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지마. 야동보지마. 중동 가서 일해. 근데(그런데) 애는 낳고가”

최근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짧지만 강렬한’ 트윗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물론 해당 글은 다소 급진적이고 지나치게 거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금의 대한민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해괴한 해결법을 고수한다는 사실이다. 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없고 본질을 흐리거나 허상을 쫒는 일만 벌어지고 있다.

 

자살방지 앱, "대단한 IT 강국이네“

지난 13일 교육·사회·문화 정책을 조정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 자살 방지 대책을 논의하며 “자살방지 앱을 통해 자살율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앱을 부모와 학생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학생이 카카오톡, 메시지, SNS 등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순간 부모에게 알람이 가는 구조다.

심지어 투신자살을 예방하고자 학교, 아파트 등 공동주택 옥상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법규정도 마련한다. 대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회사 옥상을 폐쇄하는 것과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학생이 왜 자살하는지, 무슨 이유로 고민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이 무작정 ‘자살’만 막고자 미봉책만 남발했기 때문이다. 해결에 대한 의지는 없고 단순히 보여지는 실적에만 치중한 결과다.

여기에 학생자살을 막고자 옥상을 폐쇄한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히게 만든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옥상이 막히면 5층에서 자살한다고 5층을 막고, 이후에 4층, 3층도 다 막겠네?”라는 비야냥이 넘쳐난다.

액티브X, “일단 피하고 보자”

천송이 코트 논란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규제완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엑티브X도 뜨거운 논란이다.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폐지를 언급하며 시작된 담론은 이후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쇼핑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며 속도가 붙었고, 7월 미래창조과학부를 시작으로 세부계획이 속속 발표되기 시작하는 한편, 2014년 12월에는 미래부(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업계가 액티브X를 대체할 exe 프로그램 개발을 업계에 지시하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액티브X를 대하는 정부는 당장 ‘액티브X만 피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보안프로그램 3종 패키지를 퇴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그 대안으로 별 실효성이 없으며 불안요소만 가지는 exe를 등장시킨 대목과, 공인인증서 및 보안프로그램 3종 패키지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기괴한 대목이다.

원스톱 쇼핑이야기가 있지만, 그마저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인인증서와 보안프로그램 3종 패키지를 퇴출시킨다며 다소 의미도 있지만 ‘제도의 변경’만 건드리는 분위기는 심각한 대목이다.

비유를 하자면, 오래된 철문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불편하다는 ‘윗 분’의 지시가 떨어지자 실무자들이 철문을 뜯어내고 새로운 미닫이 문을 설치한 셈이다. 그런데 그 미닫이 문은 철문보다 통행이 더 불편하다.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이다.

 

레진코믹스, “황당함을 넘어선 오묘함”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 때 온라인 웹툰 서비스 기업인 레진코믹스 접속을 차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 때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우수 스타트업으로 각광을 받던 곳이 한순간에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이슈의 중심에 선 셈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탕으로 구글에 기술적 기반을 둔 곳이기 때문에 대표와 직원들이 한국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이트로 분류, 일언반구없이 전격적인 사이트 차단이 단행됐다.

▲ 출처=레진코믹스

하지만 웹보다는 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레진코믹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태가 브랜드 가치를 대중에 각인시키는 절묘한 기회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결국 방심위는 반발에 밀려 차단조치를 풀었고, 이를 두고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레진코믹스 차단은 창조경제 코믹스”라는 뼈있는 일침을 날렸다.

결국 레진코믹스 차단사태는 방심위의 오락가락한 잣대와 시대에 뒤떨어지는 의사결정 ‘구습’이 빚어낸 한편의 비극이라는 점에 중론이 쏠린다. 여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덮어버리는 방심위의 결정은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딸통법,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다음달 16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은 웹하드와 P2P 사업자의 음란물 인식(업로드)을 방지하고 관련 검색 및 송수신을 제한하며 운영관리 기록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음란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 이를 두고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관련시켜 ‘딸통법’으로 부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취지는 좋으나 실행하는 방식이 낙제기 때문이다.

당장 ‘이제 음란물도 보지 못하는 것이냐’는 반발은 있지만 이 부분은 차치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는 허점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웹하드와 P2P만 대상으로 삼아 SNS 및 외국 사이트에 대한 규제가 빠져있어 실효성에 의문이며, 등록되지 않은 웹하드 업체는 사실상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대대적 규제를 통해 음지의 지하경제만 살찌울 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는 “대책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과 공조하는 방안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도 비슷하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외부만 더듬다 ‘헛발질’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게임 셧다운, “이제는 지겹다”

최근 게임업계는 확률형 게임 아이템 구매 등으로 논란의 연속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게임 셧다운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초 유튜브를 달구었던 보건복지부의 게임중독 CF와 더불어 셧다운은 게임사업을 고사시킬 확률이 높은 독소법으로 악명이 높다.

물론 셧다운이 100% 악의만 가득한 법은 아니다. 나름의 철학과 이유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게임중독에 빠진 학생들을 어떻게 양지로 인도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무작정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아 탄압하는 정책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임금동결로 청년실업 해결"

정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계도 있다. 최근 열정페이를 비롯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토론장에서 일반 청년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는 등 ‘우울한 청춘’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연봉 6000만원 이상 임금을 5년간 동결해 청년실헙을 해소하자”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영배 경총 상근부회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포럼 모두 발언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출발점은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돼야한다"며 "연봉 6000만원 이상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향후 5년간 동결하고 그 재원으로 협력업체 근로자 처우 개선과 청년고용에 활용하는 방안 같은 내용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경총의 이러한 입장을 두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며, 더욱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지금 대한민국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를 부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주로 정부에서 포착되는 이러한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진지한 성찰이 없이 ‘시끄러우니 어떻게든 해야지’라는 관념으로는 근본적 문제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