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안국수치과 원장.

날씨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냥 평범한 초여름 날씨였던 것 같다. 대학생 시절, 평일에 누님께서 다니던 대학교를 간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 날 수업은 일명 ‘땡땡이’를 쳤을 것이다.

초·중·고 시절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행동을 한 목적은 누님을 도우러 간다는 명목으로 대학의 자유(방종?)를 만끽하려는 예과 1학년생(치의학과는 예과 2년과 그 후 본과 4년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의 패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당시 누님은 치위생과를 다녔다(참고로 필자가 치과의사를 선택한 것에 일조했다). 치위생과를 다니면 학과 커리큘럼 중에 스케일링 실습이 필수적으로 있다. 이 실습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실습상대를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학생이 실습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무료이긴 하지만 실습대상이 된다는 약간의 꺼림칙한 일과 평일 시간에 맞춰 학교까지 찾아가서 스케일링을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누님도 실습상대를 찾느라 걱정이 많았고, 그 걱정을 바쁜 고3을 지나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동생이 거들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로 가는 길은 평범했다. 학교에 들어서서 누님을 만나니 왠지 더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서로 성(性)이 다르기도 했고 뭔가 좀 무뚝뚝한 집안 분위기 덕에 그리 살가운 남매는 아니었지만 밖에서 만나니 왠지 더 애틋했다.

실습 짝궁인 누님의 친구도 소개받고, 교수님과 인사도 했다. 누님께서 미리 언질을 줬는지 필자가 치과대학을 다닌다는 사실도 아셨다.

체어(의자)에 누워 누님에게 스케일링을 받았다. 그 당시에 받았던 스케일링은 치과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스케일링과는 사뭇 달랐다. 흔히들 스케일링이라고 하면 연상하는 ‘찡~’하는 소리가 인상적인 초음파 진동을 이용한 스케일링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 실습이라 그런지 스테인레스 재질의 날이 잘 선 기구를 이용한 스케일링을 받았다. 치아의 반을 좌우로 나눠서 한 쪽은 누님께서 스케일링을 하고, 나머지 반은 실습 짝궁이 스케일링을 했다. 스케일링을 하는 동안 실습 짝꿍은 서로 어시스트(보조일)를 담당했다.

치아에 칫솔이 아닌 금속 기구가 닿는 느낌이 낯설게 느껴졌다. 누님 짝꿍의 긴장한 몸짓, 실수로 생긴 잇몸의 상처 같은 것들이 어슴푸레 기억이 난다. 스케일링을 받는 동안 치석이 별로 없다는 핀잔 아닌 핀잔도 들어야 했다. 스케일링을 받고 나니 전반적으로 잇몸이 얼얼했다는 것과 아래 앞니 안쪽을 혀로 만져보니, 치아 사이사이의 틈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 치아 사이사이를 치석이 메우고 있었으리라.

스케일링을 받고 누님께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되었다. 누님과 함께 집에 오는 길에 간단히 식사를 했다. 잇몸이 얼얼한데다 밥을 씹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증상은 더 심했다. 하지만 통증이 있거나 불편해서 식사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집에 도착해서 잠들기 전까지도 잇몸의 불편감은 지속됐다. 다행히 이 불편감은 자고 일어나자 말끔하게 없어졌다.

그 후 스케일링을 받기 보다는 해 주는 입장이 되었다. 파트너와 서로 스케일링 실습을 하기도 하고 본과 3학년이 되어서는 학생의사 신분으로 지인을 대상으로 스케일링을 하기도 했다. 그 때 부터 지금까지 스케일링을 하면서 많은 질문을 받곤 했다.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스케일링을 왜 해야 스케일링을 이해하려면 치아에 붙어있는 치석을 이해해야 한다. 치석이란 치아에 붙어있는 단단한 물질을 말한다. 게으름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양치를 안 하게 됐을 때 치아를 혀로 만져보면 치아가 거칠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손톱으로 긁어 보면 하얀 물질이 긁혀 나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치아의 때인 치태이다.

이 치태는 치아에 붙은 세균 덩어리로 우리가 목욕탕에서 미는 때와는 기원이 다르다. 몸의 때 기원은 피부 표피의 각화된 각질형성세포인 반면, 치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액이나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나오는 치은열구액의 미네럴 침착으로 인해 점점 경화가 된다. 그리고 치석이 형성되고 나면 그 위로 치태의 형성은 더 생기고, 위의 진행이 반복이 되면서 치석이 더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 치석이 양치질로는 절대 제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과에 방문하여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