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생물(生物)과 같은 기업이다. 살아 숨 쉬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철강기업이라고만 하기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본업인 철강사업의 성장을 꾀하다 보니 에너지 활용, IT, 건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뤘다.

때론 에너지업체로, 때론 IT회사로, 건설사로 변신이 자유롭다. 모든 사업이 협업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업들도 많다. 포항에서 만난 포스코 직원 3인에게 물었다. 대답은 다양하다. 한 마디로 포스코를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포스코는 네모다.

“제철소 열만으로 감싼 지역난방 사업”
포스코의 환경오염 대표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어 낼 때 까지 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항의 포스코 공장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공장 굴뚝에서 솟구치는 하얀 연기는 수증기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공장 한편에 우뚝 서 있는 탑에는 환경감시센터가 있어 환경을 오염시키는 위험 요소를 제어한다. 포스코는 2009년 12월 저탄소 녹생성장을 계획, 실행 중이다. 여기엔 내부적인 요소 제거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까지 포함된다.

정준양 회장은 “녹색신사업을 발굴해 회사의 종합적인 전략 하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범포스코 녹색성장위원회가 선봉에서 진두지휘 하고 있다.

내부적인 탄소 발생 억제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포항에 있는 포스코공장 주변은 쾌적해졌다. 철 제조 과정에서 발생된 열에너지를 한군데 모아 재활용한다. 외부적으로는 지역난방 공급을 통해 탄소 배출 억제에 동참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메이트가 주체다. 직원 거주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벌였고, 일정 성과도 거뒀다.

포스메이트로부터 냉난방을 공급받는 가구 수는 1만1000세대다. 포항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을 위한 직원용 아파트와 포스텍에 공급된다. 가정과 공공기관(포스텍 관련 건물)에 난방열을 공급함으로써 가스나 석유 난방에서 발생되는 탄소 억제를 이룬 셈이다.

난방에 공급되는 에너지원은 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다. 열 발생에 있어 연료가 사용되지 않았으니 공급 가격도 싸다. 일 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구당 평균 냉난방비 지출 금액은 60만 원가량. 지역난방공사와 중앙 집중, 개별 도시가스 사용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

허 팀장은 “현재 활용 난방에너지를 공급받는 가구와 공공기관은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열이 사용외고 있어 환경보호에 적합한 형태”라고 말했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제철소 건설과 함께 지역민 난방 공급 사업의 동반 진출이 가능해 매출 확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포스코 공장과 직원 주택단지와의 거리는 24Km 정도 떨어져 있다. 파이프를 통해 열이 전달된다. 먼 거리에서도 열 손실 없이 전달이 이뤄져야 한다. 이게 가능할까. 그렇다. 열효율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돕는 철강 기술력이 파이프를 만들어 가능했다. 또 철 생산 과정에 활용됐던 전자제어 기술은 파이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건설의 기술력도 반영됐다.

파이프의 철은 포스코가, 자동제어 설비는 포스코ICT(과거 포스데어타, 포스콘)이 맡았고 포스코건설이 포스메이트를 만들었다. 철과 열 관리, 제어 기술의 결정체가 지역난방 사업에 활용됐다는 얘기다. 철강기업의 진화다.

포스메이트가 열을 활용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철소 안에는 소결공장이란 곳이 있다. 철광석에 들어가는 부원료를 만드는 곳으로 800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250∼400도의 가스가 발생한다.

가스를 저장고에 모으고 열기로 중온수 (120도의 물)를 만들어 내기만 하면 난방이 가능하다. 열기를 빼앗겨 식은 물은 다시 제철소 소결공장으로 들어가 중온수로 만들어 진 뒤 공급된다. 뜨거운 물이 보일러 배열관을 통해 건물에 유입됐다가 다시 보일러로 순환해 열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법은 난방뿐 아니라 냉방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흡수식 냉동기를 활용해 중온수에 특수물질(리듐브로마이드)을 섞어 주변 열을 흡수한다. 리듐브로마이드는 열을 흡수하면 물이 되는데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을 주입해 기체 형태로 만들어 순환시킨다.

포스코는 이 같은 사업을 위해 37억 원을 투자했다. 제철소와 직원 주택 간 파이프를 매설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포스메이트의 역할로 인해 원유 절감 효과는 물론 2만9000톤의 CO2 저감 효과를 거뒀다. 2만9000톤은 자동차 1만5000대가 만들 때까지 발생되는 CO2의 양이다.

포스코는 2011년 까지 공급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철소 내 배열 회수 설비를 증설에 24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허 팀장은 “(포스메이트가) 2009년 집단 에너지 산업 대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과 사업 능력에 대해 정부로 부터 공식 인정을 받은 셈이다. 수많은 지자체 고위관리자들의 포스코의 지역난방 등 저탄소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포스메이트를 찾고 있다.

이밖에도 포스메이트 지하엔 각종 전선이 매설돼 있다. 전봇대에 사용되던 것을 지하로 내린 것으로 효율적인 관리와 위험 요소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 했다. 포스코를 단순히 철강기업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지하철 개찰구도 포스코의 작품”
제철소에서 철이 생산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쇳물이 만들어지는데 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친다. 모든 과정에서 고온이 발생,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자동시스템이 필수다. 컴퓨터로 모든 업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IT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철강산업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고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2400도의 고열이 필요하고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데 몇 명의 인력이 투입될까. 혹자는 막연히 많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로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8명 남짓이다.

근무 교대까지 합치면 수는 늘어나겠지만 적은 인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모든 작업이 시스템화 돼 있어 근무자는 중앙 관제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특별 정비팀이 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고로와 주변 시설물에 있는 각종 센서와 CCTV, 제어 시스템이다. 모두 IT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제품 생산 단계인 열연 과정에서도 IT기술이 활용된다. 뜨거운 철을 늘리고 모양을 완성할 때 물 공급량과 압력 등을 조절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직접 할 수 없는 과정이다.

“IT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철강산업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지하철 개찰구 등 사업에 포스코가 참여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게 프로그램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이 제철소다.”

심민석 PCL제어팀 팀장의 말이다. PCL팀은 컴퓨터로 프린터를 제어하는 기술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철강산업에선 각종 철강 관련 장비에 대한 제어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이다.

철강에서 IT기술 발전은 사람의 안전과 관련이 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요소를 제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과 사물 등 위치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RFID를 떠올려보자. 흔히 물류 회사에서 많이 쓰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철소에서 많이 쓰이는 기술이다. 제철소의 경우 지상 건물보다 지하에 많은 시설물이 만들어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험한 곳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 쉽게 구출할 수 있다. 직원이 RFID테크를 착용하고 업무에 나서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물류 센터의 경우 생산 제품에 RFID를 붙여 상황에 따른 제품을 찾아내 공급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영은 사람 존중이다. 현장 작업자들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사고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IT기술의 개발과 발전이 중요하다.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활용 범위는 매우 넓어지고 있다.”

철이 생산되는 전 과정이 자동화 되도록 IT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포스코. 기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심 팀장. 사람을 귀하게 여기겠다는 포스코의 경영 목표가 IT기술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연료전지 상용화 ‘빛의 혁명’ 이끌 것”
미래는 전기의 시대다. 화석에너지의 고갈은 에너지 자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전기 사용량은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다. 전기차가 출시됐고, 스마트그리드가 적용된 주택을 선보였다.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전기는 매력 있는 에너지다. 현재 전기는 화력발전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석탄을 태워 발생된 열에너지로 모터를 돌리고 전기를 만들어 낸다. 석탄 대신 천연가스(LNG)가 사용되기도 한다.

현 구조대로라면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환경오염을 하는 격이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 수자력 발전, 태양열 발전은 예외다. 다만 설비를 갖추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활성화 되지 못했다. 비용 대비 전력 발생양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연료전지가 국산화 되고 시장에 보편화 되면 해결 될 수 있다.”
박규호 포스코파워 연료전지부분 팀 리더는 연료전지는 차세대 에너지 발전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연료전지란 뭘까. 이름만 보고 배터리로 생각을 했다면 큰 오산. 과학기술이 총집결 된 미래형 발전소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발생되는 과정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탄소 배출량은 O. 발전소를 운영할 때 나오는 것이라곤 물이 전부다.

고열로 인해 수증기가 된 물은 난방에 사용이 가능하다. 탄소 배출량 하나 없이 전기와 난방열을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2007년부터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해 왔다. 친환경 경영의 일환에서다. 자체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법도 연구했다. 그렇다보니 국내 연료전지 기술 부분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 박 팀 리더의 말이다.

“연료전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는 매우 질이 높다.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들어 내는 것에 비해 효율성도 뛰어나다. 태양광과 풍력이 날씨에 제한을 받은 천연에너지라면 연료전지는 365일 내내 환경 변화에 제한 없이 가동이 가능하다. 발전소 건설 공간의 제약이 적어 적용 범위도 넓다. 제철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비슷한 점이 많다.”

포스코파워의 연료전지 개발에는 제철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건설과 제어, 활용에까지 활용됐다. 향후 연료전기 기술 개발은 포스코파워가 만들어 내야 할 몫이다.

연료전지 상용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하는 점이다. 수소는 폭발성이 강한 화학원소다. 공기와 물 등에서 추출이 가능하지만 수소만 분리해내는 기술이 상용화되기엔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포스코파워가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부분이다.

포스코파워는 현재 LNG를 수소연료로 활용해 전기를 발생하는 연료전지를 만들었다. 연료개질기에 LNG가 들어가면 수소를 많이 포함하는 가스로 변환되고, 연료전지 본체에서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발생하도록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결실이라는 게 한국전기연구원의 평가다. 기존 전기 발생과 대비해 탄소 배출량이 1/38로 줄었기 때문이다. 박 팀 리더는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탄소배출 0의 결실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만 성공한다면 포스코의 힘으로 꿈의 에너지를 만들어 상용화 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연료전지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발전소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연료전지 본체가 작아질 수 있다.

대형 건물을 지을 때 연료전지 발전소를 내부에 만들어 자체 전기 공급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더 나아가 민간 사업자가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민간 에너지사가 생길 수 있다. 민간 경쟁사가 늘면 전기료 인하 효과도 예상된다.

영국의 사례를 보자. 연료전지를 바탕으로 하는 곳은 아니지만 자국 내 다수의 전기 공급사가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듯 소비자는 자신 입맛에 맞는 전기를 골라 쓴다.

전기 수급 문제는 사라졌고, 전기료가 낮아져 누구나 부담 없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료전지가 포함된다면 포스코가 꿈꿔 온 미래형 도시 모델과 흡사하다.
포스코는 2015년까지 100% 연료전지 부품 국산화를 완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추진 중인 자원개발 사업과 연계해 에너지 사업 진출도 준비 중에 있다.

종합그룹 변신 해외수주 활발

포스코가 철강기업을 넘어 종합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7월 중국 지린성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철강, 건설, 토목, IT, 자동차 등 5개 사업부문이 참여해 공사를 따낸 것. 도시개발에 있어 모든 기반시설 등을 포스코가 만들게 된 셈이다.

지린성 관계자는 “당초 수많은 외국 업체들이 참여했지만 포스코가 종합그룹으로서 다양한 사업군을 갖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 했다”고 밝혔다.

지린성 협약에는 철강을 비롯한 포스코의 다양한 사업군의 동반 진출이 포함돼 있다. 철강 분야에선 강재가공기지 건설, 제철소 합리화, 제철 원료 개발 등에 참여한다. 비철강분야는 물류기지 건설, 항만 건설, 바이오에탄올, 전기자동차,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이 다수 포진돼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