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산업은행

올해 최대의 빅이슈 가운데 하나인 금호산업에 대한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차 매각 유찰로 2차 매각도 사실상 가격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 우선매수 청구권자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게 수의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박 회장에게 수의계약을 제시하면 호반건설의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가격보다는 높게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낮아질 지도 모르는 2차 매각의 리스크를 굳이 짊어질 필요가 없는 것.

지난 28일 단독입찰에 임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 57.48%에 대한 인수대금으로 채권단에 제시한 금액은 6007억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서는 사실상 매매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호반건설의 응찰가를 확인 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직 어떤 결정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향후 재매각 작업을 시작하거나,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그룹 회장과의 수의계약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 57.48%의 현 주가는 5000억원에 못미치지만,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라는 점 등을 고려해 최소 8000억∼1조원 정도를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담당자가 아닌 관계로 6007억원이라는 정확한 입찰가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그동안 금호산업 매입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고, 이사회가 꼼꼼하게 실사를 진행해서 내린 금액”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는 낮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실사를 통해 도출한 이 금액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라며 “경영프리미엄으로 1000억원 이상을 고려해 제출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당한 가격을 제시해 보고 아니면 말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입찰에 임한 것이 아니다”라며 “시장에서 고려한 금액은 어디까지나 구경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추측한 금액일 뿐, 우리가 제시한 금액은 실사를 통해 정확하게 측정한 가치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아시아나항공

업계 일각에서는 8000억~1조원이라는 금액이 지난해 4분기 및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등 성장을 감안한 금액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채권단의 기대치가 반영된 금액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이 낮은 금액이라고 말하지만 현 주가를 고려했을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호반건설이 이번 입찰에 뛰어들기 전 매매가는 불과 2000~3000억원 규모였다”고 지적했다.

호반건설이 입찰에 뛰어들기 전 주식가격이 1주당 1만원에서 이후 2만원으로 올랐고, 6007억원이라는 금액은 주당 3만원이 넘는 가격책정으로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의견도 받지 못한 상태라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다만, 지난 5년 동안 이뤄진 M&A의 경영프리미엄이 35%를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입찰을 하더라도 이 선을 넘는 무리한 배팅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국적 항공사의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은 당연한 것”이라며 “경영프리미엄이라는 것이 딱히 얼마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호반건설 측이 제시한 금액보다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오는 5월5일 이후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에 이번 안건을 부의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55곳에 달하는 채권단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회의를 소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주일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채권비중 75%가 동의할 경우 금호산업 매각은 최종 유찰로 결정된다.

▲ 출처= 산업은행

호반건설 관계자는 “언론의 보도는 봤지만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받지 못한 상태”라며 “호반건설은 단순히 매입만을 위한 것이 아닌 향후 자금조달 방법은 물론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전략까지 구체적으로 수립한 계획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호반건설의 입장과는 달리 운영위원회를 통해 1차 유찰 의견이 뒤집어질 경우의 수는 1%도 안된다는 것이 채권단 관계자의 의견이다.

이번 호반건설의 유찰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이 재입찰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오래 걸릴뿐더러 단독입찰에서 유찰된 만큼 다른 경쟁사가 출연할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수의계약, 합의매매를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말 많고 사연 많은 금호산업에 대한 매각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