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을 마치고 29일 밤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후임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포럼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다.

당장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무엇을 보았으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으로 외연확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삼성 장원기 사장, 삼성증권 윤용암 사장, 중신증권 청보밍 사장, 중신은행 쑤궈신 부행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CITIC(중신)그룹 창쩐밍 동사장(董事長)을 만나 삼성과 CITIC그룹간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삼성과 중국과의 협력이 주로 ‘전자’로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금융업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며 얼굴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 9일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이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양 그룹간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후강퉁’ 시행 이후 국내 중국 주식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당시 CITIC그룹 자회사인 중신증권과 리서치 정보공유, 고객·PB 간 교류, 상품 교차판매, IB 부문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업무제휴를 맺은 바 있다.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삼성과 CITIC그룹도 인연을 맺은 격이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양 그룹 증권사간 협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양 그룹간 협력을 자산운용의 지수연동형펀드(ETF) 사업 제휴 등 다양한 금융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CITIC그룹 창쩐밍 동사장도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며 양측의 협의 창구를 지정해 더욱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 사진=삼성

창조경제, 그리고 헬스케어와 관광

이재용 부회장은 27일 포럼 이사 교류 만찬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의 창조경제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IT와 의료, 바이오 등이 결합된 헬스케어 산업과 문화 및 관광산업도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만찬장에서 “현재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중이며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연금부담과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제한 후 “의료와 관광, 문화사업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고 여기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발언이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최근 삼성전자는 IT와 헬스케어 알고리즘을 접목한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에서 막을 내린 세빗 2015에서 B2B 인프라를 소개하는 한편 모바일 헬스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피력한 부분이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구글은 물론 애플도 헬스키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모바일 헬스케어를 주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회사들은 규제와 반발에 묶여 정상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기회비용을 파악해 점점 커지고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러한 기조를 충실히 따라가 궁극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자전거 제조사 트렉 자전거와 제휴해 모바일 헬스케어 인프라를 보충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한류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관광, 문화사업이 한국과 중국의 우호증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정부가 삼성의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밝히며 “최신식 설비를 에버랜드에 설치해 많은 사람들이 판다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인연이 깊어지다

29일 포럼 폐막일 이재용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기업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며 전권을 잡은 배경이 되었던 2013년 18대 당 대회를 언급하며 “이후 중국의 행정절차 간소화 등으로 투자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05년 시진핑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일 당시 방한한 자리에서 처음 만났으며, 이번 만남으로 4번째 만나는 인연을 쌓았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진 나라”라고 말하며 “중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어를 배울 것 그랬다”며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사업의 외연을 크게 늘리는 한편,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영전략의 신호탄을 쏘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모바일 헬스 및 관광, 문화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