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O2O 사업부가 중국석유화학이 보유한 2만개의 주유소 중 5000곳을 인수한다. 마윈 회장이 직접 인수합병을 주도하고 있으며 정부 인가가 떨어지면 5월 중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교통을 중심에 두다

시간을 돌려 중세 그리스로 떠나보자.

1460년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됐다. 술탄 메메드 2세가 이끄는 오스만군이 1204년 4차 십자군 이후 단 한 번도 정복하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도시를 무너트린 것이다. 5월 29일 새벽 2시 술탄 메메드 2세의 정예군대인 예니체리가 콘스탄티노플을 1000년 동안 지켜주던 테오도시오스 황제의 성벽을 넘어가는 순간 동로마 제국의 역사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되고 이스탄불이 되었다. 중세의 암흑기가 끝나고 근세가 열리는 순간이다.

술탄 메메드 2세는 왜 콘스탄티노플을 노렸을까? 물론 종교적 열망과 신념이 이유지만, 그 배경에는 교통의 요충지를 장악하기 위한 노림수가 숨어있다. 콘스탄티노플은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으로 나뉜다. 그런 이유로 콘스탄티노플은 동서양의 다양한 문물이 오가며 서로의 존재를 강렬하게 자각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교통의 요충지가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장식하는 장면은 수 없이 많다. 지중해의 패자였던 로마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베네치아도 마찬가지며 신라의 서라벌도 해양교역의 중심이었다. 역사는 언제나 교통의 요충지에서 시작됐다.

글로벌 ICT 기업, 교통을 노리다

알리바바가 중국 주유소의 25%를 인수하는 배경에는 ‘교통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뜻이 숨어있다. 메메드 2세처럼 요충지를 함락시켜 자신의 영지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흐름을 통제’하는 교통의 핵심을 장악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측면으로 보면 결국 의도는 같다.

여기에 O2O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가능성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일단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중심에 두고 주유소라는 교통의 요지를 선점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알리페이로 돈을 충전해 주유소에서 결제하고 OR코드 리더를 배포해 접근성을 견인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물류 회사인 중통을 포섭해 휘발류 택배 사업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편의성을 강조하는 영악함도 엿보인다. 최근 마켓워치는 알리바바가 자사 사이트 알리바오를 통해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가 개장한 온라인 편의점에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결과다.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는 숙박 및 관광지 입장권 판매 등으로 사업영역을 팽창시키며 온라인 영역을 노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의 주유소에서 자신의 상품을 쉽게 판매할 수 있다. 결국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라는 거점을 통해 자사의 인프라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애플도 교통을 노리고 있다. 최근 테슬라 모터스 인수 가능성까지 점쳐지며 타이탄 프로젝트로 명명된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2020년 일차적으로 전기자동차 출시를 목표로 CEO인 팀 쿡이 키를 맡아 1000여명의 직원들과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다. 포드 엔지니어 출신으로 아이폰 개발관련 업무를 수행한 스티브 자데스키(SteveZadesky)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어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애플이 원하는 것은 무인자동차, 엄밀히 말해 자율주행차량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기술의 발전으로 초연결이 화두로 부상한 상태에서, 사용자 경험에 착안한 시공간의 연속성이 자동차 산업에도 이식되는 셈이다. 물론 사물인터넷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뚜렷한 경제적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도 포함된다. 결국 ‘자동차로 수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애플의 태양광 에너지 사업 및 매물로 나온 노키아의 ‘히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구글도 무인자동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X를 통해 자체 기술력을 개발하는 한편 우버와 협력해 새로운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이미 프로토 타입은 등장한 상태며,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완벽한 수준의 무인자동차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왜 교통을 노리는가?

글로벌 ICT 기업은 왜 자동차에 관심이 많을까? 답은 간단하다. 실질적인 수익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며, 빅데이터 및 위치기반 서비스와 같은 부가적인 이윤창출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통이라는 ‘기본적인 이득’도 포함된다.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면 재화가 생긴다는 오래된 격언이 연상되는 이유다.

게다가 ICT 기업 입장에서 자동차 및 운송수단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완벽한 단말기다. 자동차가 곧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이 MP3와 컴퓨터, 전화 등 다양한 기능을 흡수한 것처럼 자동차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더욱 강력한 폭발성을 가진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무기는 연속성을 담보하며, 당연히 객체의 모든 활동을 24시간 지원하는 것에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미묘한 차이

하지만 이 대목에서 알리바바와 기타 애플, 구글의 접근법은 다소 미묘하다. 알리바바는 주력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에 둔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 시스템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모바일 및 O2O,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에 집중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잡아간다는 뜻이다.

반면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에 집중해 철저히 디바이스 중심의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양사는 다소 미묘한 온도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구글은 알리바바와 같은 플랫폼 알고리즘을 일정정도 차용해 다양한 선택지를 모색하는 반면 애플은 테슬라 모터스와 같이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규정해 그 자체로 혁신을 일으키려 한다.

이는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알리바바의 접근법은 기술의 발전이 아닌, 시스템의 정교함으로 승부가 갈릴 확률이 높으며 애플의 접근법은 철저하게 디바이스 중심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교통이라는 커다란 패러다임을 놓고 보면, 글로벌 ICR 기업들은 필연적인 선택의 순간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알고리즘이라는 플랫폼을 가져가느냐, 아니면 기술의 발전이라는 콘텐츠를 가져가느냐, 그것도 아니라면 둘을 동시에 노리느냐. 여기서 확실한 것은, 다양한 접근법은 조만간 ‘만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