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Lu:)
 

▲ '루'의 정1품 칵테일.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윤희 기자

외국 여행 중 이국적인 산해진미에 넋을 빼놓다가도 따끈한 국과 흰 밥에 김치를 얹어 먹어야 뱃속부터 뜨끈해지는 게 ‘소울푸드’란 말이 이래서 나왔나 보다 싶다. “식사했냐”가 “How are you?”인, 고칼로리의 외국음식도 간식으로 여기는 한국인에게는 한식은 지구 최고의 건강식이고, 집착에 가까운 애정이고, 문화 그 자체다.

그런데도 한국 말고 한식을 즐기는 나라는 거의 없다. 외국의 한식당들은 한국 교민이나 한국인 관광객만을 상대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주장한 정부도 허무하게 광고비만 쓰고 후퇴했다.

서양 사람들은 일본음식처럼 단정하고 정갈한 플레이트 상차림이나 중국 음식처럼 서민적이고 푸짐한 배달 요리, 낯선 베트남이나 인도의 향신료 음식은 좋아했지만 한식은 여전히 한국인에게만 맛있는 음식으로 남았다.

▲ '루'의 김치 라자냐.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윤희 기자

이런 인기없는 한식을 서양 요리의 주무대인 파인다이닝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양념이 많아 지저분하다는 인식의 한식을 외국인들이 찾는 트렌디한 고급 라운지에 가져온다는 것도 모험임에 분명했다.

코엑스에 ‘루(Lu:)’라는 한식 타파스 라운지가 생겼다고 했을 때도 라운지라기보다 고급 한식당이겠거니 했다. 주말 지방에서 일하는 후배가 서울에 온다기에 예약없이 이 곳을 찾았다. 코엑스몰은 리뉴얼한 후 아주 개미지옥이 됐다고 투덜대며 한참을 헤맸다. 막상 찾고 나니 업소는 코엑스 컨벤션센터 내부였다.

입구에 리셉셔니스트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직접 자리까지 안내했다. 라운지 음악이 흐르는 내부는 천고가 높고 조명이 낮았다. 내부 인테리어나 중앙에 위치한 바도 해외 라운지와도 견줄 만 했다. 그러나 경희루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한국적인 문양이 튀지 않게 녹아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윤희 기자

이 집, 메뉴도 재밌다. 아이패드 메뉴판에는 육식을 즐겼다는 ‘세종’의 식단을 타파스 메뉴로 개발해 내놓는 것부터 명성황후, 정1품, 희빈 등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칵테일로 내논 위트가 돋보인다. 정1품은 계피 향이 나는 보드카 베이스의 칵테일인데 서버가 잔과 함께 미니 병풀을 셋팅해 주는 퍼포먼스가 아기자기하다.

김치 라자냐는 정말 반해버린 메뉴. 진하고 부드러운 라자냐에 맵지 않은 김치가 아삭하게 씹혀온다. 뉴요커도 이 메뉴를 맛본다면 단박에 소울푸드로 여기게 될 것 같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윤희 기자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159 코엑스컨벤션센터 1층

전화번호: 02-6002-2003

영업시간: 11:00~15:00 / 18:00~02:00 연중무휴

►주차: 이용 가능

비고: 코엑스몰이 아니라 컨벤션센터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