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케이블TV 채널 tvN의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인 <삼시세끼>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먹는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소중하고, 많은 수고를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인들은 갈수록 바빠지는 생활 패턴 때문에 매 끼니 해결을 외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태국에서는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식문화가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의 증가, 고령화사회의 도래로 한 끼를 해결해주는 이른바 ‘삼시세끼’ 업종이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은 반찬이나 도시락 전문점.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해 창업한 김용욱 씨(45, 오레시피 일산 후곡점). 동네에서 김 씨의 인기는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나온 스타 이서진이나 차승원 못지않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씨는 2만 세대나 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주부들이 매 끼니를 해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창업 후 주부들에게 매일 반찬을 해결하는 일이 큰 고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전업주부라도 일주일에 2~3번 우리 가게를 이용하면 반찬 걱정을 덜 수 있어 좋다고 하더군요.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고 품질이 좋아서 더 인기가 높은 것 같습니다.”

김용욱씨는 아내와 함께 반찬 가게를 운영한다. 김 씨가 꼽는 반찬가게의 또 다른 장점은 본인 가족의 식사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우리 가족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건강에 좋은 반찬을 판매하자’는 게 모토라는 김 씨는 ‘팔다 남는 반찬은 가족들이 먹을 있어 창업 이후 살림살이에 대한 부담이 확 줄었다’고 자랑했다. 월 600만~7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는다는 김용욱 씨는 가족의 반찬 비용이 절약되는 것만으로도 월 100만원 이상 추가로 버는 셈이라고 말한다.

▲ 반찬카페 오레시피의 매장 모습. 사진=한국창업전략연구소

가까운 일본도 홈푸드(home food, 가정식) 반찬 판매 코너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를 점령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반찬가게는 전통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업종이라는 기존의 인식이 줄어들면서 반찬은 물론 다양한 가정식을 판매하는 홈푸드 반찬 전문점들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37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대 반찬 전문 기업 ㈜도들샘이 운영하는 ‘오레시피’를 비롯해 ‘푸르맘찬’ 등이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도시락 전문점은 ‘한솥도시락’을 포함해 ‘본도시락’, ‘토마토 도시락’ 등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등에서 주문받아 회원제로 국이나 과일도시락을 전문적으로 배달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달라진 입맛을 겨냥해 이탈리안식이나 패밀리레스토랑 음식을 배달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또 다른 삼시세끼 업종은 편의점이다. 편의점들은 고객의 위장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먹거리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편의점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삼각김밥은 물론이고 겨울에는 어묵, 갓 구워낸 빵, 심지어 조각치킨까지 판매하면서 간편하고 빠른 한 끼 식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주말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는 피자와 치킨을 빼놓을 수 없다. 미들비어 전문점인 바보스 인천 서창점의 경우, 맥주집이지만 치킨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테이크아웃 매출이 높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한 끼 해결을 위해 테이크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천 부평에서 오븐구이 치킨을 운영하는 돈치킨 부평점은 지난 2009년 창업 이후 인근주민들이 주말 한 끼를 해결하는 주말 끼니 해결사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배달을 통해 인근 주민들과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부평점 진승복 점주는 ‘주말에 식사 대신 찾는 고객이 많은데 건강에 좋고 맛은 물론, 100% 국내산 냉장육을 사용해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전한다.

분식업 역시 대표적인 삼시세끼 해결업종. 최근 올바른 재료를 사용하는 프리미엄 김밥 전문점들이 인기인데, 한두 번 외식에서는 건강보다 맛이지만 끼니 해결의 경우 건강을 더 많이 고려하므로 김밥 전문점의 고급화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교촌치킨에서 새로 선보인 김밥 전문점 ‘엠도씨’는 간편 식사의 대명사인 김밥을 요리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켜 관심을 끌고 있고 있다.

삼시세끼 업종은 어쩌다 즐기는 외식과 달리 ‘끼니’를 대신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지속적인 구매가 발생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때문에 고객들의 건강을 고려한 좋은 재료와 품질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단골 비중이 높은 사업이므로 고객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가 등 재방문 고객의 비중이 높은 상권일수록 ‘어쩌다 한 번 외식’보다는 삼시세끼 욕구가 더 강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식구’에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마찬가지로 ‘삼시세끼’ 사업도 단순한 장사 마인드가 아닌 ‘내 가족’ 마인드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