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다이어트는 현대인에게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업(業)’이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예쁜 몸, 건강한 신체를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평가받는 필수적 행위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몸에 살집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낙인처럼 쫓아다닌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살찐 것들과 살찌게 하는 것들과 투쟁한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지나친 다이어트는 자칫 신체적 건강을 넘어 신체적 건강까지 해친다.

신체적(Physical) 건강은 한 번 잃더라도 자의적, 타의적 노력으로 회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신적(Psychological) 건강은 무너지면 복잡 미묘한 신경계 시스템 탓에 원인 파악, 치유 및 치료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다이어트도 같다. 정신적 건강이 전제되지 않는 신체적 다이어트는 모래 위의 집,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그만큼 정신적 건강이 중요하고, 다이어트에서도 신체와 정신의 균형이 필수적인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굿이미지 심리치료센터 및 좋은의원 원장이 소개하는 우리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한 다이어트 방법을 들어본다.

▲ 유은정 좋은의원 원장. 사진=노연주 기자

담배보다 끊기 어려운, 다이어트

“뚱뚱한 것은 죄악이고 마른 몸을 위해서는 굶어 죽어도 좋다.”

극도로 마른 몸을 추구하며 체중을 감량하는 ‘프로아나 족(族)’의 말이다. 프로아나족이란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가 합쳐진 신조어다. 프로아나족에게 왜 살을 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극도로 마른 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프로아나족은 다이어트 중독의 극단적 형태를 보여준다. 실제 반복되는 다이어트는 쇼핑이나 도박처럼 ‘행위적 중독’으로 진화하기 쉽다.

유은정 좋은의원 원장은 “다이어트에 중독되면 중독을 관할하는 뇌 부위인 ‘측핵’이 활성화된다. 이는 게임 중독과 같은 증상이다. 그러나 도박과 쇼핑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금전적 어려움을 동반해 나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다이어트 중독은 자신의 건강을 위한 일이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이어트 중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살이 찌면 안 된다는 ‘체중 강박’, 먹고 나서는 꼭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는 ‘운동 중독’과 식욕 억제를 위한 ‘약물 및 설사약 중독’, 늘 칼로리를 체크하느라 타인과 외식을 하지 못하는 ‘식단 중독’까지 범위가 넓다. 흔히 알고 있는 ‘거식증’과 ‘폭식증’도 넓은 의미의 다이어트 중독에 해당된다.

유 원장은 “처음에는 자신이 중독인 줄 모르다가 다이어트를 적정선까지 조절할 수 없는 조절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다이어트를 집착적으로 생각하며 모든 생활의 중심으로 만들고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식단을 조절하거나 약물이나 운동에 과잉 의존하며 오히려 자신을 학대하는 금단현상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상식 YES or NO]

1. 지밥흡입시술과 식욕억제제 꼭 필요할까?

NO.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폭식할 수 있고, 생활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다시 요요현상이 생긴다. 

2. TV를 켜놓고 자면 살이 찐다?

YES.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식욕억제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 또한 야식을 먹가나 폭식할 확률도 높아진다. 

3. 부기가 그대로 살이된다?

YES. 부종은 순환의 문제인데 순환이 잘되지 않는 사람들은 살이 찌면서 부기도 그래도 있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불면증이 있거나 쉽게 피곤해 한다. 

 

날씬한 여성이 권력을 가진다?

성형외과가 많은 강남 일대에서는 얼굴에 마스크와 붕대를 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하철을 타면 온갖 성형외과 광고가 홍수를 이룬다. 자칫하면 생명에 위험하다는 양약수술은 ‘계’까지 등장하며 한때 유행했다.

비단 다이어트뿐 아니라 외모 자체에 한국 사람들은 무척 민감하다. 유은정 원장은 “우리나라는 외모에 대한 평가를 직접적이고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말은 듣는 이에게 언어폭력이 되어 트라우마가 된다. 외모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평가를 받는 자료가 되어 ‘내 외모가 사회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때 나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외모에 대한 언급은 잘 하지 않는다. 평가는 더욱 하지 않는데, 이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대한 실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이어트의 목표 기준은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이 되기 쉽다. 마치 좋은 몸매의 표준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상적인 몸매를 너무 높게 측정해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유은정 원장의 답은 명쾌하다. “여대생 꿈의 체중은 키를 막론하고 모두 48kg이다. 특히 여자들은 보정을 거친 모델들의 사진을 보며 마른 몸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외적 기준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지만, 외모로 대표되는 성적 우월감은 물질과 함께 간다. 즉 몸매 관리가 잘 되면 부유한 계층이라는 인식과 날씬한 여성이 권력을 가진다는 사회 풍조가 있는 탓이다.”

이렇다 보니 다이어트로 대표되는 외모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비만은 정신의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욕 억제’인데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가 뇌에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은 가득 차도 뇌에서 배가 불렀다는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심리적 허기’가 발생한다. 비만 치료제에 향정신성 약물이 많이 처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 원장의 설명이다.

 

다이어트 핵심은 ‘자기존중과 자기애’

2000년대 초반부터 의료 시장에 형성된 비만 클리닉은 폭 넓은 환자군이 있어 미용부터 비만으로 인한 대사질환까지 진료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가정의학과부터 신경정신과 그리고 한의원까지 광범위한 병원에서 다이어트를 다룬다. 이처럼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의 도움까지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건강한 다이어트의 기준은 무엇일까.

다이어트는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 운동 같은 ‘신체 다이어트’와 ‘마음 다이어트’로 나눌 수 있다. 마음 다이어트란 식욕을 조절하는 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을 관리하기 위해 식습관뿐만 아니라 숙면, 휴식, 운동, 성생활 등 균형 잡힌 생활을 통해 ‘생활 습관’ 자체를 교정하는 것이다.

“나도 인턴 시절 스트레스로 체중이 5㎏ 이상 불어난 적이 있다. 그때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다이어트 식품에 투자했는데 의사인 나도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니 광고에 속게 되더라.”

유은정 원장은 자신의 다이어트 체험 사례를 소개하며 심신 균형의 다이어트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인턴 생활이 끝난 뒤 생활의 균형을 잡으니 유 원장의 체중이 저절로 줄었다. 식습관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 자체를 조절해야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게 된 것이다.

실제로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폭식할 수 있고, 식습관의 균형이 없다면 어떤 수술이나 약물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다시 요요현상이 찾아온다. 따라서 ‘식욕 억제제’를 먹거나 ‘지방 흡입’은 근본적인 다이어트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유 원장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것도 다이어트의 중요한 요소다. 유 원장은 “급성 스트레스는 살이 빠질 수 있으나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레벨을 올려 인슐린 저항성과 식욕 억제 호르몬 분비에 내성이 생기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엔진 오일등이 깜빡인다. 기름을 충전하러 주유소에 가듯이, 내 심리의 엔진 오일을 교체하라는 신호등이 깜빡이면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내가 자신을 돌보지 않았구나’라는 마음으로 전문가를 찾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와 자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필요하다. 고유의 체형과 체중을 받아들이며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자존감에서부터 나를 위한 모든 노력과 행동은 시작된다. 자존감은 다이어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병원에서 다이어트 치료를 할 때도 자존감 회복을 가장 근본적으로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