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의 집' 건축전.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최근 몇 년 새 '집짓기 열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가 비교적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에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젊은 세입자들은 서울의 전셋값 상승에 못 이겨 아파트를 대체할 주택 모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듯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최소의 집-당신만의 집을 상상합니다’ 건축전이 지난 6일 서촌 지상소(On ground)에서 열렸다. '최소의집' 건축전은 올해로 3년째다.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 마무리될 예정이며, 1년에 두 차례씩 세 명의 건축가가 참여해 주제에 맞는 완성작과 설계안을 내놓는다.

정영한 스튜디오 아키홀릭 소장은 집이 가지는 수많은 가치들 중 크기와 비용에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최소의 집’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가 열리는 매주 금요일은 건축가를 상대로 일반 시민들이 ‘집 고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놓은 세 명의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각기 다른 ‘최소’ 개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아울러 이들이 들려주는 건축 트렌드도 들어봤다.

 

“최소의 집은 규모는 작지만 마음은 풍족한 곳”

권경은 유경 건축 소장은 차 한 대를 세울 주차공간과 방 한 칸만 딸린 ‘별(別) 채’를 전시에 내놨다. ‘별채’는 크기가 작은 ‘최소’의 집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고, 더 이상 집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 '별채'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권 소장은 “별채는 본채의 주거기능과는 다른 목적으로 지어져서, 일상의 필요와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느낌”이라며 “별채를 본채로서 갖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면 최소의 집은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축주들은 집을 지을 때 ‘이왕이면 면적을 넓게 하자’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별채’는 그러한 욕심을 잠시 접어두더라도 마음속의 본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분수에 맞지 않는 ‘본채에 살기’  보다 ‘자연스럽게 별채로 본채를 가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순간이다.

권경은 건축가가 생각하는 건축트렌드? “집이 작아지고 있다. 집 면적이 작아지는 것은 부동산 가치로서가 아니라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다. 작은 집에 대한 상담 문의가 꾸준히 오고 있다”

▲ 권경은 유경건축 소장.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최소의 집은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 시킨 것”

권현효 건축사 사무소 삼간일목 소장은 하나의 대지 안에 두 채를 지어 앵두를 연상케 하는 ‘앵두집’을 선보였다. 이 집은 건축주가 오랜 기간 구상하고, A4 10장 분량의 집에 대한 요구 사항이 있었기에 건축가가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 '앵두집'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앵두집’은 건물의 전체 면적 가운데 내부 구성을 좀 더 짜임새 있게 만들고,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여 줄어든 면적만큼의 건축비를 가지고 또 하나의 작은 집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또 하나의 공간은 홈 까페, 작업실, 게스트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주거기능의 한 채는 큰 앵두로, 최소한의 내부 마감으로 지은 또 하나의 집은 작은 앵두로 불리게 됐다.

영종도 신도시에 지어진 이 ‘앵두집’은 건축주의 필요한 부분을 ‘최소’로 빼내와서 ‘최대화’ 시킨 ‘최소의 집’이다. 본채에서 4평만 줄여서 더 큰 풍성한 것을 만들었으니 ‘최소의 집’이 될 수 있었다.

권현효 건축가가 생각하는 건축 트렌드? “특별한 것은 모르겠다. 집이 비싸고 싼 게 문제가 아니라 건축가와 소통을 많이 해서 자기 삶에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

▲ 권현효 삼간일목 소장.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최소의 집은 최소한의 터치로 자연과 추억을 만드는 곳”

박종민 스튜디오 모프 소장은 오래된 집의 창고, 벽, 담장, 버려진 마당에 조그만 ‘벽속의 집’을 설계했다. ‘벽속의 집’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주의 풍경을 지우지 않고, 최소의 건축행위로 시간, 자연, 환경 그리고 기억의 풍경까지 회복할 수 있는 거주 공간이다.

박 소장은 이 집에 대해 “농가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창고나 빈집의 벽들을 헐지 않고 벽 안쪽에 시간과 기억을 품는 ‘작은방’을 둔 셈”이라고 말했다.

▲ '벽 속의 집'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집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지만 이웃과 마을, 골목, 주변의 풍경과 떨어져 있을 수 없다. 이웃과 풍경을 배려하는 것은 집이 가져야 하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벽속의 집'은 소박하지만 풍경을 공유하는 넉넉한 집이고, 이웃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한 가족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 갈  '최소의 집'이다.

박종민 건축가가 생각하는 건축 트렌드는? “요즘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크다. 아파트 규모가 작아지듯, 식구가 적으니까 전원주택 크기가 100㎡여도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 박종민 스튜디오 모프 소장.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