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샤오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혹자는 샤오미의 강력한 경쟁력에 주목하며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대상'으로 지목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그 경쟁력은 인정해도 '특허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진 불나방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무엇이 진실일까?

사실 현 시점에서 샤오미의 거취를 단정적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문제는 보이지만 기묘한 방식으로 상식을 파괴하는 장면은 '혹시?'라는 의구심을 박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샤오미의 결론'을 짐작하려면 '무엇이 샤오미를 특별하게 만드는가?'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모든 전망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 출처=샤오미

카피캣 전략
모두가 알고있는 당연한 말이지만 샤오미는 카피캣 전략으로 초반 승기를 잡았다. 이는 냉정하게 말해 중국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으며, 샤오미 입장에서 단기간에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스스로 한계를 가두는 패착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미는 단순한 카피캣 전략에서 탈피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철저한 저가 포지셔닝 정책과 스마트폰 부가장치에 집중하는 로드맵, 사업 다각화가 여기에 포함된다. 지역적 특수성을 통해 특허를 무시하는 기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정체성을 추가시키는 전략은 어쩌면 샤오미의 또 다른 특허일 수 있다.

박리다매, 그리고 소프트웨어
샤오미는 노골적인 카피캣 정책을 고수하는 한편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박리다매 정책이다. 샤오미는 자사의 뛰어난 고스펙 스마트폰을 거의 제조원가에 팔기 시작했다. 레이 쥔 샤오미 CEO는 이 대목에 이르러 "스마트폰은 우리의 주력산업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정리하자면, 샤오미는 하드웨어를 강화한 고스펙 스마트폰을 박리다매로 팔아 치우며 또 다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일까? 바로 소프트웨어 전략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본다 먼저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한 OS인 미유아이(MIUI)를 공개한 바 있다. 중국에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했으며 킹소프트의 대표까지 역임했던 레이쥔 CEO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미유아이를 무기로 삼아 철저하게 소프트웨어 집중한 판매정책을 세웠다. 결국 스마트폰은 단순한 도구였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점에도 샤오미의 카피캣 본능이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철저히 애플을 카피하며 기업문화부터 조직까지 바꿔 나갔다. 미유아이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미있다. 궁극적으로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정책을 중심에 두고 아예 하드웨어를 수단으로 종속시켜 버렸다는 결론이다. 또 그런 이유로 박리다매가 가능했던 셈이다.

사실 이 부분을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훌륭하다. 콘텐츠와 하드웨어에 담긴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를 사로잡는 전략은 도래하는 모바일 시대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삼성전자의 타이젠과 명확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차기 성장동력인 타이젠을 스마트폰에 탑재시켜 저가 라인업에 포지셔닝했다. 의도는 좋다.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길 월하는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원했고, 그런 이유로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스마트폰 경쟁력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향후 계획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타이젠을 이용해 저가 스마트폰부터 잡아가는 전략은 지나친 제조 인프라에 갇힐 위험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실패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타이젠을 스마트폰이 아닌 웨어러블 및 가전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했다면 최소한 경쟁자들과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경쟁할 수 있겠지만, 당장의 스마트폰 제조 인프라에 갇혀 타이젠을 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에 집중시킨 것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파급력을 고려하지 못한 패착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용기를 내 소프트웨어에 더욱 힘을 실었어야 했다.

팬덤의 힘
주말마다 샤오미는 자사의 팬덤인 미펀을 위해 파티를 연다. 그리고 미펀은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이 사랑하는 샤오미의 기능적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샤오미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사의 정책에 반영한다.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가 나의 의견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한다. 미펀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마케팅 모델이다.

사실 미펀이 샤오미의 성공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양한 사례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미펀이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라는 위대한 혁명가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삼아 아이폰에 심었다면, 샤오미는 보다 대중적이며 뜨겁고 열정적인 모두의 이야기를 자신의 제품에 심었다. 이는 또 하나의 전설로 남아 샤오미를 받쳐주는 저력으로 움직인다. 휩쓸리게 만드는 힘. 미펀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최근 샤오미는 미펀을 해외시장에서 활용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모든 계획이 샤오미의 생각대로 진행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펀에는 애국심 마케팅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으로 샤오미를 세계 최고로 만들겠어'라는 열정이 미펀을 움직이는 힘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셔널리즘은 자국에서만 통용된다. 아직 완벽한 지구촌 시대를 맞이하려면 한참의 시간이 남은 지금, 샤오미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결국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니면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만들거나.

이제, 진짜를 만나자
여기까지 샤오미의 성공전략으로 카피캣 전략과 박리다매,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과 미펀의 존재를 짚었다. 이제 진짜를 만날 순간이다.

지금까지의 샤오미를 만드는 저력이 카피캣 전략과 박리다매,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과 미펀의 존재라면 다음은 무엇일까? 일단 샤오미는 상술한 경쟁력을 모두 가져가는 전제로 또 하나의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당신의 모든 생활에 녹아든 샤오미'다.

최근 샤오미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라우터를 비롯해 웨어러블, 스마트홈까지 거침이 없다.

그런데 가격이 놀랍다. 지난달 31일 샤오미는 미펀제를 통해  미 스마트 체중계와 스마트 TV인 미TV 2, 3개의 USB 단자와 3개의 콘센트를 갖춘 멀티탭 미 스마트 파워 스트립, 미 노트 핑크 에디션 스마트폰, 보급형 스마트폰인 레드미2A 등 5개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그런데 공개된 미 스마트 체중계의 가격은 99위안, 한화로 2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비슷한 성능의 스마트 체중계 가격이 2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시무시한 가격 경쟁력이다.

▲ 출처=샤오미

미펀제를 통해 3개의 USB 단자와 3개의 콘센트를 갖춘 멀티탭인 미 스마트 파워 스트립이 포함된 것도 재미있다. 이제 멀티탭까지 팔고있는 셈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의 디테일한 부분을 모두 잡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 스마트TV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멀티탭까지. 모두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 영어교육 서비스업체 샤오짠교육(小站教育)이 최근 약 320억 원의 자금을 조달받는 상황에서 레이 쥔 샤오미 CEO가 주도하는 투자회사 순웨이(順爲)캐피털이 공동 투자자로 나선 대목도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들어오길 원하는 셈이다. 사업다각화가 단순히 생존확률을 높히기 위한 '수'로만 여겨지면 곤란한 이유다. 샤오미는 시나닷컴에서 TV 서비스 사업을 총괄했던 첸통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샤오미의 마케팅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헝거 마케팅을 구사하며 아예 카피캣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대륙의 실수라 여겨지는 보조배터리가 단적인 사례다. 현재 없어서 못파는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말 그대로 악세서리 제품의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보조배터리가 주목을 받으며 필연적으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상상해보라. 아이폰의 옆에 끼워진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그 자체로 샤오미는 카피캣을 활용한 절대적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샤오미의 악세서리 정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주변부에서 시작된 중심부로의 진격에 스마트 기기 악세서리는 가장 정답에 가깝다. 현재 샤오미의 지상과제는 중국 외 지역에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막강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샤오미의 악세서리는 기존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자신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시장에 진출하며 헤드폰을 비롯한 악세서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인 이유다.

외줄을 타다
샤오미는 최근 미펀제를 통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샤오미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TV, 피트니스 밴드 등 각종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 결과 12시간 만에 스마트폰 212만대를 팔아 총 20억8000만위안(약 3650억원)의 매출고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경쟁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특허가 문제다. 그리고 현재 특허는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튀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이유로 샤오미는 아직 글로벌 무대를 노리기 전이지만 사업다각화 및 악세서리 정책에 집중하며 본연의 야욕과 현실적 타협을 동시에 추구하는 분위기다. 결국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아킬레스건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구글과 오라클의 특허전쟁이 구글의 승리로 끝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선의 모바일용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한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인정을 받으며 지금까지 세상을 지배하던 특허의 룰이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특허 사냥꾼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행보가 노골적인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샤오미는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릴 여지도 생겼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