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NH투자증권)

기업 간 인수합병(M&A)는 우리 인생의 ‘결혼’과 같다. 통합증권사의 수장으로 새 출발한 김원규 대표의 역할이 향후 NH투자증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은 현재 NH투자증권이 추진하는 글로벌 IB를 향한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통합을 기반으로 한 농협중앙회와의 시너지는 NH투자증권의 글로벌 IB를 향한 발걸음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국내 증권업계에 하나의 역사가 기록됐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총자산 기준 43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증권사가 탄생한 것이다. 두 증권사는 출범 이후 각각 끊임없는 합병과 변화를 거쳤다. 두 증권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했으며 오랜 풍파를 견뎌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합병·변화, 두 증권사의 공통 DNA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보증권은 지난 1969년 출범했다. 이후 한보증권은 생보증권을 흡수·합병해 1975년 대보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3년 대보증권은 국제증권을 흡수·합병하고 럭키증권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럭키증권은 럭키그룹의 계열사로 1995년에는 그룹 CI 통일에 따라 LG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1999년 LG종금을 흡수·합병해 LG투자증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LG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보증권 출범 전인 1954년에는 대도증권이 설립된다. 같은 해 대도증권은 동반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이듬해 한흥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76년 충남방적을 인수했다. 이어 1985년 11월 한일은행 매입 후 1991년 1월 한일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1999년 3월 한빛증권에 이어 2002년 우리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도약을 꿈꿨다. 지난 2005년 우리금융은 LG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우리증권과 합병시켰다. 

한편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파트너인 NH농협증권은 1982년 고려투자금융으로 출발해 1991년 동아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증권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이후 동아증권은 IMF와 모그룹의 위기로 인해 개인에게 매각된 뒤 1998년 세종증권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중앙회에 인수되면서 NH농협증권이란 간판을 달았다.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증권사의 DNA와 남은 과제

NH농협증권은 정기예금, 대출채권, 신용파생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으로 만들어 파는 ‘구조화 금융’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3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는 394억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리는 등 뛰어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자산관리(WM)를 앞세워 기존 주식 중개수수료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IB 부문은 매년 업계의 선두권을 유지했다. 국내 증권사 중 인수합병(M&A), 주식자본조달(ECM), 채권자본조달(DCM) 등 각 IB 분야에서 골고루 상위권을 지키는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이 유일했다. 지난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인수할 당시 기존 증권사의 업무 영역인 M&A 자문 업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수 측에 자금을 빌려주는 인수금융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국내 1위를 다투고 있다. 시장에서 우리투자증권은 신용파생상품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위험을 헤지(회피)하는 역량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장외파생상품 부문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탄탄한 저변을 확보했다.

합병 후 지난 1월 NH투자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작년 3분기 기준 총자산 43조, 자기자본 4조원 규모로 업계 1위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4분기 NH투자증권은 매출액(순영업수익) 1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90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타 대형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적극적 이익 증대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향후 판관비 부문에서의 효율화가 시너지 효과 창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K-IFRS 연결기준, 15F 이후는 합병기준. 출처:HMC투자증권

김원규 대표 ‘현장 중심 소통’ 승부수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 간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들의 ‘융합’이다. 단순 M&A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를 통한 진취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만 성공적인 기업의 융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증권업 관계자들은 NH투자증권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분을 해결할 적임자로 현재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를 꼽는다. 그는 평사원부터 시작한 내부 출신으로 지금의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바닥은 물론 최고까지 경험한 그는 조직을 꿰뚫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1985년 럭키증권 입사 후 포항지점장, 강남지역본부장, 퇴직연금그룹장, WM사업부 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고객과 소통하며 증권맨으로서의 마인드를 다스렸다. 게다가 일선 영업현장에서 일할 당시 선후배들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해 현장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전 직원 3000명 가운데 자신이 사장님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려 2000명에 달한다는 농담도 있었다”며 “그만큼 김원규 대표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합병 전부터 우리투자증권을 거쳐 현재 NH투자증권에서 일하는 몇몇 직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들은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며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경영은 각종 주식 및 금융상품 영업에 강력히 작용해 영업 시너지에 촉매제가 된 것을 물론 회사를 이끌어갈 ‘동반자’를 양성해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우리투자증권의 종합자산관리 브랜드 ‘옥토’를 만들었으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어 블루’ 론칭 및 메릴린치 PB(프라이빗뱅커)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현장 중심의 경영과 격식 없는 인간관계를 통해 조직을 이끌어온 김 대표가 NH투자증권의 수장자리에 오른 후 그를 지켜보는 시선은 더 많아졌다. 이는 분명 김 대표에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증권맨’으로서 수많은 경험을 한 것처럼 NH투자증권의 출범도 수많은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후원군 농협중앙회, 연계 영업 강화

농협중앙회는 569조원에 달하는 자산과 5500개가 넘는 점포망을 자랑한다.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을 비롯해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CA자산운용, NH농협선물, NH캐피탈, NH저축은행 등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금융그룹이다.

한 금융그룹 계열의 증권사 직원에 따르면 “은행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증권사 활동 반경이 달라진다”며 “연계 영업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면 은행과 증권사의 고객을 연계해 종합자산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증권사 자체 개발상품을 계열사 지점을 통해 판매하는 영업을 할 수 있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타 증권사의 합병보다 두 증권사의 합병 이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NH투자증권도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을 기반으로 오는 2020년까지 총자산 57조원, 연간순이익 4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 7.5%의 초우량 증권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통합’이라는 NH투자증권의 글로벌 IB를 향한 첫걸음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