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개씩 바탕화면에 쉽게 깔았다 지우곤 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이 내 몸의 군살을 빼준다면 믿겠는가.

 

세계의 유행을 이끈다는 뉴욕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IT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다이어트’다. 다운로드하는 것으로 평균 4.5㎏을 감량할 수 있다는 스마트 다이어트 앱이 뉴요커를 먼저 사로잡은 뒤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세계인 3200만명이 이용하고 2012년 이후 구글의 헬스 & 피트니스 모바일 앱 분야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눔(Noom)’이 주인공이다.

 

셰프부터 채용한 글로벌 IT 회사

<이코노믹리뷰>는 눔의 공동 창업자 겸 대표인 정세주 대표의 귀국에 맞춰 서울에서 만났다.

주로 본사가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정 대표는 기자에게 회사에서 점심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눔의 한국 지사 격인 여의도 눔코리아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IT 기술 회사라는 것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딱딱한 리셉션 데스크 대신 손님을 반기는 전면의 커다란 주방에서는 갓 조리된 고기 냄새가 고소하게 풍겼다.

눔의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뻔한 식당가를 배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눔에는 직원 전담 셰프가 있다. 눔코리아의 셰프 ‘자넷’은 매일 건강식으로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이날 그가 뷔페식으로 차려놓은 요리들은 신선한 야채와 다채로운 소스의 지중해 식단이었다. 정세주 대표를 비롯한 15명가량의 직원과 투자를 위해 회사를 방문한 손님들, 기자 모두가 회사 중앙의 식당에 모여 식사를 했다.

뉴욕 본사의 점심 풍경과도 다르지 않다. 눔은 직원이 5명이던 창업 초기에도 정규직 셰프를 채용했다.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유의 기업문화다. 정세주 대표는 “눔의 제품들은 세계인의 건강한 삶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눔의 직원들은 매 끼니 한식, 일식, 양식 등의 다양한 건강식을 즐긴 후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는 일과를 즐긴다. 눔코리아의 전략기획팀 류성곤 매니저는 “본사에서는 걸으면서 회의를 하기도 한다”며 “앉아서 오랫동안 회의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뉴욕에서는 걸으면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사업 미팅을 잡으려는데 상대가 뉴욕 센트럴파크 입구에서 만나자고 해요. 회의를 하면서 동시에 빠르게 걸으면서 운동을 하는 거죠.” 바쁜 일상에서도 건강과 미용을 놓지 않으려는 뉴요커들의 묘안이다.

 

“런닝머신에 TV 달면 혁신인가요?”

2006년 정세주 대표는 구글 수석 엔지니어 출신인 아텀 페타코브(Artem Petakov)와 함께 미국에서 헬스케어 기술업체인 ‘눔’을 창업했다. 당시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은 런닝머신 등의 단순 운동기기를 생산하는 한두 회사가 독점하는 구조로 별도의 기술적 혁신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헬스클럽의 업주들도 따로 비용을 들여 새로운 기기나 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은 달랐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TV 하나 달린 것 말고는 달라진 것 없는 런닝머신과는 달리 모바일 사업은 매일 달라졌다. 아이디어만 가졌지 손에 쥔 자본은 변변치 않았던 이들은 개인의 운동 습관을 관리하는 모바일 앱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이 공들여 개발한 앱은 마침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6번째로 등록돼, 구글의 6번 앱이 됐다.

정 대표와 페타코프는 이후 2012년 11월 식단, 운동량, 체중 등을 매일 기록하면 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다이어트 코치를 해주는 ‘눔 코치: 눔 다이어트’를 출시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건강 분야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는 1등 앱이다. 눔은 곧장 눔 코치의 한국어 버전도 출시했고 한국에서도 38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눔 코치를 실행하려면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개인 계정을 생성하고 키, 몸무게, 성별, 나이 등의 정보를 먼저 기입한다. 여기에 자신의 목표 체중과 다이어트 강도를 설정하면 나만의 맞춤형 다이어트 플랜이 만들어진다. 또 무리한 운동을 좋아하는지 주중과 주말의 행동 패턴은 어떤지 등에 대한 개별적인 생활습관도 고려한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나만의 다이어트 플랜이 만들어지면 매끼 자신이 먹은 식사를 기록해야 한다. 식단을 선택하는 과정이 조금 성가시지만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메뉴가 푸드DB에 있어 간단하게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앱은 칼로리와 적정 운동량을 계산해 다이어트 비법과 맞춤형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눔 그룹을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거나 서로를 응원하고 운동방법이나 건강식 레시피를 공유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