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B2B에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98년 가을, 마윈이 야후의 제리 양에게 만리장성을 안내하면서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에 둔 B2B 사업모델이 그려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마윈은 제리 양의 소개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면담해 단 6분 만에 투자를 유치하고 곧장 알리바바를 창업한다.

초기 알리바바의 사업모델은 철저하게 ‘중소기업-B2B’였다. 당시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10%를 넘기지 않았던 관계로 알리바바의 사업모델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마윈은 이를 끝가지 관철시켰다. 그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을 위해 쉽고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소기업이 중국 경제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포브스는 2000년 마윈을 두고 “나폴레옹처럼 작은 체구에 나폴레옹 같은 포부를 가진 사나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이베이와 본격적인 B2C 진검승부에 돌입하기 전까지 중소기업 생태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상생 B2B 사업모델’로 승승장구했다.

SK텔레콤의 B2B 승부수도 관심사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수장이 된 장동현 사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B2B 동력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20일 열린 온라인 마켓 ‘스마트 인터딜’이 단적인 사례다. 한국판 알리바바 모델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이 온라인 마켓은 ICT 장비는 물론 스마트폰과 중고 전자기기를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고파는 알고리즘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 인터딜을 운영하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업 37포인트와 ‘B-TF’ 전담조직을 꾸렸으며 이미 생태계의 객체들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모비우스라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더해지며 SK텔레콤의 B2B가 베일을 벗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지점은 모비우스와 알리바바가 추구하는 ‘비전’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모비우스는 스타트업의 사물인터넷 진입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구축하게 만드는 모델이다. 중소기업에 집중해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자세로 시작된 알리바바의 B2B와 일맥상통한다. 다만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일 뿐, 그 파급력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KT도 B2B에 방점을 찍고 있다. KT는 최근 웹사이트 ‘올레중소사업자’를 대폭 개편해 오픈하며 관련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중소사업자를 위한 통신 및 솔루션 상품 150종에 대한 안내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B2B 사이트를 론칭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이 사이트는 상품 소개와 컨설팅 신청, 경영에 유익한 콘텐츠 제공 등 중소 사업자에 최적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라인 컨설팅 신청을 클릭하면 KT의 전문 컨설턴트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개인 명의로 가입해 상품을 사용했던 개인사업자, 비용 부담으로 대기업과 같은 솔루션을 활용하기 부담스러웠던 중소 사업자들에게 알맞은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각 카테고리별로 최신 상품과 인기 상품이 순위별로 나열되고, 실제 KT의 상품을 도입해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된 ‘성공사례’를 제공해 업계 트렌드 파악을 원하는 중소사업자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도 B2B를 전면에 세웠다. 단서는 메신저의 활용이다.

지난해 4월 페이스북이 모바일 앱에서 메신저를 분리했을 때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전형적인 반발심리다. 지금까지 편안하게 모바일에서 메신저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나름의 ‘사용자 경험’을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페이스북 메신저가 페이스북에서 떨어져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의 메신저 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페이스북은 메신저에 주목하고 있었으며, 이를 단독 플랫폼으로 구축할 복안이었다. 물론 단순한 플랫폼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다양한 동맹군을 통해 메신저 플랫폼을 오픈소스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메신저를 분리해 페이스북에 고립됐던 이용자를 확장시키는 한편, 그 자체를 소통의 플랫폼으로 만든다. 물론 메신저 내부에 서드 파티(Third Party) 앱을 설치해 그 기능을 메신저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생태계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메신저는 B2B 기능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초연결의 시대에 엄청난 가입자를 바탕으로 기업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을 공개한 부분은 결국 B2B를 염두에 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 페이스북이 기업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를 준비하는 대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특히 쇼핑에 방점을 찍은 메신저 플랫폼은 막강한 가입자를 바탕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메신저를 중심에 두고 플랫폼 인프라를 활용해 모바일의 핵심인 쇼핑에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SDK를 배포하며 생태계의 외연을 키우고 이미 40여개 회사를 포섭해 동맹군을 꾸린 상태다.

B2C를 업으로 삼던 네이버도 B2B 시장에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2000년 초 다음이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지고 뛰어들었다가 처절한 패배를 맛봤던 그 B2B 시장이다. 네이버는 기업용 협업 서비스 조직 모바일웍스를 일본에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서버, 링크, 오피스 365 등을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앱스를 내세운 구글은 물론 IBM, 아마존까지 버티고 있는 B2B 시장에서 네이버웍스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모바일웍스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영향력이 통하는 일본에서 B2C 차원에서 운영되던 메일. 메신저 등을 운용한 노하우를 가감 없이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큰손과의 전면전은 피하면서 공공기관 및 중소기업을 상대로 차근차근 외연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소상공인 예약 플랫폼 론칭 전략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웍스의 독립법인 설립을 바탕으로 B2B 시장에서 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장 라인의 경쟁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이 일본이며, 자연스럽게 라인이 B2B 전략의 일부가 될 여지가 생긴다. 결국 B2C 차원의 경쟁력을 B2B로 돌리며 일본 진출을 선언한 것은, 강력한 브랜드네임과 더불어 라인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 시대의 주도권을 빠르게 잡아가며 쇼핑에 중점을 둔 아마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한편, 포털 사업자로서 B2B 시장에 승산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본다.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과 회사의 간격이 촘촘하게 좁아지는 초연결 시대를 맞아 가장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회사로 옮길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해당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인에 가장 친근한 네이버는 기업에서도 친근한 존재로 부각될 수 있다. 여기서 적절하게 클라우드 기술력도 따라오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만약 모든 시너지 효과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면 B2B 시장에서의 라인의 경쟁력이 B2C 시장에 유입될 여지도 생긴다. 당장 카카오톡이 주도하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추이가 변할 수 있다.

최근 기업용 협업 서비스 시장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로 발전하는 분위기도 네이버가 결심을 굳힌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재 SaaS의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51조원까지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2C의 패러다임으로 사실상 소규모 사업장을 발판으로 삼아 B2B 시장을 타진한 네이버웍스가 결단을 내린 셈이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SaaS의 외산 종속화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대목도 모바일웍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

핀테크 영역에서도 B2B가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간편결제 중심의 금융사 주축 핀테크 비즈니스가 밴사와 구매대행 분야로 융합되며 자연스럽게 B2B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분위기다. 한국제이에스텔레콤과 처음앤씨가 국내 최초로 B2B솔루션을 활용한 핀테크 서비스 공동사업을 추진한 대목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자에만 B2B가 있는 것은 아니다. 15일과 16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MakeUp in Seoul’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박람회다. 이 자리에서도 B2B가 화제로 부상했다. 장 이브 부르주아(Jean-Yves Bourgeois) 박람회 공동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MakeUp in Seoul에 아시아 지역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여러 국제적 브랜드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해외의 여러 유명 브랜드에서 B2B에 중심을 둔 사업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