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회사생활 실패 경험 통한 역설… 직장인 커리어 길잡이 역할

‘감춰야 알려지고 그래야 성공한다’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잘난 사람들은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진짜 실력자라면 굳이 여기저기 자랑하며 과시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아요.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죠.” 지난 22일 만난 경영컨설턴트이자 1인기업 탤런트랩의 허병민(36) 대표가 말한 직장생활 잘 하는 비결이다.

잘난 사람들은 ‘재주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마치 가난에 허덕이던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다가 어느 정도 재산이 모여 따뜻해지니 게을러지고 돈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거란다.

허 대표는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하고 진득하게 일하라”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때가 되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이에 대해 한스컨설팅 한근태 대표의 말을 인용했다. 매번 삼진을 당하면서 언젠가는 홈런을 치고 말겠다고 있는 힘껏 치는 사람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매번 성실히 작은 안타를 만드는 사람이 팀에도 유리하고 이런 사람이 대성할 수 있다고.

그는 몇 차례 대기업에 스카우트 됐다가 퇴사하기를 반복하면서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자신의 문제점과 실패담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과감하게 요리한 결실이 최근 펴낸 책 <1년만 버텨라>다. 조만간 중국에도 수출된다. SK네트웍스, 비트컴퓨터, 썬앳푸드, 신원그룹, 그린손해보험 등 내로라하는 CEO(최고경영자)들이 주목한 책이기도 하다.

기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일 잘하는 악마’와 ‘일 못하는 천사’ 중 누가 더 낫습니까?” 나쁜 성격은 고쳐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일 못하는 사람보다 팀에 큰 해악을 가져다 줄 수 있단다. 오만한 천재보다 함께 갈 줄 아는 동료가 회사가 원하는 진정한 인재상이라는 게 허 대표의 지론이다.

다시 책 제목에 대한 질문을 날렸다. “1년만 버텨라…. 의미하는 바가 뭐죠?”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사실 책 제목이 제가 말하려는 내용을 대변하는 핵심 주제는 아니에요.” 헉, 이게 아닌데. 그의 입에서 ‘맞아요.’라는 답과 함께 일장연설을 기대한 터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反轉). “그런데 중요한 건 회사에서 1년을 못 버티면 그 어디를 가더라도 얼마 못 있을 뿐더러 자신이 기대하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 왜 꼭 1년이란 기간일까. “성향, 개성, 스타일 등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직장생활 자체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거든요.” 허 대표는 이어 직장생활의 성공 코드를 제시했다.

“인간성, 성실성, 인내심 이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실질적인 ‘관계’를 지탱하는 본질입니다.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능력 자산이 아닌 신뢰 자산을 가진 사람이에요.” 허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을 거쳐 두산동아, 오티스 엘리베이터, LG생활건강 등에서 근무했다.

그룹 ‘피아노’의 보컬 겸 작사가, 문화평론가로도 활동했다. 경영컨설턴트·리더십 코치인 현재의 모습은 어쩌면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펼친 ‘능력자’로서 겪은 시행착오가 자양분이 된 결과다. 곧 20대~30대를 위한 자기계발서를 ‘네 번째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