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안심대출 정책에 은행들은 수익성이 줄어든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경우 표현할 수 없는 후폭풍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그 직격탄을 자신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은행들은 장기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하는 만큼 단기자금이 아닌 장기대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커버드본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 VS 시중은행, 수익성 공방 진실일까

지난 29일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이하 안심대출) 규모를 20조원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30일부터 추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소진된 20조원에 더해 총 40조원의 자금이 가계부채 질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울상이다. 3%대 중반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2%대 중반의 안심대출로 전환할 경우 대출이자가 하락하면서 국내 은행업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변동금리대출이 고정금리대출로 전환돼 금리상승 시 취할 수 있는 편익도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은행들은 안심대출로 전환한 규모만큼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MBS 금리가 기존 은행계정으로 보유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보다 낮아 이 역시 추가적인 이익감소 원인이다. 이뿐만 아니라 40조원 규모의 은행자금이 MBS 단기물(2~3년물)에 몰려 추후 은행들이 MBS의 매각과정에서 시장 금리변동 가능성 등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의 손실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자수입은 감소하겠지만 은행들이 보유한 기존 MBS 물량을 주금공에 넘기면서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양측의 주장에 분명 일리가 있다”면서도 “이번 안심대출 추가 증액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그만큼 위태롭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는 이유도 부동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심대출은 부동산 안정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국내 주택가격 급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후 한국은행은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해 경기부양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안심대출이 등장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 이자만 갚는 구조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바뀌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처분소득 증대로 인한 소비는 포기한 셈”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경우 모든 정책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은 은행들이 더 잘 알면서도 수익성 감소만 운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심대출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이 감당해야 할 위험성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반면, 가계대출 우려가 증폭돼 현실화 된다면 그 직격탄은 은행에게 돌아간다. 안심대출로 수익성 문제만 거론하는 은행들에게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커버드본드 1년만에 빛 보나...국내 발행 유인없어 미 금리인상 후폭풍 우려

안심대출이 인기를 끌면서 은행들의 장기자금 대출자금 조달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커버드본드가 수면위로 조심스레 떠오르고 있다.

커버드본드란 대출채권, 국고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5년이상의 장기물을 말한다.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다른점은 채권발행회사가 파산해도 투자자들은 해당 담보자산을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채권발행사가 상환재원이 부족할 경우 발행사의 다른 자산으로 추가변제를 받을 수 있어 이중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러한 안정성 덕분에 커버드본드의 금리는 일반 은행채보다 낮다. 또한 저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커버드본드는 지난 2013년 12월 국회의결을 거쳐 작년 4월에 시행되기 이르렀다. 국내 은행들은 주로 3년만기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리상승위험이 있는 고정금리 대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정부가 변동금리 일시상환 방식에 치우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취약점을 해결하고자 은행들의 장기고정금리 대출자금 조달원으로 커버드본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 출처:하나대투증권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커버드본드의 이점이 사라졌다. 은행채와 커버드본드의 금리폭이 10bp(0.1%)에 불과한 상황에서 담보제공과 더불어 관리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커버드본드를 은행이 발행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대출전환으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저금리의 장기고정금리 대출자금 조달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장기고정금리방식 주택담보대출 유동화는 MBS를 통해 이뤄져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커버드본드의 담보제공자산으로 유력한 잠재조건을 갖춘 장기고정금리대출의 경우 이미 주금공을 통해 유동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말한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관련자산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은행이 MBS를 자기계정에 남겨두고 커버드본드를 발행한다면 상대적으로 MBS의 발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MBS는 주금공이 추가로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사가 발행하는 커버드본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기고정금리대출이 증가할 경우 커버드본드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BS와 커버드본드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지만 MBS가 커버드본드의 성격을 지닌 만큼 은행의 장기고정금리대출이 증가할 경우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 금리가 해외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발행금리 절감 효과로 해외통화 표시, 그 중에서도 달러화표시 채권 등의 형태로 발행할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진다 해도 원화표시 커버드본드 발행은 제한적”이라며 “해외통화 표시 채권 발행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금리 상승”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한차례 금리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이주열 한은 총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여부에 시장은 더욱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