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달부터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서울 시내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을 돌파한 것.
여기에 지속되는 전세난과 금리인하 영향으로 주택 구매수요가 늘고 있어 건설사들이 신규단지들을 중심으로 분양가를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는 점도 최근 분양가 상승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2013~2014년 서울 분양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2014년 한해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9.7만원으로 전년 1800.9만원보다 12.1% 상승했다. 특히 도심권이 2013년 1770.9만원에서 2014년 2430.6만원으로 상승폭(37.3%)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강서권이 1368만3000원에서 1693만원으로 324만7000원(23.7%) 올랐다. 강남권은 16.9% 오른 2478만4000원. 반면 강북권은 1년 새 31만9000원(2.4%) 떨어진 1279만5000원을 기록했다.
여경희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도심권, 강남권은 강서권, 강북권보다 재건축, 재개발 일반분양분의 비중이 높아 앞으로 분양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서울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분양가격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구역 지분가격은 2015년 1분기(3월) 기준 3.3㎡당 2464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29만원 상승했다. 작년 지방선거의 개발 공약과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2583만원까지 오른 지분가격은 선거 이후 2430만원까지 떨어진 뒤 소폭 회복 중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7.24대책에 이은 9.1대책에 공공관리제 선택적용,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완화 등 재개발 사업 지원책이 발표됐고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향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매도호가를 올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며 사업 추진속도를 높이고 있는 서대문구 홍제3구역(사업시행인가)도 종전 3.3㎡당 1638만원에서 1734만원으로 96만원 올랐다. 동작구 흑석3재정비촉진구역(조합설립인가)도 건축심의 통과 후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2647만원에서 336만원이 오른 2983만원의 시세를 보였다. 또 서울 재개발 사업의 중심 한남3구역(조합설립인가)은 규제완화와 향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487만원 오른 4393만원에 지분가격 시세가 형성됐다.
이처럼 가파른 분양가 인상은 자칫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는 미분양을 양산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초중반 분양가 고공행진으로 인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양산시킨 전례도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주택시장이 투자목적에서 실수요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시점에서 정비사업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과도한 분양가 상승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분양가 상승이 양날의 칼이 돼 미분양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합리적인 분양가를 내세운 단지들이 연일 청약 1순위 마감성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가격”이라며, “건설업계는 최근 분위기에 맞춰 분양가를 올리기보다는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분양가 산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