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드론 후진국’일까. 드론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자 국내 언론은 일제히 한국 실상을 고발했다. 대체로 “미래 먹거리인 드론 산업에 손 놓고 있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드론 산업을 이끌 주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너도나도 드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공을 위한 활용부터 드론 비즈니스까지 포괄적인 움직임이 포착된다.

오승환 대표가 이끄는 국내 드론솔루션 업체 드론프레스와 국제구호개발 NGO 휴먼인러브는 대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에 드론을 급파했다. 구호활동에 도움을 주는 드론이다.

롯데백화점은 드론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프로야구 경기장엔 중계방송을 위한 드론이 떴다. KT는 드론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며, 11번가는 드론 상품 기획전을 준비했다.

지자체도 때 아닌 드론 열풍에 동참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내년 1월 국제 드론박람회인 ‘2016 드론쇼 코리아’를 개최한다. 수원시는 드론산업특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모두 최근 일어난 일이다. 드론 열풍이 드디어 한국에 불어 닥친 셈이다. 그런데 지구촌에선 드론이 말썽이다.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관저 옥상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을 적재한 드론이 발견됐다. 원전 재가동 정책에 반대하는 40대 남성이 항의를 위해 날린 것이다.

영국에서는 맨체스터 공항에 드론이 나타나 활주로가 20분 동안 차단됐다. 공항에 착륙하려던 비행기들은 근처 리버풀 공항과 이스트 미드랜드 공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드론으로 자신의 딸을 사사건건 감시하는 부모가 등장했다. 부모는 “딸에게 아빠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과잉보호 논란이 일었다.

드론은 전쟁터에서도 여전히 악명을 구가하고 있다. 미군은 드론으로 알카에다를 공격했는데 무고한 인질 2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 너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이란은 자살폭탄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해 걸프지역의 해상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자살폭탄 드론을 배치해 성능을 실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드론이 시리아 정권에 수출되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야말로 드론 소동이다. 한국은 드론 선진국을 뒤쫓기 바쁘고, 세계 곳곳에선 드론이 말썽이라 소란스럽다. 분명한 것은 ‘드론’이라는 단어가 대중에 노출되는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한 IT 칼럼니스트는 불길한 예언을 남겼다. “올해 드론에 맞아 죽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드론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다.”

드론의 미래는 알 수 없다. 여론의 향방에 따라 드론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드론은 활용하기 나름이라 여론은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선한 드론과 악한 드론이 뒤죽박죽 혼재된 모습이다.

KT가 오는 6월 개최하는 ‘드론 재난구호 경진대회 및 드론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은 ‘착한 드론’을 발굴하기 위한 시도다. 한국이 착한 드론을 발굴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반격의 계기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