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집념의 승부사 정몽구 결단의 승부사〉
-박상하 지음
-무한 옮김
-1만2000원

매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서점가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한국 경제의 거목이었던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아산의 기일은 3월 21일. 2001년 타계 이후 매년 3월이 되면 ‘왕회장’ 아산의 경영 리더십을 다룬 각종 책들이 서가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아산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리더십을 기리는 책들이 유난히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출간된 <신화를 만든 정주영 리더십>이 10주기 특별판으로 재등장했는가 하면, 아산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대한민국 경제신화 정주영>이 출간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아산 관련 서적 중에서 눈에 띄는 책이 있다. ‘현대 신화’를 쓴 아산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아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까지 더불어 그린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간 <정주영 집념의 승부사 정몽구 결단의 승부사>가 주인공이다.

성공을 향한 아산의 집념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면 된다’로 알려진 그의 경영철학은 집념 그 자체였다. 울산 조선소 건설과 아산만방조제 건설(폐유조선 침몰 공법)은 아산이 가진 불굴의 집념으로 이뤄낸 성공 사례다.

물론 그의 집념이 눈부신 성공을 불러온 적도 있지만 뼈아픈 실패로 돌아온 때도 있었다. 아산 인생에서 옥의 티로 남았던 1992년 대통령선거 패배가 가장 대표적 사례다.

아산의 집념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이 아들 정몽구 회장의 결단력이다. 정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특유의 결단력을 바탕으로 성공 신화의 대를 이었다. 그는 평소 ‘돈이 안 되는 곳에는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이나 현대건설 인수 등 정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의 순간적 결단력과 추진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알 수 있다.

<정주영 집념의 승부사 정몽구 결단의 승부사>는 60년 한국경제 역사를 이끌어 온 정주영-정몽구 부자의 삶과 경영 업적을 깊이 있는 통찰과 혁신적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현대가(家) 계열사들의 경영 사례를 통해 두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심도 있게 표현해냈다.

특히 ‘현대’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성장시키기까지 두 회장이 쏟은 노력을 부각시키면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들이 자신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시켰는지, 경쟁자들과 어떻게 싸웠는지, 어떻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는지 비결을 공개한다.

이 책에는 지금의 현대·기아차그룹이 있기까지 정몽구 회장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정 회장의 경영 일대기가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학업을 마친 뒤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아버지의 후광은 전혀 없었다.

어머니 변중석 여사의 도움으로 현대자동차 서울사무소에 겨우 발을 들여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자동차 부품을 잔뜩 실은 트럭을 몰고서 전국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말단 부품과장직이 그 시작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의 흥망성쇠가 리더의 리더십에 절대적 영향을 받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 경험을 통해 깨달아왔다. 이 책에는 현대가(家)를 이끌어 온 두 부자의 리더십과 비법이 모두 나와 있다. 하지만 이를 답습하기 보다는 새로운 대안이 더 필요한 시대가 왔다.

지난해 <이기는 정주영 지지 않는 이병철>을 펴냈던 저자는 “두 회장의 경영비법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이들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