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추가적인 달러강세 기조 여파로 향후 미국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는 과거 정책금리 인상 전 강세를 보이다가 오히려 금리인상 후 강세가 심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달러의 방향성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아닌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노동부는 3월 비농업부분 취업자수는 전월비 12만6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예상치인 24만5000명은 물론 지난 2월 26만4000명 일자리 증가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용시장 부진을 지적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추이 [출처:국제금융센터]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Fed는 금리인상에 대한 수정가이던스인 ‘인내심(patient)'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대신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라는 문구를 넣었다. ‘합리적 확신’에 대한 단서 조항으로는 고용과 물가를 지목했다. 따라서 고용지표의 부진은 ‘합리적 확신’이라는 부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에 대해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점점 지연되고 있는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저물가 압력과 달러강세가 금리인상결정을 더욱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학고 낮은 물가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은 유가하락에 따른 원자재가격 하락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에 기인한다”며 “만약 유가하락과 달러강세가 더 심해질 경우 물가하락압력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하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04년 금리인상 기간에 비해 너무 낮은 물가상승압력 [출처:KB투자증권]

이번 미국 고용지표의 부진원인은 기상여건 악화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과 함께 달러강세로 인한 미국의 신규 수주와 수출 수주가 둔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OA메릴린치는 기상여건에 민감한 건설업과 레저의 일자리 축소가 뚜렷했다고 전했다. BNP파리바도 3월 고용악화는 악천후가 절반 이상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라면 이는 크게 문제가 되질 않는다.

▲ 출처:KB투자증권

그렇다면 향후 미국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달러강세다. 아울러 달러강세는 미국 무역수지 악화와 고용부진에 이어 유가하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에 Fed의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다. 금리인상은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 기준금리 인상 선반영...인상 현실화시 오히려 반전 가능성도

그러나 과거 미국의 정책금리인상 후 오히려 달러강세가 수그러들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은 예상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Fed의 금리인상이 추가적인 달러강세를 이끌 수 있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달러강세가 우려돼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기준금리인상 → 달러 강세 → 미국고용부진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미국 S&P500과 미국 10년 국채 금리와 상관관계 분석 [출처:삼성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은 JP모건의 미국 S&P500의 수익률과 미국 10년 국채금리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분석자료를 인용, 재조명 한 결과 미국채 10년 금리가 5% 이하일 때 금리상승은 S&P500의 수익률 상승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수준이 5% 이하라면 주가는 상승하지만 이상일 경우 하락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채 10년물의 금리는 1.8%대를 기록하고 있어 Fed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증시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 단순 금리인상이 증시를 하락시킬 것이란 의견도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달러강세 심화를 두고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선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달러강세의 배경에는 통화정책의 선제적 반영은 물론 미국의 상대적으로 건강한 경제성장과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등의 국가들의 통화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장에 선반영, 추가적인 달러강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미국의 경제상황과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의 통화정책이 향후 달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준금리인상, 미국 제외한 여타국가들 경제상황에 달려

지난해 초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미국의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5~2016년 3.4%를 정점으로 2017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오는 2024년에는 2.0%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또한 2.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장기균형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당시 3.04%의 고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어 CBO는 올해 초 2015~2016년 실질GDP의 정점의 높이를 기존 3.4%에서 2.8~3.0% 하향 수정했다.

이와 함께 Fed의 미국 경제전망을 보면 미국의 실질GDP는 2015~2016년 2.3~2.7%를 정점으로 2017년 2.0~2.4%로 둔화돼 장기적으로는 2.0~2.3%의 성장률로 수렴한다.

신동준 하나대투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은 올해 9월 시작해 약 두차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연구원은 “2015~2016년이 미국 경제의 정점이라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년”이라며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강세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유로존과 일본 경제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제외한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회복은 미국으로의 자산쏠림을 막을 수 있다. 이는 달러수요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인한 위험자산선호현상으로 이어져 각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여부는 미국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경제의 방향과 그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시간당 임금상승률 추이 [출처:국제금융센터]

한편, 미국 고용선행성 지표로 보면 고용증가세가 반등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 3월말 기준 28만8500건을 기록해 전월대비 2만건이 축소됐다. 또한 비농업부문 취업자수에 선행하는 인력파견업 고용은 1~2월 감소했으나 3월에는 전월비 11만4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대인플레이션 등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부문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1%로 전월보다도 다소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