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그리스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1일 그리스와 채권단간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될 경우, 채권단에 대한 부채 상환이 어려워 그리스의 디폴트 발생이 우려된다.

이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및 유럽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높고, 부진한 한국의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경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 발생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그리스 사태의 한국경제 파급영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및 다변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리스 사태는 구제금융 협상 결렬로 인한 디폴트와 그렉시트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스는 오는 12일 만기가 도래하는 7억 7000만유로의 부채 등 5~6월동안 총 20억유로 이상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하지 않으면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스의 주요 채권단인 트로이카(IMF, ECB, EU)는 그리스의 긴축이행이 포함된 경제구조 개혁안에 대한 검토 후 구제금융 마지막 분할금(72억유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반트로이카 정책 공약(긴축이행 철회)을 통해 지난 1월 총선에서 승리한 치프라스 총리는 트로이카의 구조개혁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그리스와 채권단간의 입장 차이가 크고 그리스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7월 이전에 디폴트가 현실화 될 수 있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돼 그렉시트까지 이어질 경우 유럽 경제의 재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모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파급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그렉시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그리스의 불안정한 상황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초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실제보다 축소 발표하며 촉발됐고 이후 이태리와 스페인 등 남유럽은 물론 금융기관과의 연계가 있는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로 위기가 전염된바 있다”며 “한국 등 전세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였던 경제가 그리스발 재정위기로 둔화됐으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6.5%→ 3.7%→ 2.3%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그 여파는 유럽을 넘어 국내 경제의 침체도 불가피하다.

2014년 현재 EU 역내 수출 2조 8750억유로 중 0.4%를 차지하는 EU의 대(對)그리스 수출(117억유로)도 그리스 디폴트 발생 시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유럽경제의 부진 및 원/유로 환율 약화 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총 교역액(2014년 수출 5727억달러, 수입 5255억달러) 중 그리스와의 교역액(2014년 기준 수출 10억달러, 수입 4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하지만, 한국의 총 교역액 중 EU와 러시아, 동유럽이 포함된 유럽 전역과의 교역액(2014년 수출 713억달러, 852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중반에 달한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반면,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고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더라도 국제금융 시장의 충격은 과거 재정위기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계 은행의 대그리스 익스포저는 과거 위기 당시보다 축소돼 향후 그리스 사태가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유럽 은행들의 대그리스 익스포저는 2011년 유럽재정위기 당시의 1208억 1000만달러에서 2014년 4분기 현재 329억 5000만달러로 감소했다. 또, 유럽재정위기 진원지였던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대그리스 익스포저는 동기간 150억 2000만달러에서 19억 7000만달러로 줄었다.

그리스의 디폴트 발생 및 그렉시트 우려 확산 시 미약한 회복세의 유럽 실물경제는 타격 받을 우려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씩 총 1조 14억유로의 자산매입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소매판매는 2014년 4분기부터 전기대비 1%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산업생산 역시 반등하며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MF에 따르면 EU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 1.4%에서 2015년에는 1.8%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미약한 회복세도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 탈퇴까지 이어질 경우 재침체, 유로존 신뢰 타격, 남유럽의 정치적 혼란 가중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과거 그리스의 채무위기로 촉발된 유럽재정위기 당시 EU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1.8%에서 2012년 -0.4%로 2.2%p 하락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불행 중 다행으로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고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더라도 한국 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과거 재정위기 당시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계 은행의 대한국 익스포저가 과거 유럽재정위기 당시보다 적어 은행권 자금의 급유출 가능성이 적다. 실제로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거론됐던 올 1분기 외국인 자금은 국내 주식 순매수(23.4억달러) 및 채권에 대한 순투자(21.6억달러)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디폴트 발생,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될 경우 유럽경기 둔화세가 커지고 원/유로 환율 하락세가 확대되면 대EU 수출이 더 부진해질 우려가 있다.

유로화는 과거 재정위기 당시에는 강세였지만, 최근에는 ECB의 양적완화로 약세를 보여 원/유로 환율은 하락세다.여기에 그리스 사태가 디폴트 및 그렉시트 우려 확산까지 이어질 경우, 유럽경기 둔화 및 유로화약세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한국의 대EU 수출 증감률은 전년대비 1.4%p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EU의 성장률을 전년대비 0.1%p의 추가 하락한다는 가정하에 분석한 시나리오다.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될 경우에는 한국의 대EU 수출 증감률이 전년대비 7.3%p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경제 침체가 유럽으로 확산될 것을 고려해 EU의 2015년 성장률이 전년대비 0.8%p의 추가 하락, 원/유로 환율이 4%p의 추가 하락할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두 시나리오 모두 우리나라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그리스발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최소화하고 원/유로 환율 하락 지속에 따르는 수출 부진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단기적으로 무역협정을 활용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존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경기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고기술‧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R&D 투자를 유지‧확대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여 비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는 환율 변동에 취약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환변동 보험, 수출 금융 등 금융 지원책을 제공하는 등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