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민하다 한 발 늦었습니다. 이자 부담을 줄이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지만, 집 값이 높은 편이라 불리할 것 같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영진씨(40)는 2년 전 시세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3억원의 빚을 졌다. 당시 주담대 평균 금리는 4% 초반 수준. 금리 2.6% 안팎인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다면 1년에 부담하는 이자 1200만원 중 400만원 가량을 줄일 수 있다. 

박씨는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전환하기로 결심했지만, 선착순 승인이던 1차와 달리 2차는 '집 값 낮은 순'이란 기준이 생겼다"며 "1차 신청자와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빚을 관리하기 위해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의 2차 판매가 시행됐다. 그러나 신청자를 선착순으로 승인한 1차 판매와 달리 집 값이 낮은 순으로 배정하는 기준을 만들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승인기준 '선착순'서 '집값 낮은 순'으로…형평성 논란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이 조기소진됨에 따라 20조원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안심전환대출 취급 기관인 16개 은행들은 지난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5영업일 간 안심전환대출 2차 판매를 시작했다.

금융위는 추가 신청분을 일괄적으로 접수받고, 한도가 재차 소진될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우선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차 신청 수요가 공급 한도 20조원을 넘어설 경우 집값이 낮은 순으로 승인한다는 방침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선착순으로 승인했던 1차 때와 달리 2차 공급에서만 주택가격순 기준을 도입, 중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다보니 나흘 만에 매진돼 로또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2차 안심전환대출 20조원조차 신청이 넘어서면 또 일정기준에 따라 탈락자가 생길 수도 있다. 정책위를 중심으로 당정간 긴밀히 협의해 형평성 있고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차 신청 때는 20조 한도를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1차와 2차 신청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저소득·서민의 가계빚 관리를 지원한다는 본래 취지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2차 안심전환대출 대상자를 다음달 15일 확정하기로 했다

◆ 은행권, 대출금리 낮아져 손실 …수익성 '빨간불'

한편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됨에 따라 시중은행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은행은 기존의 3% 중반의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으로 대출하는 셈안 만큼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14년말 기준 460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8.7%가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익 중 3600억원 가량의 대출이자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판매된 1차분과 2차분을 더한 안심전환대출 총 규모 40조원은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66조원의 10% 수준이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원은 "금융당국은 기존의 20조원 이외에 추가적인 20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을 연장판매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은행실적을 일부 축소시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주택저당채권(MBS)으로 메꿔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안심전환대출을 판매하는 16개 은행은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대신,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를 사서 1년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MBS 금리는2.25% 수준, 은행들이 보유한 변동금리 대출 이자율은 이보다 1% 이상 높은 평균 약3% 중반이다.

HMC투자증권 이시영 연구원은 "안행들이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사야하는 MBS 금리가 기존 은행계정으로 보유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보다 낮다"며 "은행업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