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가입자 19% 뿐… 최저 적립비율 맞춘 응답자 8.8% 충격적 결과

#유현미(23.여.가명)씨는 여의도에 있는 제조업체에 다니는 커리어 우면이다.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퇴직연금에 가입한 그녀는 요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확정 급여형에 비해 주식형 펀드 편입비중이 높아 ‘초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그녀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작년 말 이후 주가 상승으로 고공비행을 하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

그녀는 분기별로 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이 직접 주식형, 채권형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결정한다. 증시 여건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이른바 ‘리밸런싱’ 작업이다.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한 지 5년 여가 지나면서 ‘확정기여형’으로 재미를 보는 투자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퇴직연금 조기 도입국과는 달리, 아직은 국내에서 극히 드문 편이다. 자신이 가입한 퇴직 연금의 유형은 물론, 이 제도의 도입 취지, 퇴직금과의 차이, 심지어는 제도의 유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척박한 ‘현실’이다.

여론조사

■실시기관 : 리얼미터.
■조사대상 :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근로자.
■조사기간 : 2011년 2월 16일.
■표본수 : 1000명.
■표집오차 : 95% 신뢰구간에서 ±3.1%p.
■조사방법 : 휴대전화 자동응답 조사.

정부가 직장인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지 5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10명 중 7명 꼴로 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퇴직 연금제도가 노후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적합한 퇴직 연금의 유형이나 성격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6일 <이코노믹리뷰>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Realmeter)’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 플러스 마이너스 3.1%)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70% 이상이 ‘퇴직연금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지난 5년간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기위해 공을 들여 왔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 응답자들의 24.4%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퇴직연금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거나 관심없다’는 응답도 17.5%에 달했다. 또 ‘들어본 적이 있다’는 답변이 58.1%를 차지해 직장인 75.6%, 10명 중 7명꼴로 노후 준비 포트폴리오의 한축인 ‘퇴직연금 제도’를 여전히 잘 모르거나,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의 경우 대전·충청지역 직장인의 비중 (32%)이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30.8%), 전남·광주(24.7%),경기·인천(24.5%), 전북(22.9%), 부산·경남·울산(18.9%), 제주(15%)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 직장인(25.4%)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24.4%), 30대(23%), 20대(18.2%)의 순이었다. 40·50대 직장인들일수록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편이다.직종별로는 사무직이 24.3%로, 노동직(11.2%)에 비해 배 이상 높았다.

40대 이상·여성층은 안정된 확정급여형(DB) 선호
20~30대 젊은층은 확정기여형(DC)에 더 적극적 성향
상품 선택 이유는 “나의 재테크 능력 감안” 가장 많이 꼽아

직장인들 연금선택 기본에 소홀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경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50.8%,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49.2%로 나타난 반면, 퇴직연금 비가입자의 경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14.9%,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65.3%로 나타났다. 가입자들의 관심이 비가입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전국의 직장인 1000명 중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50.8%, 비가입자 14.9%였다. 자신의 퇴직연금 가입 여부를 모르는 참가자들도 5.8%에 달했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도 드물었다. 퇴직연금제도의 양대 축인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는 질문에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직장인은 응답자의 11.9%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35.6%는 ‘조금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의 경우, 연령별로는 40대(17.3%)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사무직(15.5%)이 노동직(8.5%)보다 높았다.

반면 퇴직연금의 두가지 유형의 차이를 ‘전혀 모른다’는 답변도 50.4%에 달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19.0%,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47.5%로 각각 나타났다.

퇴직연금 비가입자의 경우, ‘잘 알고 있다’ 9.8%, ‘조금 알고 있다’ 33.2%였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 소속사가 기금을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확정기여형은 소속사가 매월 불입하는 돈을 근로자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퇴직연금의 이러한 유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안정적인 노후 설계의 기본.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을 노후 준비의 주요 수단으로 여기면서도, 정작 연금선택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조차 확정급형형, 확정기여형의 차이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10명 중 2명꼴에 불과하다는 점은 정부의 퇴직연금 알리기가 좌표를 잃고 있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

응답자 70%가 “노후준비에 도움이 될 것” 긍정적 태도
은퇴 멀지않은 50대가 퇴직연금 가치 가장 높은 평가
확정급여형 최저 적립기준 아는 직장인은 8.8% 불과

나이 들수록 자산운용 보수적

국내 직장인들은 연령대별로 퇴직연금 상품의 선호도도 명확히 엇갈렸다. 퇴직을 앞둔 40·50대 직장인들은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유사한 확정급여형(DB)을 선호한 반면, 20대 직장인들은 스스로 주식형펀드·채권형 펀드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 퇴직 연금에 더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급여형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직장인들이 26.9%에 달한 반면,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더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18.9%에 그쳤다. 확정급여형을 선호하는 응답자의 경우, 경기·인천 지역 직장인들(35.5%)의 비중 가장 높았다.

남성(28.7%)이 여성(21.4%)보다 높게 나타난 가운데 연령별로는 40대(37.3%)가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는 사무직(33.6%)이 노동직(20.5%)에 비해 확정급여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연령이 낮을수록 더 선호했다. 20대 31.8%, 30대 24.3% , 40대 18.8% ,50대 이상 17.6%의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사무직(23.6%)이 노동직(14.5%)보다 높게 나타났다.

40·50대 직장인들일수록 자산운용에 더 보수적이고, 20·30대는 더 개방적이라는 점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확정기여형이나 확정급여형을 선택한 이유로는 ‘자신의 재테크 실력을 감안해서’라는 답변이 전체의 35.3%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회사 측의 추천’이 19.9%로 뒤를 이었으며, 기타가 44.8%를 차지했다. ‘자신의 재테크 실력을 감안해서’라는 답변의 경우 전남·광주지역 직장인들이 41.7%가장 높았다.연령별로는 30대(42.4%)에서, 직업별로는 사무직(36.9%)이 노동직(32.7%)보다 높게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회사 측의 추천’ 30.5%, ‘자신의 재테크 수준 감안’ 34.2%로 나타났다.

16%만이 “연금 형태 수령위한 나이·적립금 기준 안다”
운용 금융사 수익률 “모르거나 관심 없다”도 70% 육박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제도 인지도 2배 이상 높아

노후설계 수단 기대감은 높아

‘퇴직연금제도가 자신의 노후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가 22.9%, ‘약간 도움이 될 것 같다’가 48%로, 전체의 70.7%를 차지했다. 반면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6%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50대(26.4%)가 노후설계 수단으로 퇴직연금제도의 가치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40대(18.5%), 20대 (18.2%), 30대(16.2%)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직장인들(38.5%)이 노후 준비 수단으로 퇴직연금의 가치를 서울이나 경기 등 타 지역에 비해 가장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퇴직연금으로 ‘확정급여형’을 선호하면서도, 정작 보호 대상이 되는 확정급여형의 최저 적립 기준을 알고 있는 응답자들은 드물었다. 퇴직연금의 최저 적립 비율에 관해서는, 50%라는 응답이 10.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현행 최저적립금 기준인 60%를 정확히 꼽은 응답자는 8.8%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20대(9.1%)와 40대(11.9%)의 경우 50%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30대(9.5%)와 50대 이상(10.3%)의 경우 정답 60%를 맞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받기 위한 나이 및 가입 기간으로는, 23.1%가 ‘60세 10년 이상’ 을 꼽았다. 연금 수령 기준에 해당하는 ‘55세이상·10년 이상’이라고 꼽은 응답자는 16.3%에 그쳤다. 다음으로 ‘50세 5년 이상’ 11.1%, ‘45세 5년 이상’ 3.7% 순으로 나타났다.

“1년 내 퇴직연금 교육 한 차례도 받은 적 없다” 73%
“교육강화 필요” 55%가 공감… 사무직이 노동직보다 높아
정부 홍보 적극성 부족이 보급 지지부진 이유로 드러나

퇴직연금 알리기 적극 나서야

현재 운용 중인 금융회사와 수익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6.3%, ‘조금은 알고 있다’ 24.3%인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의 경우, 전남·광주(11.8%)에서 가장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13.6%)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13.0%,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37.8%였다.

퇴직연금 비가입자의 경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4.2%, ‘조금은 알고 있다’는 응답이 18.6%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퇴직연금 교육을 받은 경험에 대해서는, 1차례 17.8%, 2차례 6.5%, 3차례 이상 1.8% 순이었다.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직장인들이 73.8%로 높게 나타났다. 1차례 교육을 받은 경우, 대전·충청(27.0%)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차례 이상 교육을 받은 경우는 전남·광주(4.3%)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퇴직연금 교육의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화해야 한다’ 55.3%, ‘그럴 필요 없다’ 16.5%로 나타났다.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경우, 서울(61.7%)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남성(56.1%)이 여성(52.7%)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60.4%)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사무직(64.1%)이 노동직(46.9%)보다 높게 나타났다.

박준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연금제도의 보급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부가 주도해온 퇴직 연금 알리기가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퇴직연금상품 운용사들의 사업장 집체교육을 비롯한 근로자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라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다이제스트 베스트 10

■40대·서울 직장인 사내 교육 수요 가장 커
■확정기여형(DC) 상품은 20·30대가 선호
■퇴직연금제도 잘 모르는 직장인 10명중 7명
■40·50대 직장인들 확정급여형이 더 좋아
■퇴직연금제도는 유력한 노후설계 수단 공감
■퇴직연금교육 가장 많이 받은 지역 전남·광주
■충청도 직장인들 퇴직연금 가장 잘 알아
■퇴직연금 수령 요건 아는 직장인들 거의 없어
■남성이 여성보다 퇴직연금 관련지식 많이 알아
■20대 퇴직연금 수익률·운용회사 잘 알아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