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스마트폰이 다양한 기능들을 묶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 이러한 노력은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의 시대에서 종말을 고할 전망이다.

통신기술의 고도화로 모든 것이 연결되면 콘트롤 타워가 모든 것을 원격으로 지배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방대한 기술력의 집합체로 작동하며 기술의 블랙홀로 부상했다면,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응축된 기술이 원심력을 잃어 각각의 사물로 재배치되고 이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핵심 키워드가 중심인 세상이 올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모든 기술은 생활밀착형으로 수렴될 수 밖에 없다. 콘트롤 타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각각의 연결된 객체들이 모든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며 이 과정에서 기술은 일종의 공기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모든 콘텐츠와 플랫폼이 콘트롤 타워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각자의 생명력을 가지는 셈이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미래의 스마트홈을 규정할 것이다. 사물과 인터넷의 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센서의 발달로 ‘의식하지 않는 의식’의 발현이 가능해지며 이는 생활밀착 서비스로 굳어진다. 여기서 사용자 경험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중심을 잡고 이를 바탕으로 삼아 확장성과 연속성이 창출되는 방식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사람이 무인자동차에 탑승해 자체 탑재된 디스플레이로 잔업을 처리하고, 집에 도착하면 차고와 대문이 열린다. 거실에 들어서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며 전등이 들어오고, 저녁식사 준비가 끝나있다. 가장 유력한 스마트홈의 미래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ICT 기업의 최종지향점인 스마트홈은 ‘서비스의 공기화’로 정의할 수 있다. 당연히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연결된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홈을 노리는 각 기업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내세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제조사들은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기본적인 가닥을 잡고, 여기에 통신사와의 협력으로 망의 발전성을 불어넣어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통신사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조 인프라 대신 ‘연결’에 방점을 찍어 모든 사물의 네트워크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외 기업들은 O2O 및 기타 다양한 가능성 측면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승부는 결정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관심이 가구공룡 이케아에 쏠리고 있다. 철저한 지식재산권 관리로 완벽에 가까운 콘텐츠-플랫폼 독점을 추구하는 이케아가 사물인터넷, 더 나아가 스마트홈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왜 이케아인가?

지난해 12월 국내에도 진출한 이케아는 글로벌 가구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말 그대로 ‘공룡’이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IT기기와의 융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단순히 가구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생활밀착형이라는 키워드와 본질적인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

최근 이케아는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이케아 템포러리’라는 대형 팝업 전시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콘셉트 키친 205’ 프로젝트가 놀라웠다. 20년 후의 미래주방을 구현한 본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스마트홈의 혁신이다.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존하고 요리를 체계적으로 돕는 시스템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주방의 미래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상당히 익숙한 장면이다. 바로 스마트홈이다.

게다가 이케아는 ‘가구’라는 본질에 충실해 오나벽한 생활밀착형의 바람을 잡아낼 수 있다. 전자 및 IT회사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홈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면, 이케아는 자신들이 가진 생활밀착형 아이템, 즉 가구로 기본적인 사물인터넷 진입환경을 이미 갖춘 상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기본적으로 전자의 속성을 가진 IT회사들의 경쟁력에 비해 이케아의 존재감이 미비해지는 순간이 온다. TV나 오디오, 세탁기 등 스마트홈의 핵심은 가구라기보다 전자제품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활밀착형만 강조하기에는 전자 인프라가 부실하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마치 구원처럼 반도체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 시대를 기점으로 반도체는 플랙시블로 대표되는 기술의 집적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더 작고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반도체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이케아는 스마트홈의 승부수를 던질 여지가 생긴다. 어려운 일이지만 전자기술만 잡아가면 나머지 생체공학적 반도체 기술의 특성으로 단숨에 생활밀착형을 내세운 스마트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완급조절도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의 협력이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6를 런칭한 삼성전자는 이케아와 무선충전기술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생활밀착형에 가장 부합하는 이케아의 특성과 전자기술의 삼성전자가 힘을 모았다는 뜻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는 ‘충전’이라는 대목에서 생활밀착형 인프라의 가능성을 절감하고 있었으며, 그 적절한 파트너가 이케아라는 점을 눈치챘다. 이는 역으로 이케아의 강점이다.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기술보다 ‘환경’이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스마트홈의 필수조건인 생활밀착형에 가장 어울리는 아이템인 ‘가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는 기본적인 ‘정신’까지 더해지며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직접화와 이케아 스스로 IT기술과의 연동 및 연합, 혹은 독자적 활로까지 모색하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결국 이케아는 스마트홈의 왕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케아는 스마트홈 경쟁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는 편이다. 기술의 발전은 연동 및 연합으로 어느정도 여지가 있으나 ‘생활밀착형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특징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물론 경계해야할 지점도 있다. 단순히 스마트홈 기기를 만들었다고 이를 사물인터넷 기술로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호환되는 네트워크가 필수다. 그리고 이케아는 이 지점에서도 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전사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라도 이케아가 스마트홈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최근 방한했던 캐빈 애시턴은 '사물인터넷의 원조'다. 그는 LG CNS가 초청한 강연에서 "립스틱 판매에서 사물인터넷의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곧 연결을 방점으로 찍어 정확한 데이터와 통계를 자유롭게 산출할 수 있는 모델이 곧 사물인터넷의 핵심이라는 점을 설명한 셈이다. 흐릿한 사물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정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 핵심무기는 이케아가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