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 금융당국이 일본의 1990년대 경기 부양책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양적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디플레이션의 선제적 예측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조짐이 보일 경우 시장 기대치보다 강력한 양적완화를 시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플레이션 마이너스 전환시 ‘경제 재가동’ 어려워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R투자연구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02년 발간한 ‘1990년대 일본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라는 논문을 번역했다.

이 논문은 인플레이션이 제로(0)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유발되는 여러 이슈들을 조명하기 위해 1990년대 전반 일본 상황을 진단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논문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일본의 정책입안자들과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며, 부양책이 실패로 돌아가게 한 핵심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미국 연준은 정책 금리를 475bp 인하해, 약 40년 이래 최저치 수준인 1.75%로 책정했다.

당시 금리의 제로 수준의 하한(zero lower bound)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야기됐었다. 인플레이션이 한번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단기 이자율이 제로금리 한계에 접근하면 통화정책으로는 경제를 재가동하기가 어려워진다.

서상영 KR투자연구소 연구원은 “1990년대 중반 일본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인하했고, 오랜 동안 디플레이션 슬럼프로 빠질 수 있는 변곡점에 있었다”며 “일본의 상황과 현재의 미국 상황에서 유사점이 많으며,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90년 당시 부동산 가격 버블이 붕괴했던 것에 이어 성장률의 악화를 겪고 있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경제 침체로 인해 1995년 제로(0) 이하로 떨어졌다.

또 일본의 단기이자율은 1995년 말에 제로(0) 가까이 하락한 뒤 계속 유지됐다. 물가가 하락하면서 실질이자율은 (-)로 유지되면서 경제 성장이 발목잡혔다.

▲ 1990-1995년 미국과 일본의 금리 테일러 룰 분석

일본 디플레 예상 못해…추가 완화 필요

이러한 분석들에 근거해 논문은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타 국가들의 전문가들에게도 해당한다. 경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컨센서스 이코노믹스 설문에서 내놓은 세계 GDP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향후 2년 전망치를 보면 1990년대 후반까지 실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표됐다.

더욱이 금융시장 역시도 전망을 정확히 하지 못했다. 장기 채권 이자율은 1995년 초까지 5%로 높게 유지됐다.

실제 연준이 ‘예상한’ 인플레이션율과 실제의 차이를 테일러 공식에 대입했을 때, 실제 금리는 그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일본 통화정책 중 가장 큰 실패는 다가올 디플레이션 상황을 대비해 추가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에서 온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의 FRB/Global 모형을 토대로 보면, 만약 일본중앙은행(BOJ)이 1991년과 1995년 초 사이 단기이자율을 200bp 더 인하했다면,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논문은 분석했다.

서상영 KR투자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이 디플레이션 상황 예측을 실패했다는 것은 여타 국가들도 사전 예측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결국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율이 제로(0)에 근접할수록, 경제성장이나 물가 전망 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과 같은 하락 리스크도 함꼐 살펴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1990년대 전반 디플레이션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경제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실효성이 상당히 하락했다”며 “디플레이션의 리스크가 높을 때는 통화정책과 경제 활동에 대한 기준값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