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줄 보험금을 그들에게 대출 형태로 미리 지급하고, 이자 수익까지 얻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20년 경력의 보험업계 전문가가 저금리 시대 '보험사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은 '보험계약대출'이라고 꼬집었다.

'1%대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수익성 위기를 절감한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대출(약관대출)과 그에 대한 이자로 저금리 시대를 이겨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약관대출'을 보험 삼아 저금리 위기를 타개하는 보험사는 주로 빅3(삼성·한화·교보)와 업력이 20년 이상 된 중견 생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생명보험협회

특히 이들 보험사는 90년대 말~2000년대 중반까지 10%대에 육박하는 고금리 상품을 팔아온 곳이다. 약속한 금리를 보전해 줄 자신이 없는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계약자를 상대로 보험 계약대출을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판매 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계약대출이란 약관대출이라고도 하며,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안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통상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의 70∼80% 범위에서 수시로 대출받을 수 있으며 다른 말로 보험료 담보 대출이라고도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약대출은 저금리 시대의 리스크를 일정부분 관리할 수 있는 '보험'이자, 수익 창출을 위한 효자상품이다.

▲ 자료:생명보험협회

이를 통해 보험사들은 과거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자율차 역마진을 감수할 수 있고, 금리연동형 상품의 최저보증이자(이자율 연 1.5%~2.5% 수준)도 해결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보험사 입장에서 계약대출은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만큼 위험 부담도 거의 없어 매력적이다. 이자율도 최대 10%대 인데다, 계약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납부한 보험료에서 대출금을 제하면 된다.

이에 따라 약관대출은 저금리 시대에 가계소득 악화와 맞물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보험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인 셈이다. 실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30일 실제 주요 생명보험사의 약관대출 금리는 최고 10%를 상회했다. 이들 보험사는 주로 고금리(6~10%) 확정금리형 상품을 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경쟁적으로 팔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 자료:생명보험협회

또한 업력이 20년 넘은 생보사의 경우도 비교적 높은 금리의 약관대출금리를 매기고 있었다.

확정금리형 기준으로 최고금리(10.5%)를 책정한 보험사는 교보생명, 흥국생명, 알리안츠생명, 라이나생명, 현대라이프, 동양생명이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부생명 약관대출의 최고금리는 9.9%였다.

저축성상품 중심의 은행계 보험사인 신한생명, KB생명, DGB생명도 9.8%~9.9%대 높은 약관대출 금리를 택했다.

외국계 생보사도 계약대출의 고금리 일색이었다. AIA생명, ING생명,푸르덴셜생명, 에이스생명, PCA생명, 메트라이프는 9.5%~9.9%대 수준이었다.

NH농협생명, IBK연금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매기고 있었다. 이들 보험사는 설립 5년 이내의 신생 보험사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에 가입한 고객들의 약관대출 금리는 은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과거 팔았던 확정형 공시이율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의 약관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산금리 수준도 높다. 확정금리 기준 최대 2.6퍼센트, 변동금리형 보험상품의 경우 1.5퍼센트였다. 단적으로 비교해 우체국보험의 가산금리는 확정금리형 상품 기준 0.0∼1.5퍼센트, 변동금리형 기준 1.0퍼센트인 것에 비해 보험사의 가산금리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합리적 기준 없이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는 보험사 관행을 개선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상반기 중 대출금리 결정체계와 운용방식의 합리성ㆍ투명성 제고를 위해 타금융권 사례를 참고해 보험권의 모범규준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자료:생명보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