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를 지나 경칩에 이르는 초봄에 일부 지역의 축제에서 전해 내려오던 민간 음료수, 고로쇠 수액은 최근 백화점의 시즌 특수 아이템이 될 정도로 현대인의 건강 음료로 자리 잡았다. 물이 흔하던, 정확히 말하자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흔하던 시대에는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이었으니까. 그러나 최근 건강한 물을 마셔야 한다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주부들이 많아지면서 그녀들은 가족들에게 뿌연 색, 달달한 맛의 고로쇠 물을 나르고 있다.

삼국시대의 이른 봄날 ‘도선국사’라는 승려가 바위에 앉아 수도를 하고 나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심결에 앞에 쓰러진 나뭇가지를 힘껏 잡았는데 그 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한참을 받아서 마시다 보니 무릎이 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 후 그 나무를 ‘골리수(뼈에 이로운 나무)’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사투리와 섞여 ‘고로쇠’가 되었다.

고로쇠에는 뼈의 구성성분인 칼슘(Ca)과 혈압을 조절하며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륨(K), 성장과 대사의 보조인자인 망간(Mn), 빈혈에 좋은 특히 임산부에게 필요한 철분(Fe), 에너지대사와 신체평형조절을 하는 마그네슘(Mg) 등 많은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다. 고혈압, 신경통, 위장병, 변비 등에 효능이 있으며 피부미용과 피로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배뇨활동을 돕는 등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나무뿌리가 자체적으로 여과를 해주기 때문에 최고의 천연 여과과정에서 신체에 필수적인 미네랄이 함유된다. 그래서 어느 생수보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으며 다른 미네랄워터보다 흡수가 빠른 천연 이온음료이다. 또한 고로쇠 물이란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할 수 있는 액으로, 맛이 시원하고 달아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음용할 수 있다.

최근엔 건강뿐만 아니라 미용·다이어트 등 다양한 목적으로 생수를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목마름을 달래던 시절에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물로, 나아가 나의 몸을 가꾸는 ‘헬스워터’로 그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 봄철 집중적으로 불어오는 대기의 미세먼지와 황사는 호흡기 질환과 피부 질환 등을 유발한다.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놓는 것보다 신체에 가장 중요한 습관, 건강한 물을 마시는 것이 질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즉 충분한 수분 섭취는 신체 대사 기능을 향상시키며,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 등 노폐물을 배출시킬 수 있다.

고로쇠 물은 ‘자연과 시간’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이 깊은 산의 속살을 흐르는 동안 우리 몸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을 머금게 되며, 자연적으로 솟아올라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지역과 맛이 각각인 생수들이 저마다의 브랜드를 자랑하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워터바’라는 신개념 문화공간이 도입되면서 와인바처럼 수십여 종의 생수를 진열해 놓고 고객의 기호에 맞는 생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곳도 있다. 이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일 평균 250명, 주말 평균 450명 이상이라고 하니 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선물인 이 고로쇠 물은 계절에 한정적이며 장기간 보관이 힘들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건강과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웰니스(Wellness)’의 시대에 진짜 미네랄 가득한 물이 사시사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면, 또 한 번 건강도우미로 물의 혁명을 가져오지 않을까? 자연의 또 다른 선물을 기대하는 봄봄, 고로쇠 물 한 잔 마시는 이른 봄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