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막강한 네트워크를 아시아 시장에 연결하겠다는 포부로 만든 벤처투자회사가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12년 설립된 지 2년여만에 제리 양 야후 창업자와 피터 티엘 페이팔 창업자 및 미국, 중국, 싱가포르 기관투자가, 글로벌 헤지펀드 등의 참여를 이끌어 30여개 기업에 2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최근 아시아 기업에 열띤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벤처를 키우고 싶다는 구본웅 대표(36)의 포메이션8이다.

 

구본웅 대표에게는 언제나 재벌 3세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다닌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이기 때문이다. 서울 상문고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재벌가 자손들은 보통 학업을 마치고 가족 그룹에 입사하곤 하지만 학창 시절 6번이나 벤처 창업을 시도했던 이력 때문인지 구 대표는 끝내 창업의 길을 택했다. 다만 IT 벤처회사를 직접 차리려다 최고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벤처투자계에 눈을 돌렸다.

구본웅 대표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기디언 유, GE의 벤처그룹을 만든 짐 킴,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조 론스데일 등 5명을 영입해 그들의 영향력을 적극 이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꾸려왔다. 여기에 구 대표의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가 더해져 시너지가 생겼다. 벤처 운영 경험을 살려 조언하고, 사업 방향을 의논하는 공동창업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그의 열정이자, 재미이자, 목표다.

구 대표의 비전은 명확하다.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꿀 기업가와 문제 해결 기술을 가진 기업을 찾는다. 작년 소위 ‘대박’을 터뜨린 오큘러스VR도 ‘제2의 애플’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가진 플랫폼이라고 판단해 투자했다. 회사 운영을 위해 예상보다 빨리 엑시트(exit)를 단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오큘러스는 같은 해 페이스북에 23억달러(2조4674억원)에 인수돼 포메이션8에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안겼다. 구 대표 입장에서는 더 많은 투자유치의 여력을 마련한 셈이 됐다.

한편 그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 한국 및 아시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의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11월 한국의 옐로 모바일에 1억500만달러를, 지난 3월 화장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미미박스에 2950만달러를 투자한 행보가 눈에 띈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과 대기업으로는 ‘혁신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없고, 오직 신사업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미래의 대형 산업은 근본적으로 모두 테크놀로지와 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기술력’ 있는 벤처를 찾는다. 포메이션8이 투자하는 회사 중 어떤 곳이 ‘혁신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