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엔저와 법인세 절감 등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며 GDP 성장 또한 작년 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들이 다시 본국으로 유턴하고, 해외 기업들의 일본 내 생산거점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친기업 정책도 정책이지만 무엇보다도 장기간 불황을 겪으며 그동안의 폐쇄적 자만심을 극복한 교훈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 등 각 국이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하는 가운데 일본도 산업가치사슬계획(Industrial Value-chain Initiative)을 수립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계획뿐만 아니라 혁신이 적용, 실천되는 일본 제조현장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던 차에 운 좋게도 최근 일본의 대표적 제조기업 몇 군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현장은 오히려 더욱 원천적이고 본질적인 전통에 깊게 파고드는 모습이었다. 혁신활동의 대명사로 알려진 토요타는 지난 2월부터 6S 활동을 시작했다. 현장개선의 기본이 되는 5S 활동(각주 1)에 ‘작법(作法, Saho)’을 새로 추가한 활동이다.

일본어로 ‘작법’이란 무엇을 ‘만드는 방법’과 함께 예의범절, 법식(法式), 관례, 의식 등 ‘지켜야 할 행동양식과 절차’를 의미한다. 구성원이 이를 현장의 기본이자 기초로 삼아 기존 활동을 강화함과 동시에 모든 활동을 반드시 지켜야 할 법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5S가 문제가 저절로 드러나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었다면, 6S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은퇴한 단카이세대(團塊世代)(각주 2)의 기술과 정신을 젊은 세대들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토요타의 6S를 통해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단지 변화된 방법론이 아닌 현장 가까이에서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면, 6S는 혁신의 본질이 현장 구성원의 노력과 실천을 기반으로 한 제조현장에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다 정교하게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장기침체와 현장 세대교체 과정에서 흐트러진 ‘토요타다움’을 다시 현장 구성원의 자발적 활동으로 되찾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우리 기업이 배워야 할 것은 여기에 있다. 혁신은 활동이다. 성공적이라고 평가된 혁신기법을 도입하고 모방하기 급급했던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현장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토요타의 6S를 보며 구성원 스스로가 더 나은 공장의 모습을 그리고,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가진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것, 그런 생각과 역량을 갖춘 직원들을 훈련시켜내는 것이 올바른 혁신의 원동력을 갖추는 방법이며 결코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선진기법에 매달리는 뿌리 깊은 혁신 의존증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그럴 듯한 이름을 갖춘 혁신기법이 등장한다 해도, 조직 구성원이 새로운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실천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성공적 혁신의 장은 바로 제조현장이요, 그 원동력은 바로 활동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각주 1) 정리(整理, Seiri), 정돈(整頓, Seiton), 청소(淸掃, Seiso), 청결(淸潔, Seiketsu), 습관화(習慣化, Shituke) 등 제조현장 각 부문의 모든 낭비요소를 개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토요타의 활동 5단계.

(각주 2)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나 1970~1980년대 일본 고도성장을 이끈 베이비 붐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