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명품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좋은 것들이 널려있지만 ‘금색 롤렉스’의 상징성은 그 중 최고다. 

▲ 롤렉스 데이 데이트 모델. 출처=롤렉스

롤렉스는 다른 고급 시계 브랜드와는 달리 매니아층이 따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알지만 누구나 다 가질 수는 없는 가장 대중적인 이름의 명품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선물로 마릴린 몬로가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시계도 쿠바 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가 처형 전 손목에서 풀어 놓았다는 시계도 롤렉스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도 롤렉스를 찼다.

한국에서 롤렉스는 처음 등장한 70년대 이후 예물 시계의 대명사였다. 예물이라도 인륜지대사를 위해 큰 맘 먹고 구매했다가 장롱 깊숙이 넣어두는 재산이었지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면서 제법 돈을 쥐게 된 중년 남자들에게는 과시의 매개였다. 

롤렉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에도 롤렉스가 중국에서 뇌물로 쓰인다는 대목이 나온다. 최근에도 공항세관에서 단골로 적발되는 밀수품목 중 가장 많은 것도 롤렉스 시계라고 한다. 북한의 권력층과 장마당에서 돈을 번 북한의 신흥부자들의 필수품도 1만 달러짜리 롤렉스 시계라고 하니 롤렉스가 가진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는 시대를 넘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 롤렉스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 출처=롤렉스

롤렉스의 창업자는 독일 출신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다. 그는 1905년 영국 런던에서 롤렉스를 창업하고 5년 뒤 손목시계 역사상 최초로 공식적인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당시 유럽에서는 무브먼트를 작게 만들 기술이 없어 주로 회중시계를 썼다. 빌스도르프는 스위스 비엔 소재의 한 시계 제조사가 만든 작고 매우 정밀한 무브먼트를 가지고 손목에 차는 시계를 세상에 낸 것이다.  

당시, 대중들은 손목시계에 사용되는 무브먼트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회중시계만큼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가 정확성을 갖춘다면 회중시계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정확성과 품질 개발에 전념했다. 롤렉스는 1914년, 항해용 시계에만 크로노미터 인증을 수여하던 영국 큐(Kew) 천문대로부터 손목시계로는 최초로 A 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이후 롤렉스 손목시계는 더 정확성을 기하게 됐다.

▲ 최초의 방수시계 오이스터 모델. 출처=롤렉스

빌스도르프는 자신의 시계를 위해 유럽인들이 발음하고 기억하기 쉬우며, 짧고 인상적인 이름을 짓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시계의 무브먼트와 다이얼 위에 새겼을 때 보기에도 좋아야 했다. 수 백 가지 이름을 떠올렸지만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런던의 합승마차 2층에 앉아 있을 때 마치 마법처럼 '롤렉스'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롤렉스는 1919년 시계의 도시로 명성이 높은 제네바로 본사를 이전한다. 이후 롤렉스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1926년 세계 최초로 방수 시계 오이스터(Oyster)를 내놨던 것이다. 오이스터는 이음새가 없도록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와 태엽을 감고 시간을 조정하는 시계의 용두(크라운)를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형태로 2중, 3중으로 잠그도록 해 물과 먼지가 시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방식이었다. 1953년 힐러리 경과 존 헌트 경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역사적 순간에도 롤렉스 오이스터가 함께 했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시계는 향후 모든 손목시계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1931년에 롤렉스는 또 한번의 혁신을 이뤄낸다.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길 수 있도록 한, 모든 현대 자동 시계의 자동 태엽 메커니즘의 원조인 영구 회전자(Perpetual Rotor)를 탄생시킨 것이다. 알다시피 거의 모든 시계 브랜드들이 이 시스템을 채택했고 이후, 롤렉스는 1945년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기능이 있는 ‘데이트저스트(Datejust)’, 1956년엔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데이-데이트(Day-Date)’ 등 100여년 역사 동안 수많은 특허로 손목시계 역사의 전환을 가져왔다.

롤렉스는 전문가들을 위한 최초의 전문 기능의 시계를 개발하기도 했다. 1000 가우스의 강한 자기장이 있는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한 내구성을 가진 밀가우스(Milgauss)는 통신, 항공우주 산업, 의학 영상 및 연구 실험실 등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기술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이버용 시계 씨-드웰러 딥씨(Sea-Dweller Deepsea)는 수심 3900m까지 방수가 되는 제품으로,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견뎌낼 수 있는 케이스도 그 특징이다. 

레가타의 카운트다운 시간에 따라 설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카운트다운 메모리 기능을 갖춘 요트-마스터 II(Yacht-Master II)와 요트 경기를 위한 요트-마스터(Yacht-Master), 이 밖에도 탐험가들을 위한 익스플로러(Explorer), 주행시간과 평균 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카레이서를 위한 데이토나(Daytona), 항공 조종사들을 위한 듀얼 타임 기능의 GMT-마스터(GMT-Master) 등 전문가들을 위한 시계를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최고의 품질을 고집하는 롤렉스의 정신은 소재 선택에 있어서도 계속된다. 롤렉스에서 사용하는 스틸은 100%가 904L 의료 수술 도구나 우주 항공 산업에 사용되는 퇴고급 특수소재 스틸이다. 또한 롤렉스는 플래티늄을 첨가한 독창적인 합금기술을 이용하여 에버로즈 골드(Everose Gold)를 고안해 바다 및 수영장의 염소 성분과 같은 환경에 노출돼도 변색이 없도록 했다. 

▲ 스위스 제네바으

롤렉스의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기술적 혁신으로 롤렉스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2대 CEO였던 앙드레 하이니거는 ‘명품은 기계식 시계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계식 시계 제조를 고집해 값싸고 정확한 일본제(制) 전자시계와 대비되는 현재의 명품 롤렉스의 명성을 만들어 냈다. 3대 CEO인 패트릭 하이니거는 롤렉스 시계 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무브먼트 및 부품 100%를 스위스 롤렉스에서 자체적으로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냈다.

클래식한 느낌의 고급 시계이다 보니 다소 올드한 느낌을 주는 롤렉스는 그 역사를 돌이켜볼 때 사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세계 최고의 명품 시계 브랜드라는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으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것이 롤렉스가 오랜 시간 변함없이 최고의 드림 워치로 자리매김해 온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