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출처=구글

공상과학은 현실이다

도로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무엇일까. 자동차가 아니라 운전자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런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차가 사람을 태우고 완벽한 운전 실력으로 알아서 주행한다면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공상과학소설 이야기가 아니다. <제2의 기계시대>의 두 저자는 2012년 여름을 회고하며 책을 시작한다. 그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 들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타고 근방 101번 고속도로로 나간다. 차가 제법 있는 도로라 조금은 긴장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자동차는 교과서적으로 완벽하게 운행했다. 그들은 말한다. “앞좌석에 앉은 구글 직원들은 초조한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은 채, 아니 사실상 도로의 현재 상황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계속 대화를 나눴다. 이 자동차를 타고 수백 시간을 주행했기에, 멈추었다 출발했다 하는 교통 상황쯤은 자동차가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올 때쯤 우리도 같은 확신을 갖게 됐다.”

최근 크리스 엄슨 구글 자율주행차 총괄은 ‘TED 2015’ 강연에서 “운전자야말로 자동차 안에서 가장 불안한 존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11살짜리 아이가 4년 반 뒤면 운전면허를 딸 나이가 된다. 우리 애가 그때 면허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만드는 게 구글의 목표”라고 했다. 구글은 먼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구글 무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누군가는 구글을 그저 검색 서비스로 기억한다. 그런데 구글은 자율주행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조금만 살펴보면 기존 검색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성공해 우리 미래가 바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글도 장담 불가능한 부분이다. 글로벌 IT 공룡으로 불리는 구글이지만 그들에겐 독특한 실패 DNA가 존재한다. ‘구글이 손대면 실패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은 풍부한 실패 자산을 축적한 기업이다.

구글의 실패 사례는 적지 않다. 일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에서 구글은 페이스북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2010년 발표한 구글 웨이브는 통합형 커뮤니케이션 툴을 표방했지만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유사 서비스인 구글 버즈도 등장한 지 2년을 못 채우고 퇴장했다.

구글 카탈로그도 생각처럼 빛을 보지는 못했다. 태블릿PC가 등장하자 구글은 재빨리 종이 카탈로그를 대체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해피엔딩은 없었다. 구글이 큰 기대를 걸고 인수한 사진 편집 서비스 피크닉도 금방 서비스를 접었다. 지지부진하던 구글 비디오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모든 콘텐츠를 유튜브로 옮겨버렸다. 구글의 무덤에 매장된 서비스는 한둘이 아니다.

공개 초기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구글 글래스도 유력한 실패 사례 후보다.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 글래스를 ‘2014 최악의 제품 15가지’에 올렸다. 덧붙여 “구글 글래스가 호된 현실에 직면한 한 해였다”고 평했다.

구글은 지난 2013년 이 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경쟁업체가 웨어러블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스마트워치를 선보였을 때 구글은 스마트 안경을 준비했다. 웨어러블 시장을 제대로 선점해보겠다는 전략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생활 침해와 같은 사회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 받았다.

구글은 2013년 소비자 전용 구글 글래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출시하지 못했다. 기존에 나와 있던 개발자 버전은 지난 1월 판매가 중단되고 말았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어쩌면 예견된 절차였다. 구글은 한 발짝 후퇴했다.

구글이 구글 글래스 사업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곧장 이를 일축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구글 글래스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플랫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더 저렴하고 배터리, 사운드, 디스플레이 성능이 향상된 구글 글래스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구글 글래스 2.0을 기대한다.

 

실패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구글이 성공가도를 질주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겐 뼈아픈 실패 기억이 존재한다. 그런데 구글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른 기업과 사뭇 다르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실패를 자산으로 축적한다. 성공을 위한 기초체력으로 삼는 셈이다. “우리는 실패를 지원한다.” 아이베타 브리지스 구글 교육지원 수석의 말이다. 구글 웨이브가 실패했을 때 에릭 슈미트는 “구글은 실패를 칭찬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구글이 실패를 겁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구글 직원은 “우리에겐 지메일, 구글 애드워즈, 구글 지도 같은 확고한 프로덕트가 있으니까 신규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회사 경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쉽게 말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가 아닐까”라고 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이미 검증된 방법은 이제 낡은 것’이라는 기업철학을 토대로 구글을 설립했다. 검증 안 된 영역을 모색하는 것은 실패를 감수하는 일이다. 혁신이 이 영역에서 숨쉰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비밀연구조직인 구글 X는 구글판 실패 문화의 정수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실험적인 과제는 구글 X가 도맡는다. 이들은 “인류가 봉착한 난제를 풀겠다”고 주장한다. 구글 X 연구원들은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에 익숙하다. 이는 달에 우주선을 쏘아올린 것처럼 전에 없던 혁신적인 일에 도전하도록 하는 사고 체계다. 눈앞에 보이는 10% 이익 대신 10배의 성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구글 X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마치 영화 속의 이야기 같다.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은 드론을 이용해 구원 물자를 배달하겠다는 프로젝트이고, ‘마카니 파워(Makani Power)’는 풍력발전기를 공중에 띄우겠다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심지어 ‘관광객을 우주로 실어 엘리베이터’의 개발까지 계획하고 있다. 물론 실패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들이다. 그래도 구글은 무모한 도전을 계속한다. 구글이 진짜 무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