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스른 나이듦의 미학 애잔한 감동
사랑이란 진부한 소재. 그렇다고 자극적이거나 뜨거운 장면도 없는. 좀처럼 보기 힘든 노인의 삶을 그린 영화다. 인터넷 발달 이후 자극적인 소재거리가 아니면 생존이 힘든 게 영화판 아니던가. 적어도 한국영화에선 말이다. 2007년 지진희 주연의 ‘수’ 이후 2010년 ‘아저씨’ ‘황해’까지 피는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피가 아니라면 남녀가 뜨겁게 뒤엉킨 볼거리라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다르다. 사랑, 그것도 노인의 사랑을 소재로 했다. 노인의 사랑이란 말에 육체적 호기심에 관심을 뒀다면 큰 오산. 가슴 뛰는 설렘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분도 없다. 잔잔한 애정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런데 묘한 설렘이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할 흥분감이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머리와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치매 걸린 부인을 둔 남편, 우유 배달 할아버지와 폐지 줍는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은 눈물을 부른다. 코끝이 찡한 감동도 밀려온다.

세월에 묻혀 잊고 지냈던 나이 듦의 미학이랄까. 잊고 지냈던 추억의 그리움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나이 듦에, 익숙해짐에 잊고 지냈던 감정은 죽음 앞에 깊이를 드러낸다. 웅덩이처럼 깊어진 외로움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은 사랑이다. 연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부모와의 사랑 등 어떤 것도 상관없다. 끊임없이 사랑하라. 그리고 아파하라.

영화의 메시지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시대는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뭔가는 분명 있고 그것을 잊고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님, 가족, 사랑, 꿈, 희망 등. 전세대가 공감하기 어려운 뜬구름 잡기 식의 주제를 사랑이란 주제로 풀어낸 것이다.

이순재, 송재호, 김수미, 윤소정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명연기자의 타이틀이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인생 선배가 동년배와 선후배에게 전하는 일종의 울림이다. 세월에 익숙해져 잊고 살았던 것은 없는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바쁜 일상에 치여 눈물 흘릴 틈도 없이 지내고 있거나 자신을 삶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영화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정조 16년,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김명민)에게 사건의 배후를 찾으라는 밀명을 내린다. 수사 첫날부터 자객의 습격을 받은 명탐정은 개장수 서필(오달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서필과 함께 사건의 결정적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들은 조선의 상단을 주름잡으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객주(한지민)를 만나게 되는데. 비밀을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거대한 음모의 실체는….

언노운
마틴 해리스 박사(리암 리슨)는 베를린 출장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72시간 만에 깨어난다. 하지만 부인(재뉴어리 존스)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선 남자(에이단 퀸)가 그녀의 곁에서 자기 행세를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이상하게 몰아가고 급기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로부터 공격까지 당한다.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했던 여인(다이앤 크루거)의 도움으로 마틴은 이 이상한 일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야만 한다.

메카닉
아서 비숍(제이슨 스태덤)은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고 기술자(메카닉)로 불릴 정도로 목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최고의 킬러다. 그의 멘토이자 친한 친구인 해리(도널드 서덜랜드)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의 아들 스티븐(벤 포스터)이 아서를 찾아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다짐, 그에게 암살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 우정을 쌓아 나가지만 죽여야 할 대상이 적이 아닌 자신들이 되면서 알 수 없는 위험에 빠지는데…

아이엠 넘버 포
타 종족을 학살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잔혹한 모가도어인. 침략을 당한 로리언 행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9명의 초능력자를 지구로 탈출시킨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구인들 틈에서 조용히 살아왔지만 모가도어인들이 지구까지 쫓아와 그들을 순서대로 죽이고 있다. 1, 2, 3번이 세계 곳곳에서 잡혀 제거됐고 이제 넘버 포의 차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살아가던 넘버 포 존 스미스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닥친걸 알고 자신의 위대한 유산인 초능력으로 운명에 맞서기로 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