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가 이 중요한 기사를 놓쳤다. 다수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새벽 외신을 통해 들어온 미국 발 기사다. 이런 내용이다.

“미국의 ‘납세의 날’인 15일(현지시각) 미국 전역 230개 도시와 대학에서 최저임금 인상 연대시위가 열렸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서 시간당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일제히 동맹 파업과 연대시위를 벌였다. ‘15달러를 위한 투쟁’을 내세운 시위에는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노동자뿐 아니라 공항·유통업체 종사자, 대학강사, 보육교사 등 타 직종 저임금 노동자들이 합세했다.”

흥행만점 부패 스캔들로 지면이 부족한 판에 바다 건너 데모 소식이었으니 당직 기자의 졸린 눈에는 그저 휴지통 감이었겠다. 하지만 그것은 임금 이슈를 작금의 위태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핵심 키워드로 등극시키는 신호탄일 지도 모른다.

이번 시위는 ‘최저임금 인상’이란 구호가 갖는 ‘동력(動力)의 강력함’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규모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타 직종까지 끌어 들였다. 앞서 미국 내 각 주 의회들도 속속 동참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10.10달러까지 인상하는 오바마의 ‘텐텐 법안’이 공화당 반대로 머뭇거리는 사이 자체 법률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주 의회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구호는 국경도 넘어섰다. 같은 날 아테네, 토론토, 상파울루, 홍콩 등 세계 여러 도시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동조시위가 벌어졌다. 빈부격차 해소 등 다소 막연한 외침에 그쳤던 2011년 ‘월가 점령시위’와 달리 이번 시위는 구호의 구체성과 현실성으로 인해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외신을 보니 디플레를 우려하는 각국 정부들도 반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게 되면 잔뜩 위축해 있는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영국, 독일, 일본이 잇달아 최저임금 인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국내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을 제안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모처럼 정치적으론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 시간당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커피전문점 커피 한 잔 값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33개 단체로 이뤄진 최저임금연대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 생산성을 훨씬 뛰어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 또는 소폭 인상하는데 그쳐야 한다는 논리다.

로버트 라이시 전 美노동부장관은 생각이 다르다. 그는 “일반적으로 CEO, 회사, 부자들이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세금을 감세해줘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로 고용을 창출하는 계층은 중산층과 빈곤층이며 이들의 소비가 더 많은 직업이 생겨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고 중산층 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외신은 최저임금 시위가 단발에 그치지 않을 것을 예견한 맥도날드가 이번 시위에 앞서 무릎을 꿇었다고 전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번 시위의 모태가 된 3년 전 최저임금 시위의 타깃 업체다. 맥도날드가 지난 1일 법정 최저임금보다 최소 1달러를 더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월마트, 타깃, TJ맥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상요구를 수용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는 최저임금에 관한 한, 기업이 더 이상 절대적 결정권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저임금자나 노조는 물론 정부와 국민 다수가 온도 차이가 있을 뿐 시위대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7월 노·사·공익 대표 각각 9명씩 모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인상폭과 그에 따른 정부지원책 등도 함께 논의될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데스크와 당직기자들은 그 때쯤 어떤 선정적 뉴스가 언론 지면을 뒤덮더라도 바짝 정신 차리고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길 당부하고 싶다.  <이코노믹리뷰 편집인.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