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분야 중복… 태양광·나노 등 기술 우위 우리기업엔 기회

중국의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 올라온 녹묘 그림. 흑묘백묘보다 덩치가 훨씨 크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각종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14일 폐막했다. 12차5개년규획(이하 12.5규획) 기간 동안 연평균 GDP 성장률 7%, 2011년 소비자물가지수 4%, 도농 간 격차 해소, 도시화율 확대, 7개 신성장 핵심분야 집중 육성 등 각종 의제를 마무리했다.

10일간 계속된 전인대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7개 신성장산업의 집중 지원이다. 미래의 먹거리라고 불리는 7개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차세대 정보기술(IT),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바이오, 첨단장비 제조분야다.

2020년 중국의 7대 신성장산업은 GDP 규모의 15%를 담당한다. 작년 중국의 GDP 5조8800억 달러 기준으로 연평균 7% 성장을 감안하면 2020년 중국의 GDP는 한화로 약 1경2200조 원. 신성장 분야에서 15%를 차지하면 1830조 원이다. 한국의 2010년 GDP 총액인 1100조 원보다 큰 수치다.

한 마디로 녹색성장이다. 그 동안 중국 개혁 개방의 논리로 자주 등장했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30여 년 만에 살짝 옆으로 밀어놓은 녹묘론(綠猫論)이 등장한 배경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여겼지만, 올해부턴 녹색 고양이까지 합세해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중국 정부가 가장 공들이는 분야다. 태양광-풍력-원자력 등이 해당된다. 작년에 발표된 ‘신에너지산업 발전계획’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5조 위안(한화 85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5년 후엔 총 에너지 소비에서 신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11%를 넘어선다.

중국은 이미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43.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태양광 장비 최대 공급국도 중국이며, 세계 10대 생산업체 중 4개가 중국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7%에 이른다.

풍력설비 투자도 세계 1위이며, 세계 3대 풍력시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태양광과 풍력분야의 집중투자 덕분에 그 동안 황사와 황무지로 골칫덩어리였던 사막과 고원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보급 목표는 500만대, 투자 규모 17조 원이다. 시장 규모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 최근엔 전기자동차 구입 시 중앙-지방정부에서 보조금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로 일반인 보급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차세대 전기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그 동안 중국은 가솔린 자동차산업 분야의 육성을 위해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과 수많은 제휴를 했다. 자동차 기술력을 좇아가기 위해 자국 시장을 내주는 위험도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합작과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아직 핵심 기술은 미약하다.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자동차 대국에서 강국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신에너지 자동차 발전과 낙후기업 퇴출 및 인수합병을 통한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올 상반기 중 구체계획을 발표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10년 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바이오
2009년 한국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 중국에선 의외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확한 통계에 대한 불신으로 백안시하기엔 중국의 바이오 기술이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세계 최초로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해 한 발 앞서 예방시스템을 갖췄으며, 중국의 신종플루 백신을 한국에서 수입했을 정도다.

12.5규획 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소득 분배, 의료, 교육 분야의 개혁에 따라 바이오 의약과 소비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강제 면역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어 면역백신 시장의 급성장,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미용, 줄기세포 연구,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품종 개발 등도 녹색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중국은 에너지 사용에 따른 효율성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12.5규획 기간 동안 ‘에너지 소비율 20% 감소’ 목표를 내세웠다. 대도시 주요 건물의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작업도 에너지 효율 극대화 전략 중 하나다.

또한 중국의 전 지역은 급속한 제조업의 성장이 불러온 환경 파괴가 심각하다. 중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중소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공장에서 내뿜는 유독가스로 인한 공기오염, 화학물질로 인한 토지의 오염 등이 골칫거리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12.5규획 기간 동안 중금속 오염방지를 위해 750억 위안을 투자할 예정이다. 중금속 오염방지를 위한 종합정책안이 마련되었으며, 전국 14개 성에 대해 오염방지 중점지역으로 설정했다.

차세대 정보기술(IT)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개회식에서 “IT와 공업 간 융합을 심화하고 전략적 신흥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중국 특색의 새 공업화’의 길을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중국식 차세대 정보기술 융합의 대표적인 추진 분야가 바로 3망 융합(전신, 컴퓨터, TV네트워크)이다. 3망 융합은 방송, 통신, 인터넷 부문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방송과 통신 간 쌍방향 서비스 시범지역을 운용하면서 2013년 이후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첨단장비 제조
첨단장비는 IT, 반도체 장비 등이 아니다. 중국이 세계적으로 강한 기술력을 인정받는 우주항공과 최근 중국 전역에 깔고 있는 고속철도사업, 해양자원 개발장비 등을 말한다. 우주항공산업은 응용위성과 유인우주선, 달 탐사 분야이며, 중국산 고속철도는 이미 시속 580km를 넘었다. 베이징에서 중국 전역에 8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춘절에 서부지역 고향이 가기 위해 일주일씩 기차를 타는 시대는 이젠 옛말이다.

신소재
작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중국이 들고 나온 무기는 희토류라는 희소금속이었다. 전기자동차, 휴대폰, 가전제품 등 첨단제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희토류의 수출 제한은 주요 수입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신소재의 힘이다. 신소재 강국이 첨단산업을 이끈다는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신소재 개발을 위해 강철, 비철금속, 석유화학 등 기초 원재료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광전자와 초전도, 반도체 조명, 신형 디스플레이 등 신소재 분야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우리가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원자력-태양광 소재-나노 분야 등은 중국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하며, 우리가 약한 태양광 발전부문이나 항공우주-전기자동차-희소금속 등 신소재 분야 등은 제휴를 통한 협력전선이 유리하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지원금 규모나 관련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우리가 강한 분야를 집중 육성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예를 들면 반도체와 태양광 소재의 연결, 스마트 그리드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 복합 솔루션 제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KBC 부장은 ‘중국 경제 2011년 보고서’에서 “7대 신흥전략산업은 중국의 신성장 동력인 동시에 우리 기업의 진출 유망 분야”라고 설명했다.

강준완 편집위원 napoli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