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글로벌 제약사 사회공헌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6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난해 기부 및 사회공헌활동(CSR)으로 사용한 금액이 약 21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대비 0.44% 비중이다.

지난 2013년 국내 기업(234개)들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 평균이 0.17%인 것에 비하면 글로벌 제약사의 사회공헌활동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KRPIA가 금융감독원 공시대상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3년 19개 회원사가 151억원(0.40%)을 기부 및 사회공헌에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20개 회원사가 164억원(0.42%)을 지출해 전년대비 기부 금액과 매출액 대비 비중 모두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인 0.14%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비중이 낮아 보이지만 국내 234개 기업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한 규모는 2조 8114억 8330만원에 달한다. 총액은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세전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6%로 전년의 3.37%에 비해 높아졌다.

이 같은 비중은 일본 기업의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출비율인 1.77%(2013년 기준, 331개사, 경단련 자료)에 비하면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국내 기업들이나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모두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나눔 활동에 대한 의지와 기여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공급 및 환자 지원, 장애우와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자원봉사, 국민 대상 건강증진 캠페인 및 과학진흥 지원 등의 다각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얀센과 베링거인겔하임, 한국화이자, GSK코리아, 한국 MSD,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한국노바티스 등은 1개 이상의 10년 이상된 CSR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교육부터 문화예술 감상 지원, 임직원 자원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드림클래스’를 통해 저소득 청소년 대상 국, 영, 수 방과후학습 프로그램을, GS칼텍스는 ‘마음톡톡’을 통해 소외계층 어린이 대상 통합예술집단치료를, CJ·대상은 ‘푸드뱅크’로 잉여제품을 지원해 결식문제를, 에스오일은 화재피해로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가정의 자활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10년 이상 운영해온 CSR 프로그램의 비중이 12%를 넘는다.

이에 반해 프라다와 루이뷔통, 오메가, 나이키 등 소위 명품 제품을 판매하는 다국적기업들의 행태는 대조적이다.

지난 2013년 프라다코리아는 모(母)회사에 800억원을 지급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비율)이 128%에 달했다. 오메가 등 명품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그룹코리아는 205억원(배당성향 78.7%), 페라가모코리아는 64억원(79.3%), 한국로렉스는 40억원(49.6%)을 각각 본사에 송금했다.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이 2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기부금이나 사회공헌에는 매우 인색하다. 재벌닷컴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매출 상위 14개 해외브랜드 국내법인의 최근 5년간(2013년까지)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9조 7257억원에 순이익 8664억원을 기록했으나 국내 기부금은 15억 9000만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0.18%에 불과했다. 샤넬과 스와치그룹, 시슬리, 불가리 등은 지난 5년간 기부금이 0원이었다.

재벌닷컴이 지난 2013년 발표한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등 10개 명품업체의 2011년까지 6년 동안의 기부금 누적액 10억원, 순이익의 0.14%였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매출액 순으로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버버리, 스와치, 페라가모, 시슬리, 스와로브스키, 불가리, 롤렉스 등 10대 업체의 2011년 매출 총액은 1조 8517억원, 기부금은 무려(?) 4억원이었다.

지난 2013년 CEO스코어가 발표한 리치몬트코리아와 스와치그룹코리아 등 6개 수입 명품시계 업체의 5년간 기부금 내역은 1개 업체당 연간 평균 1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카르티에, 피아제, IWC 등을 수입하는 1위 기업 리치몬트코리아는 5년간 기부금 총액이 900만원이었다. 2011회계연도 매출액이 3359억원, 영업이익이 154억원, 2007년∼2011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96.1%, 137%에 달했다.

스와치와 오메가, 브레게 등을 수입하는 2위 스와치그룹코리아는 5년간 매출이 3.2배, 영업이익은 97% 증가했으나 5년간 기부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11년 매출은 1538억원이었다.

기업은 수익을 내기위해 활동하는 이익집단이다. 비싸게 팔아서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도, 본사에 수익을 보내는 것도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수익을 내고 있는, 소위 판을 벌이고 장사하는 나라에 대한 기업의 기본적인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 600만원대 샤넬 플랩백 클래식. 출처= 샤넬

이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일정 비율을 매년 중국에 대한 CSR 활동자금으로 기부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교육기자재 기부와 사막화를 막기 위한 식목 등 현지에서 다양한 공헌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 한화, CJ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 국가에서 많은 공헌 활동을 전개한다.

삼성그룹은 해외 10개 지역총괄을 중심으로 85개국에서 지역맞춤형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2012년 가나와 2013년 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해 4월 캄보디아에 ‘현대-코이카 드림센터’를 열고 현지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 및 창업 등을 지원한다.

국내기업들의 이 같은 활동은 현지 국민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얻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 전략도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보다 좋게 알리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다.

명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명품기업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무시로 이어졌을 수도 있지만 명품기업다운 사회적 책임의식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