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난민’ 속출 현실에 정부 차원 민간참여 ‘방정식’ 골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국내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시트콤 제목만이 아니다. 요즘 전세가 상승세가 딱 이렇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정부도 전세난을 잡기 위해 올해 1·13에 이어 2·11 등 두 차례 전세대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임대 주택의 확대 공급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전월세 안정화 해법 차원에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총 가구 중 1인 및 고령가구 비중은 31.7%로 2020년이 되면 35.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주택 수요는 줄지만 1인 및 고령가구 증가로 임대 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가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22일에는 5·10년 임대 주택 최초 보증금 상한 완화의 내용을 담은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의결했다.

임대료 상한제 논란도 뜨거운 상황이다. 신규 계약 때도 전월세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직전 계약가격의 5% 이상 인상할 수 없게 제한하는 내용이다. 세입자들이 겪고 있는 집 없는 설움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인 노력이지만 임의적인 전월세 가격 제한 정책은 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

곧 다가올 봄 이사철, 나뭇가지에 둥지를 튼 ‘전세난 없는 까치 아파트’가 마음 편하고 넉넉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놓는 임대 주택 시장 해법에 대해 귀 기울여 봤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임대주택 고급형으로 진화할 것”
1인 가구, 디자인·시설 등 요구 수준 높고 렌털 문화 익숙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이 집에 대한 소유 의향이 크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주택시장에 ‘렌털’이 왜 화두로 떠올랐을까. 질문에 대해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그는 “1인 가구 중에서도 특히 직업 특성상 이동이 잦은 프리랜서들에겐 편의에 따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렌털’ 문화가 더 익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임대 주택,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젊은층의 경우 편리한 위치, 풀 옵션, 디자인과 시설 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은 편. 양 팀장은 “1인 가구는 대체로 화려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더 편하고 위치상 좋은 주택에 살기를 원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렌트 아파트가 고급스럽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결합,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지던스와 같이 앞으로 영세민이 거주하는 임대 주택도 ‘고급화’ 쪽으로 진화할 수 있단 얘기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주택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봤더니 유래 없는 장기 부동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양 팀장의 판단이다. 오히려 IMF 때보다 더 심각하게 상황을 봤다. 2년이 지났는데도 매매시장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매매시장의 움직임이 과거와 달리 더디면서 ‘투기’란 단어도 자취가 묘연해졌다. 서민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와 정부 정책이 흘러가고 있다.

“집 사서 벼락부자가 된다는 꿈을 꾸기엔 힘든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이제는 내 집 마련보다는 안정적으로 전셋집에 살자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임대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고 월 임대료가 아닌 20년간 내 집처럼 살 수 있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답이 금방 나온다. 바로 ‘솔루션(해결책)’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임대 주택이다. 민간 건설업체들도 기회를 잘 타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지원이 필수. 주택 분야 해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양 팀장은 “사실상 임대 주택 쪽은 수익이 별로 좋지 않아 민간 건설업체들이 비선호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민간 임대 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나온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도 취지는 좋지만 성패는 위치 확보 능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임대 아파트를 지어 분양 전환을 해야 하는데 위치 선정이 잘못되면 분양전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과연 중소 규모의 민간 건설업체들이 좋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서울 중에서도 외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텐데 얼마나 많은 수요자들이 멀리까지 이런 불편한 지역에 들어오기를 바랄까요.”

우선 정부 차원에서 임대 주택 공급을 더 늘리고 민간 건설업체들을 위한 확실한 지원책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양 팀장의 설명이다.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임대료 상한제에 대해서는 찬성 편에 손을 들었다.

“임차인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살 집이 필요한데 보통 계약 기간은 2년입니다. 계약 날짜가 다가올수록 세입자는 고민에 빠지죠. 임대료를 갑자기 올렸을 때는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적정선에서 규모의 상한선을 정하면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전세 값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양 팀장은 실수요자와 임대 주택 사업자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 바로 위치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사업자의 경우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테헤란, 광화문, 여의도 일대를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비싸더라도 앞으로 임대 수익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불황이 없는 대학가 주변을 노려보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스피드뱅크) 연구소장(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월세 세입자 보호책 마련은 필수”
반전세·월세 급속 재편…신혼부부 등 서민층 불리할 수도

■박원갑 부동산1번지(스피드뱅크) 연구소장
전세’가 사라진다?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택의 개념이 ‘투자’에서 ‘주거’로 변화해 감에 따라 소유에서 임대, 다시 말해 전세와 반(半) 전세를 거쳐 월세로 전환되고 있는 것.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임대 시장에서 전세 비율이 2009년 12월 57.2%에서 지난해 12월 56.2%로 감소한 반면 보증부 월세(반 전세) 비중은 같은 기간 39.5%에서 41.2%로 증가했다.

‘반 전세’는 전세보증금에 일부만 월세로 내는 방식으로 전세 값 상승분만큼 월세로 돌린다. 전문가들은 반 전세를 월세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월세가 좀 더 낮아지면 월세 중심의 임대 주택 시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주택 임대 방식인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재편될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현재 추세만으로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박 소장은 “3년쯤 지나 소형·임대 주택 수급난 해소 후에도 월세가 늘어난다면 일시적 현상보다는 트렌드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집주인이라면 지금처럼 저금리 상황에 집값이 요지부동인 경우 전세보다 월세가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월세 위주의 임대 주택 시장이 되면 전세 주택의 주요 소비자인 서민층 입장에선 타격을 입을 수 있단다.

따라서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 비용을 줄이는 방안과 세입자 보호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게 박 소장의 주장.

“월세 중심으로 바뀐다는 게 서민의 고통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어요. 전세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자본 축적은 물론 강제 저축 기능이 있는데 월세는 자본 축적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니까요. 특히 신혼부부나 직장인들은 월세를 선호하지 않죠.”

박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임대 주택 사업이 저소득층, 소위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대료 연체를 비롯해 관리가 잘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요즘 시세차익용 부동산 아파트보다 임대소득용 도시형 생활주택이 각광받고 있어요.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보는, 교환 가치에서 이용 가치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등 임대 수익 중심의 부동산으로 흐름이 더 활발해져야 임대 주택 분야도 활기를 띨 것입니다.”

다만, 임대 주택 시장이 우리보다 15년 정도 앞선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의 몇몇 선진국 사례에 너무 집착하면 한국 시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대주택 세대별 공략 포인트 챙겨라

20~30대 초반 신혼부부(5년 이내)라면 시프트와 국민 임대 주택을 주목한다. 주택청약종합 저축통장에 즉시 가입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3년 이내 자녀가 있을 경우 1순위가 되기 때문에 신혼부부 공급 물량을 적극 노릴 것을 권한다.

40대 후반이라면 무주택자에 자녀 3명 이상인 경우 세 자녀 특별 공급 물량을 노린다. 50대 이후는 노부모 부양 특별 공급을 적극 시도한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괜찮다.

양지영 팀장은 “특별공급 아파트는 오히려 경쟁률이 낮을 수 있어 당첨 확률이 높다”며 “떨어지더라도 일반공급에 또 청약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