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아차로 대표되는 자동차주의 회복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엔저 효과와 더불어 미국 금리 인상안 조기 시행 위험성 등이 잔존하면서 주가 회복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차 효과와 더불어 신흥국 환율 강세로 인한 실적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동차 업종 주가 전년대비 급락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자동차주들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7월31일 24만7000원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4월28일 기준 17만2500원으로 급락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8월4일 최고점인 6만3000원을 찍은 뒤 올해 4월28일 종가 기준 5만100원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8월1일 31만2000원을 기록한 뒤 올해 4월28일에는 24만500원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업종의 실적 부진의 이유는 엔화 약세와 더불어 구형 모델 소진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화는 지난 2012년말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아베노믹스’ 정책을 실시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에서의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디플레이션)과 엔고(円高) 탈출을 위해 화폐발행을 늘리는 등 통화량을 증가시켰다.

아베노믹스의 시행으로 인해 지난 2012년 12월 100엔당 1514.86원이던 한엔 환율은 2013년 1월 1174.84원, 지난해 1월 1011.15원으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 4월28일 마감 기준으로는 897.97원을 기록했다. 특히 원엔 환율이 900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7년2개월래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높을 경우 국내 업체들의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일본 등 타국가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해석된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제품보다 일본 제품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통한 엔저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야마모토 고조 집권 자민당 의원이 일본중앙은행(BOJ)에 추가양적완화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데다가 물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진단에 따른 정책방향이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민간투자를 이끌어내 하지만 지난 4분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전기대비 0.3%, 0.1% 증가에 그치는 등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딜러 인센티브를 늘렸다. 만일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딜러 인센티브 강화가 더욱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국내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실적은 4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2% 하락한 7조5500억원, 기아차는 19% 감소한 2조57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모두 201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지난 2월 도요타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2014회계연도)이 전년보다 17.8% 늘어난 2조7000억엔(약 24조890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9.1% 증가)보다 8.7%포인트 높은 수치다.

금리 인상 지연 자동차 업종 불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FOMC 3월 회의록에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미국 수출경쟁력 약화로 인한 고용시장 부진과 인플레이션 상승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대체적인 회의록의 내용은 달러화 강세와 에너지가격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율 상승둔화에 대한 우려였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출과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외국 중앙은행들의 조절 정책 조치로 인한 추가 절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중국의 성장둔화, 그리스의 재정문제, 지정학적 긴장 등 수많은 위험도 지적하며 이로 인한 달러화 강세 효과를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 달러강세가 인플레이션율의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에 하반기까지 금리인상의 시기를 미루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며, 일부는 2016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지표의 악화가 미국의 경기회복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기준금리 지연설이 대두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달러화의 강세가 강화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 입장에서는 미국내 상품 가격경쟁력이 상승해 유리해진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경우에는 달러 약세를 불러일으킬 개연성이 높아져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쟁심화, 환율 변동성 등 2015년 이익전망 불확실성 요인 존재한다”며 “신차효과가 향후 주가흐름의 관건인데 글로벌 신차효과에 따라 이후 가동률 회복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차효과·신흥국 환율 개선 희망

엔저와 미국 금리 인상 연기와 같은 글로벌 우려 속에서도 ‘신차효과’와 더불어 신흥국 환율 개선으로 인한 매출 회복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신흥국 통화 약세에 따른 해외공장 원가율 상승, 금융 등 타부문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며 “그러나 신흥국 통화 약세 영향 완화, 신차출시 및 신차 판매 비중 확대로 인해 이익 모멘텀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차의 경우 내년 2분기 멕시코 공장 신설 전까지 생산설비(Capa) 증가가 없기 때문에 매출 성장폭은 예년에 비해 둔화될 전망”이라면서도 “3분기에 볼륨형 모델인 신형 K5와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돼 판매 모멘텀 향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원‧루블 등 이종통화의 약세가 둔화돼 1분기보다 관련 손실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2015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5% 상향조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