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어떤 기업으로 정의해야 할까? 일단 세계 최고의 SNS업체라는 답변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상현실에 보편적 인터넷 보급사업은 물론 메신저와 플랫폼, 콘텐츠 사업까지 아우르는 페이스북을 단 하나의 프레임으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곤란하다. 구글을 단순히 검색업체라고 말하기 어려운 현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행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그 정체성을 파악한다면 이런 대답이 가능하지 않을까? 바로 '네트워크 기반의 폐쇄형 생태계 전문기업'이다.

관계정립의 변화
최근 페이스북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상당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언론사와의 관계정립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자신들을 통해 노출되는 뉴스 콘텐츠를 기존의 아웃링크에서 인링크 방식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웃링크 방식보다 인링크 방식이 콘텐츠 노출 로딩 속도를 줄인다는 점이지만 이는 말 그대로 대외용일 뿐이다. 기존 포털에 언론사의 콘텐츠를 담아 궁극적인 뉴스포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진의'로 여겨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칼자루는 페이스북에 넘어간 상태다.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은 '소중한 친구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용자의 뉴스피드 콘텐츠 노출을 친구 콘텐츠에 국한시키는' 알고리즘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정신없이 사라지는 뉴스피드 콘텐츠 중 정말 필요한 콘텐츠만 보여주자는 정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역으로 '친구 외 콘텐츠 노출 제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친구의 콘텐츠는 보여도 기존 친구가 관심을 보이던 콘텐츠를 확인할 방법이 막힌다는 뜻이다. 이해되는가? 페이스북 내부에서 오가는 정보의 범위를 축소시킨다는 뜻이다.

결국 콘텐츠 사업자, 특히 언론사는 직격탄을 맞는다. 사용자의 적극적인 공유가 없으면 페이지를 중심으로 삼아 빠르게 콘텐츠를 확산시킬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언론사들은 콘텐츠 확산의 측면에서 페이스북에 상당한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사 트래픽 중 20%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입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가 미국인의 정치 뉴스 접근비율을 파악한 결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뉴스를 봤다는 사람이 48%에 달했다. CNN은 44%였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외통수를 맞았다. 온라인 시대가 펼쳐지며 콘텐츠 주도권을 포털에 빼앗겼던 언론사는 현재 모바일 시대를 맞아 전용 앱을 우후죽순 쏟아내며 주도권 탈환의 의지를 불태웠으나 결국 실패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언론사는 페이스북같은 SNS에 주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으나 이 방법도 무위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게다가 온라인 및 모바일 시대 뉴스 소비는 하나의 매체에 주목해 기사를 읽은 방식이 아니라 단발적으로 쏟아지는 콘텐츠에 주목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 뉴스피드 방식으로 작동하는 페이스북은 변화된 뉴스 소비 방식에 최적화된 플랫폼이었다는 뜻이다. 가슴을 칠 일이다.

설탕을 파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꽤 오랫동안 설탕회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을 상점으로 불러 상품을 편하게 판매했다. 사람들이 설탕을 사려면 상점에 직접 찾아오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설탕회사는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리기도 하는 등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설탕회사의 상품판매를 편하게 대행해주는 회사가 생겼다. 대행회사는 자신들의 잣대로 설탕회사의 제품들을 선별해 고객들에게 임의로 나눠주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설탕회사들은 독자적 유통권을 상실해 버렸다. 반항은 모두 무위로 끝났다.

그러던 어느날 세분화된 제품을 더욱 편리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대행업체가 나타났다. 이 새로운 대행업체는 상품을 일률적으로 제공하던 기존 대행업체와 다르게 말 그대로 휘발성에 가까운 선택권을 제공했다. 설탕회사는 긴장한다. '흡혈귀가 하나 더 늘었군!' 하지만 새로운 대행업체는 설탕업체에 어떠한 계약이나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설탕업체는 새로운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은 설탕회사와 관련없이 마음에 드는 설탕을 고를 수 있는 새로운 대행업체에 몰리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설탕회사들은 점점 익숙해진다. 눈치 챘겠지만 설탕회사는 언론사, 대행업체는 포털, 새로운 대행업체는 페이스북(SNS)이다.

그리고 설탕업체들의 새로운 대행업체 의존도가 20%에 이르는 순간, 새로운 대행업체는 갑자기 조건을 걸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안으로! 더 안으로!"
지난 2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은 자사의 플랫폼에 기사를 공급받기 위해 "언론사들이 우리 방식을 수용한다면 특정 광고 매출을 전부 언론사에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 주요 언론사 기사를 호스팅하는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s)'을 통해 뉴욕타임스와 버즈피드와 협상을 벌이던 와중에 나온 발표라 눈길을 끈다.

뉴스포털을 꿈꾸는 페이스북 입장에서 지난 2일 발표는 일종의 승부수로 보인다.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언론사들을 회유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 이는 당근보다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 페이스북이 제시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일단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에 노출된 광고 중 언론사가 영업한 것은 100% 수익을 언론사에 제공하고, 페이스북이 영업했을 경우에는 수익의 70%를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파격적인 수익모델이지만 "빨리 합류하면 더 좋은 혜택을 줄 것"이라는 뉘앙스를 지울 수 없다. 만약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의 당근에 이끌려 하나, 둘 합류하기 시작하면 이는 대대적인 러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페이스북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도권을 상실한 상태로 달콤한 수익을 보장받을 것이냐, 아니면 절대 콘텐츠 주도권을 줄 수 없다는 태도를 지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노리거나 혹은 망할 것이냐. 이제 언론사들의 선택만 남은 상태다.

이 지점에서 페이스북의 기본적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결국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든 콘텐츠를 자신의 생태계로 끌어 모으겠다는 복안이다. 심지어 이러한 기조는 페이스북이 공익적 사업으로 규정하는 인터넷 닷오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4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은 저개발 국가의 사람들이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인터넷 닷오그 플랫폼을 전면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전체 인터넷 사용으로 나아가도록 장려해야 하며, 데이터 사용의 효율성을 끌어 올리고 느린 연결 속도로 피처폰과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도록 기술적 사양을 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공익사업 다운 다소 헐거운 조건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넷 닷오그가 무료 사용과 유료 사용으로 분리되어 있는 대목이다. 2월부터 시작된 인터넷 닷오그는 30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러한 무료와 유료의 이분법적 구조는 망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편적 접속을 담보해야 하는 망 중립성 원칙이 인터넷 닷오그의 30개 한정 무료 서비스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이 인터넷 닷오그에서 탈퇴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인터넷 닷오그의 망 중립성 논란에 해명해야 했다. 게다가 인터넷 닷오그는 프록시 연결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HTTPS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암호화 통신도 불가능하다. 중간자 공격과 같은 해킹에도 취약하며, 이는 마크 저커버그도 인정한 상태다.

결국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터넷 닷오그의 정체성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망 중립성 문제라는 뇌관을 건드리며 왜 인터넷 닷오그가 추진되어야 하는가? 만약 정말로 보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추구한다면 무료와 유료를 나누는 구조를 없애야 하는것 아닌가? 하지만 인터넷 닷오그의 취지 중 하나가 무료 인터넷 사용 후 이를 유료 인터넷 사용으로 유도해 통신사의 수익을 담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고, 페이스북이 유료와 무료의 경계를 파괴하는 전폭적인 데이터 제공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페이스북은 "인프라의 전 세계적 확장과 선순환 구조를 위해 현재의 인터넷 닷오그 방식을 채택할 수 없다"는 답변이 가능해지며, 이러한 결론은 망 중립성 논란을 넘어서며 일종의 대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페이스북 중심의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다. 이 모든 것을 마크 저커버그는 예상했던 것일까? 광범위한 로드맵, 심지어 그 로드맵도 오픈소스 방식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하지만 결론은 페이스북 중심이다. 폐쇄형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30개 서비스에 '당연히' 페이스북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 출처=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수집광?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 출신인 레인 보투를 비롯해 6명의 머신러닝 인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모두 페이스북인공지능연구팀에 소속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페이스북인공지능연구팀은 40명에 달하는 글로벌 가상현실 인제를 확보하게 됐다. 가히 인재의 블랙홀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수집광적인 면모를 체감하려면 그들의 무자비한 식성을 바라봐야 한다. 일단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와 더불어 페이스북 메신저앱의 무료 영상 통화 기능을 탑재시킨 대목이 극적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메신저 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을 모자라 아예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닷오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통신사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보인 대목이 무색하게, 페이스북 메신저 무료 영상 통화는 통신사의 생명줄을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이는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 인터넷 닷오그 정국에서 통신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사례다.

약간 온도차이는 있으나 이용자의 실명만 고집하는 페이스북의 태도에서도 비슷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유동적이지만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가명을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왜? 가명과 같은 불확실한 정보는 빅데이터를 기반에 둔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사업자의 폐쇄형 생태계 전략
구글은 오픈소스 플랫폼 방식의 강자다. 판을 깔아주고 객체를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애플은 약간 다르다. 애플은 매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통해 객체를 모아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 이유로 구글보다는 폐쇄적인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내세워 객체들을 유혹하며, 이를 바탕에 두고 콘텐츠와 플랫폼을 동시에 구축해 주도권을 휘어잡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미 주도권에 야심을 보이는 순간 인연을 맺은 객체는 빠져나갈 수 없다. 동시에 페이스북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자신들의 왕국에 모두 몰아넣고 다른 영역도 노린다. 그 대상이 가상현실이 될 수 있고 드론이 될 수도 있다. 태양광 사업일 수 있으며 게임일 수 있다. 심지어 개발 도상국 '사람'인 경우도 있다. 모두 자신의 폐쇄형 생태계에 밀어 넣는다.

전략적 유연성도 발군이다. 구글의 유튜브를 정조준하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가 좋은 사례다. 2013년 12월 탑재한 자동재생 기능으로 사용자 경험을 잡아냈으며 아예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조정해 피드 노출도까지 최적화시켰다. 여기에 수준이 높은 동영상 광고와 임베드 기능을 첨가해 퍼즐의 조각을 완성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면서도 뉴스피드 검색과 같은 적극적인 노출을 자체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결국 폐쇄형 SNS의 흐름을 유지하며 콘텐츠 소비에만 방점을 찍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말 '일관적'이다.

네트워크를 가진 페이스북이 자신에 중독된 이들을 끌고 새로운 왕국을 만든다. 수 년동안 반복되고 있는 '10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떠나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페이스북의 위험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결국 돌고 돌아 페이스북이다. 상상가능한 모든 지점에 가두리 양식장을 만드는 페이스북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이 화제로 부상한 상태에서, SNS를 기반으로 삼은 페이스북의 아슬아슬한 실험이 재미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