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지난달 31일 콜택시앱을 런칭했다. 우버와 다른점은 실제 택시기사들과 계약을 맺고 정식 운행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에 이어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 다음카카오와 카카오택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제 택시를 잡으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택시도 예약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 출처=다음카카오

물론 다음카카오만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헬로택시, 단골택시 등 기존에도 콜택시앱은 존재했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콜택시도 있었고 스타트업이 기웃거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SK플래닛도 T맵택시의 기사용 회원가입 앱을 T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출시했다. 아직 콜택시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네이버도 해외를 중심으로 조만간 이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 '왜 콜택시앱인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우선 O2O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 사업은 이제 IT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종의 관문으로 굳어버렸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표방하는 500볼트의 2015년 '트랙1' 사업이 O2O고, 나스닥 상장을 준비한다는 옐로모바일도 O2O에 방점을 찍었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도 O2O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O2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모바일의 강점인 생활밀착형을 노리는 한편, 자연스럽게 가장 가깝게 뻗어갈 수 있는 O2O가 타겟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시 다음카카오 콜택시앱으로 돌아오면, 결국 일차적으로 다음카카오는 '생활밀착형, O2O, 신성장 동력'이라는 키워드로 콜택시앱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가능성도 뚜렷한 편이다. 다음카카오의 콜택시앱이 기존 콜택시앱과 명확한 차별성을 가지는 대목은 무엇일까? 이 지점에서 다음카카오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간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원해 작동을 지원하며 기사의 정보를 승객에게 제공하는 한편, 일회용 안심번호 등으로 승부를 걸었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카카오페이 연동을 포기한 것도 눈에 들어온다. 카카오톡의 강력한 메신저 인프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기존 콜택시앱과의 차별성을 두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으나, 일단 다음카카오는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으며 간편한 콜택시앱'을 구축한 분위기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다음카카오는 서비스 초기 승객과 기사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우버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와 마찰을 일으키며 수수료를 조정하는 한편, 심지어 우버X를 무료로 풀었던 장면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승객을 끌어 모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위치기반 서비스의 숙명인 '빅데이터'가 고개를 든다.

▲ 출처=삼성투모로우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부상한 SNS는 가히 빅데이터의 결정체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메신저 플랫폼 및 기타 가상현실, 모바일, 검색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전혀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이 가입자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정교한 마케팅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공짜라는 셈이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디서 조달하는 것일까? 다양한 창구가 있지만, 페이스북의 중요한 캐시카우는 가입자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이를 적절히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곳에서 나온다.

페이스북에 로그인된 상태에서 외부 페이지를 돌아다니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쿠키를 페이스북이 모두 흡수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완벽한 사용자 경험이 가능해진다. 페이스북이 로그인된 상태에서 현대자동차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고 가정해보자. 이후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내가 봤던 자동차 모델 광고가 보이는 방식이다.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특정 콘텐츠를 보거나 '좋아요'를 눌러도 고스란히 데이터가 저장된다. 가입자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불법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100% 로그인 기반 서비스며, 가입자는 자발적으로 자기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종합 플랫폼 사업자로 부상하며 언론포털까지 넘보는 페이스북의 야심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다.

이러한 빅데이터가 위치기반을 중심으로 삼는 콜택시앱이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콜택시앱이 수수료를 없애는 초강수를 지속해도 다량의 승객만 확보한다면, 그리고 그 승객이 주로 탑승하는 위치나 목적지 등이 기록된다면? 당연히 이를 활용하는 마켓팅이 가능해진다. SNS는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알고리즘과 가장 유사하다. 하나의 플랫폼에 수많은 객체의 정보를 끌어모아 기록하는 것도 비슷하다. 콜택시앱이 노릴 수 있는 시장이다.

물론 콜택시앱들은 부정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도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감청논란이 벌어지던 지난해 10월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공식적으로 "빅데이터 및 미래사업에 메시지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대승적으로 보면 이는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는 빅데이터에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물론 이 외에도 콜택시앱들은 빅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의지가 과연 완벽하게 지켜질 것인가에 있다. 올해 초 기즈모도, 더버지 등 해외 IT전문매체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내 개인정보 약관이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재림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유는 무엇일까?

▲ 출처=삼성전자

논란이 된 부분은 삼성전자의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정책 페이지 내부에 실려있는 스마트TV 보충 설명(Samsung Privacy Policy--SmartTV Supplement)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스마트TV가 더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음성명령과 관련 문자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문구가 나온다. 사물인터넷의 심장인 스마트TV가 정보를 수집해 별도의 공간에 저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더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저장하는 것은 범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진짜 문제는 다음파트에 있다. '사적이거나 민감한 정보(personal or other sensitive information)가 데이터로 저장되어 제3자에게 전송될 수 있다'고 명시된 부분이다. 스마트TV는 이용자의 음성명령을 문자로 전환해 콘텐츠 서버에서 골라 다시 정보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치 및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보가 음성을 통해 스마트TV에 입력될 경우, 고스란히 정부와 유관단체에 제공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물론 삼성전자는 "개인정보 및 음성정보를 무단으로 제3자에게 제공할 일은 없으며, 해당 문구는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할 때 주의를 위한 단순한 경고용"이라고 해명했으나,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3년 LG전자의 스마트TV도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는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결국 콜택시앱의 호언장담과는 별개로 언젠가 이들이 페이스북처럼 대놓고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은밀히 빅데이터를 모으는 시나리오는 모두 검토대상이다. 100% 확언할 수 없지만 빅데이터 마케팅은 그 자체로 어렵지만 매혹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은 애플의 시리(음성인식기술) 등을 이용할 때 데이터 출처를 다 삭제한 상태에서 순수 메시지를 서비스 개선에 이용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최근 애플워치에 탑재된 빅데이터 기능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러한 기조가 국내로 흘러들어와 빅데이터 활용 운신의 폭이 더 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 대목도 상상가능한 시나리오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