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앨라배마 운전석 모듈라인.


“주차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 하는 것이다.” “비서는 차가 될 수 없지만 차는 비서가 될 수 있다.” 둘의 공통점은 모비스적인 생각이다. 똑같은 기술일지라도 현대모비스적인 생각만 있으면 놀라운 미래기술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적인 생각이란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혁신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상력이랄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을 하는 특이한 경영전략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현대모비스 창원 공장 : “휴∼. 왜 그러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분명 무슨 수가 있을 텐데….”기어박스 라인에 근무하던 곽노성 조장은 고민에 빠졌다. 기어박스 라인에서 부품체결 작업 도중 나사산(나사의 골과 골 사이의 높은 부분)에 의해 부품이 눌러 붙는 현상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불량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간혹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나사가 잘못되서 발생할 수 있으려니 했다. 나사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 작업에 나섰다. 그런데 웬걸. 생산 부품이 눌러 붙는 현상이 자주는 아니었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나사가 아니다. 이건 장비의 문제다.” 문득 이런 생각이 그의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이후 나사산으로 제품이 눌러 붙는 빈도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특히 기어라인의 생산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

그가 무릅을 무릎을 치며 “이거야”라고 외쳤다. 그는 설비라인이 틀어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즉시 윗선에 문제를 보고했다. 설비라인의 틀림은 워낙 미세했다. 뚜렷한 원인이 아닐 수도 있는 노릇. 경영진 입장에선 재정렬을 위해 라인을 중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우려해야 했다. 바로 이때. 최고경영진의 입에서 설비라인의 해체와 재정렬 지시가 떨어졌다.

“직원이 회사에 제안을 할 경우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회사가 직원을 위해 뭔가 해주기 위해선 직원의 제안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모비스적인 생각에서였다. 곽 조장의 제안에 설비라인은 해체됐고, 축을 재정렬했다. 이 과정에서 곽 조장이 의견을 대폭 반영해 작업이 진행됐다. 결과는 대성공.

설비라인 재정렬 이후 불량률은 ‘0’에 근접했다. 불량품 폐기 비용으로 사용됐던 2억 원의 절감 효과도 거뒀다. 게다가 재작업시간 단축으로 인해 가동률이 2.4%가량 향상됐다.

#현대모비스 우수직원제안관리팀 : 직원이 제안한 내용은 데이터베이스에 모두 저장된다. 현장에 즉각 반영할 수 있건 없건 상관없다. 성공적인 사례와 시행착오 사례도 함께다. 모든 내용은 직원들에 의해 일일이 검토되고 정기적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주목해야 할 점은 논의 대상이 직원 제안 중 현업에 채택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면이 높을 수록 좋은 논의 안건이 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겠다는 모비스적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패 사례는 성공의 바탕이 되고, 회사가 직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회사를 만들어 간다는 식이다. 정석수 부회장은 “(현장 직원의)창의적인 사고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제안은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첨단제동장치인 MEB 제품검사.


현대모비스만의 독특한 경영전략은 성과로 나타났다. 2008년 우수직원제안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945억 원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뒀다. 2010년 한해 거둔 효과는 전년 대비 두 배나 늘어난 546억 원을 기록했다. 우수직원제안이 활성화되면서 신장세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장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던 아이디어는 원가 절감에서 공정 개선을 이뤄내는데 한몫 했고,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진데 따른 결과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현대모비스가) 임직원제안 시스템이 가장 활성화 된 곳”이라고 말했다. 수치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3년 간 국내외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는 총 56만8872건. 이중 업무에 바로 채택된 아이디어는 30%에 달한다. 직원 1인당 평균 38.8건을 제안했고, 11.6건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떨쳐내

한국제안활동협회가 국내 주요 29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인당 제안건수’가 6.9건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모비스적인 생각과 실천. 쉬워 보이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직원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모비스도 처음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직원의 제안 수가 적었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잘못된 부분, 불필요한 업무 등의 얘기를 꺼냈다가 회사의 눈밖에 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컸다.

최고경영진은 당근책을 통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직원의 어떤 아이디어든 모두 수용했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채택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선 상시적인 연구 시스템을 만들어 현실화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직원 제안 내용 중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연구개발, 생산혁신, 물류 등 경영 전방에 적극 활용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난 뒤, 사내에 임직원의 제안 활동이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지속적인 성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의 임직원제안 활동이 업계 최고 수준에 오른 이유다.


기술 경쟁력 강화 아낌 없는 투자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인 동시에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부품업체다. 현대기아차를 세계 탑5 자동차기업으로 발돋움 시키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모비스 없이는 현대·기아차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한다. 부품의 품질이 완성차 품질을 좌우하는 한다고 믿는 그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래서일까. 현대모비스 직원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자동차 핵심인 부품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 현대기아차를 세계 최고 자동차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기업 경쟁력의 시작은 혁신이다. 현대모비스는 회사 전반에 뿌리내린 혁신DNA와 미래기술 개발 능력을 접목시켜, 2020년에는 글로벌 톱5 업체로 성장하는 등 향후 글로벌 자동차부품 산업을 주도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해 13조6957억 원(국내)의 매출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바탕으로 공격경영을 펼칠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부품을 선정, 1등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5월까지 시장·제품 특성을 고려해 아이템을 선정한 후 연구인력 및 설비를 대폭 확충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도 임직원제안은 적극 반영된다.

특히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36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방침이다. 기계공학·산업공학과 위주의 연구개발에서 SW·전자공학·IT공학·메카트로닉스로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차량과 모바일·IT 기술 접목이 확대되며 허물어지고 있는 전장부분의 경쟁력 강화 차원의 변화다.

전장부품 기술 차별화 본격화

자동차 전문가들은 차량 한 대 당 전장품의 원가 비중이 현재 20% 선에서 2015년 40% 이상으로 확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선 독자시스템 개발과 IT 연계 제품 대응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전장 부품부문에서만 지능형 시스템·친환경 기술·IT컨버전스 부품을 3대축으로 작년 사업계획보다 20% 증가된 2조5천억 원의 매출 계획을 수립했다.

보쉬, 덴소, 컨티넨탈 등 기존 글로벌 강자들의 신흥시장 확대 및 핵심 성장부문 집중 투자 확대로 힘겨운 경쟁이 예상되지만 기술 차별화가 부각된다면 가능하다는 게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품질의 출발점은 협력업체라는 판단 아래 협력사 육성 및 동반성장 체제 강화를 위한 ‘업체협력실’을 신설,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정석수 부회장은 “기술 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 완성차 대상 부품 수주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