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연금·연금 펀드 등 활용… 지속가능 경제 활동 준비도 필수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한국의 베이비붐 1세대격인 1955년생들이 2010년에 일반적 정년 연령인 55세에 도달하면서 국내에서도 이제 대량 은퇴의 시기가 도래했다. 언제까지나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알았던 일이 어느새 우리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착각은 현재의 기대수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현재 기대수명은 30세 남자의 경우 77.5세, 여자는 84.1세로 은퇴 후 평균 20~30년 정도의 여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기대수명이 5년 이상 증가한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30세인 사람들의 경우 100세 이상 사는 것을 가정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오래 산다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지만, 노후 준비에서는 반드시 대비해야 할 ‘위험 요소’다.

두 번째 착각은 은퇴 후에는 소비 지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먹고 입고 누리던 것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각종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은퇴 직후의 가계소비는 5~2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9%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사실은 보유 자산이 높은 계층에서는 유의한 소비 감소가 없었으며, 낮은 계층에서의 소비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즉, 여건이 되는 한 소비 성향은 거의 바뀌지 않으며, 보유 자산이 부족한 경우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착각(?)은 뒤로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장기적 관점의 재테크는 각론보다 개론차 원의 접근이 훨씬 중요하다.

첫째, 가능한 빨리, 소득의 상당부분을 미래를 위해 준비하자.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일찍부터 많이 불입한 사람을 당할 수 없다.

둘째, 종신연금으로 충분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만기가 있는 소득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셋째, 노후 준비는 쓰기 어려운 곳에 넣어두자.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연금저축, 연금펀드 등을 이용하면 해약이 어려워 때때로 솟구치는 소비 욕구를 자동으로 억제하도록 도와준다.

넷째, 주식 비중을 높이자. 주식은 장기로 보유할수록 금리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심할지라도 노후자금만큼 주식투자가 어울리는 자금도 없을 것이다. 특히 연금펀드 등의 장기펀드를 활용하면 자동적으로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가능하다면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최고다. 우리보다 대규모 은퇴를 먼저 경험한 미국의 경우, 상당수가 경제적으로는 물론 여가 활용과 목적 의식 상실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말이 있다. 많지도 않은 자산을 적극적으로 굴리는 것 보다, 빨리 승진하고 오래 일하는 것이 자산축적에 더 큰 도움이 된다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행여나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풍요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의 리스크 관리법이다. 은퇴 후의 인생도 엄연히 삶의 일부분이고, 즐기며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