풍경이다. “환경 친화적인 차량이 40억대가 등장한다고 해도, 여전히 자동차 대수가 40억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빌 포드 회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가 40년 뒤 직면할 도전과 응전을 화제에 올린다. 바로 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 이로 인한 도로의 정체다.

현재 전 세계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8억대 가량. 미국인들은 지금도 일 년에 일주일가량을 도로에서 보내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통근족들도 하루 평균 다섯 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통 체증은 다가올 미래의 교통 대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빌 포드 회장이 내다보는 미래상은 잿빛에 가깝다. 오는 2050년경, 자동차는 50억대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인도, 중국,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 시장의 소비자들이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의 소득 소준이 높아지면서 속속 오너드라이버 열풍에 속속 가세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

자동차 회사들로서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그가 내세우는 솔루션은 이른바 ‘스마트 트리오’ ‘똑똑한 도로’ ‘똑똑한 주차장’, 그리고 똑똑한 공공운송 시스템(public transit) 이 문제 해결의 삼두마차다.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서 교통의 흐름을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율하는 ‘통합 시스템’의 구성 요소이다.

빌 포드 회장은 아부다비의 마스다(Masdar City)시의 사례를 제시한다. 마스다시는 지하로도 다닐 수 있는 무인 전기 자동차 시스템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킨 미래형 도시이다. 주차는 물론 버스, 택시, 열차를 비롯한 도심지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한 홍콩의 ‘옥토퍼스(octopus)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빌 포드 회장은 포드자동차가 ‘똑똑한 자동차 시스템(smart vehicle system)’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교통 흐름, 주차를 비롯한 교통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비좁은 도로 문제 등을 정면 돌파할 시스템을 이미 시험 중”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개혁 단서 찾은 전직 헤지펀드 종사자 살만 칸

“지식융합 15분 동영상 美 공교육 바꾼다”

(사진출처=ning photography)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America is in decline)’. 이번 주 시사주간지 <타임>의 도발적인 제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초 늘 손에 들고 다녔다는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의 저자 ‘자카리아’가 기고한 이 글은 미국인들의 위기의식을 엿보는 ‘창’이다. 미국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지식인들의 위기감은 깊다.

이러한 위기감의 뿌리에는 공교육 시스템이 있다. 대학 교육의 질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춧돌인 민주시민을 양성할 공교육 시스템이 부실한 불균형이 위기의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

올해 테드(TED) 행사의 스타 강연자로 주목을 받은 살만 칸(Salman Khan)은 미국 온라인 교육업계의 ‘손현주’다. 자신의 이름을 딴 교육 재단을 만든 그가 자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리는 15분짜리 수학 교육용 동영상은 미국 공교육을 괴롭혀온 난제들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살던 사촌 여동생이 하버드경영대학원을 나온 사촌오빠에게 수학 강습을 부탁한 것이 천재일우였다. 루이지애나를 정기적으로 왕복할 시간이 없던 그가 찾은 대안이 바로 동영상 강의. 강의 내용을 15분 분량으로 녹화해 인터넷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사촌 여동생을 위해 만든 이 동영상이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전 세계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 그의 동영상 강좌는 15분 분량으로 지루하지 않은데다, 재미와 깊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이다.

그는 수학을 강의하면서 프랑스 혁명사의 지식들을 자연스레 덧붙인다. 그가 올려놓은 이들 강좌에는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의 경험도 묻어난다.
지금까지 유튜브에 업로드한 동영상은 2000여 개. 이 동영상 콘텐트는 매번 20만 클릭 이상의 클릭 수를 자랑한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에서 활동하다 전직한 살만 칸의 수학 강좌는 미국의 공교육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미국 초중등학교 교사들 중에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의 강좌를 보충교재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살만 칸은 미국 공교육 부활의 가능성을 활짝 연 인물이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 그의 독창적 콘텐트 양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평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살만 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사진출처=Social Media presented by New Media Synergy photos by Stephen Brashear)



매쉬 비즈니스 모델 전도사 리사 갠스키

“공유 플랫폼 매쉬컴퍼니 렌털혁명 가져올 것”

(사진 AP=연합)

김무성(45·남자·가명)씨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고민에 빠져든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가족들과 성탄을 보낼 소품인 트리를 주문하지만, 솔직히 돈이 아깝다는 기분을 떨치기 힘들다. 이 트리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일 년 중 며칠이 안 되기 때문.

미국 크리스마스 트리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마음을 간파했다. 그들은 더 이상 성탄 트리를 판매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리를 빌려주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집카(Zipcar)도 자동차 렌털 비즈니스 모델을 살짝 비틀며 성공한 업체다.

자동차를 빌려 타는 것을 마치 음료수 자판기에서 음료를 선택해 마시는 행위처럼 손쉽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 구형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기술을 보탰다. 뉴요커들은 컴퓨터로 자신과 가까운 지역에 있는 주차장에서 마음에 드는 승용차를 선택한다.

인근 뉴저지로 출장을 가거나, 아니면 애인과 데이트를 하며 이 승용차를 사용한 사용자는 다시 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자동차 렌털의 진화다. 리사 갠스키(Lisa Gansky)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뜻하는 ‘매쉬’ 전도사다.

집카(Zipcar)는 매쉬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또 다른 사례다. 이 회사는 자동차 렌털 비즈니스 모델을 살짝 비틀었다. 자동차를 빌려 타는 것을 마치 음료수 자판기에서 음료를 선택해 마시는 행위처럼 손쉽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 강력한 브랜드, 커뮤니티, 편리함은 성공의 삼박자다.

비즈니스의 미래는 공유하는 것(sharing)이라는 게 그녀의 지론. 이러한 공유의 플랫폼(share platform)을 장착한 매쉬 회사들이 산업의 각 영역을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장착한 신생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녀는 신생기업인 ‘킥스타터(Kickstarter)’의 사례를 든다. 이 회사는 예술가들을 소액 기부자들과 연결해준다. 이 회사의 강점은 예술가들과, 소액기부자들을 두루 알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킥스타터, 예술가, 소액기부자들이 만나는 거대한 소통의 장이다.

그녀는 매쉬 모델을 선택한 기업들의 장점으로 소비자들과 꾸준히 교유할 수 있는 점을 꼽는다. 자전거 판매상들은 변화하는 비즈니스 문법을 알려주는 대표적 실례다. 이들은 상품을 판매한 뒤에는 같은 소비자를 다시 만날 일이 드물다. 하지만 자전거 대여 사업자들은 같은 고객을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다. 소비자와 교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유회, 등산 등 고객의 사정에 따라 다른 제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매쉬형 기업들의 등장이 몰고 온 파장은 전방위적이다. 굴뚝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 리사 갠스키의 분석이다.

사회공헌의 代母 인디라 누이 펩시콜라 회장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선순환형 나눔의 표본”

(사진=연합)

미국 아이비리그에서는 박봉의 사회적 기업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급여 수준이야 대기업에 턱도 없이 못 미치지만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도 매력적이기 때문.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채용하거나, 안경회사를 창업해 수익금 일부를 제3세계에 기부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번 테드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인디라 누이(Indra Nooyi) 펩시콜라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화제에 올렸다. 이 회사가 추진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이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 예술·문화·교육·식품·건강을 비롯해 분야별 사회 문제를 푸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아 세상을 바꿔나가자는 프로젝트다.

지원 규모는 2000만 달러. 가장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제출한 팀을 선발해 시상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직원들이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사회적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지원하는 대기업들은 드문 편이다. 인디라 누이 회장은 선순환형 사회공헌을 강조한다.

인디라 누이 회장은 내로라하는 스타 경영자로 꼽힌다. 이베이의 맥 휘트먼과, 휴렛 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의 퇴진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 경영인으로 선정된 그녀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여성 순위에서도 여섯 번째에 올랐다.

인디라 누이는 탄산음료 업계에 부는 웰빙 트렌드 바람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건강 음료로 넓힌 상품 다각화의 일등공신이다. 경쟁사인 코카콜라사의 실수에서 배우며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사회공헌 활동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녀는 코카콜라와 피를 말리는 접전을 펼치면서 이 회사의 장점은 물론, 실수에서도 배웠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그녀는 탄산음료 업계에 거세게 부는 웰빙 바람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건강 음료로 넓힌 일등공신이다.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녀는 최근 여성 전용의 온라인 사이트 오픈도 준비 중이다.

환경이나 지속가능, 건강, 재능 등을 주제로 한 동영상 콘텐트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여성 고객들이 주요 타깃이다.

그녀는 테드 컨퍼런스에서 연사들 중 기업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도 못 미친다며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인데, 홀대를 받고 있다는 불만의 표시로도 읽힌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