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지만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것이 곧 세계화의 추세와 부합된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이견의 여지가 있겠지만 돌아오는 답은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것이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엄밀한 의미의 세계화가 아니다. 이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경쟁력을 말하는 것이며, 곧 ‘우리’와 ‘세계’를 양분해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진격하고 점령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과 한류와 같은 ‘전파’의 개념을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만 강조하고 이를 맹신할 경우 기본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를 강조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이를 ‘세계’에 제시한다면 금상첨화다. 어차피 통섭적 관점에서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세계화’를 만들어 ‘세계’를 대체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주로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특정 모델을 ‘한국형’의 아젠다로 환치시켜 재창조시킨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한국형’ 모델은 정교한 정지작업이 없으면 성립되기 어렵다. 재창조는 성공 방정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한국형 모델’들이 사라지고 쓰러졌는지 모른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10억 원으로 한국형 유튜브 만들기 프로젝트’가 단적인 사례다.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수만 적절하게 극복한다면 ‘한국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존재감을 가진다는 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사설이 너무 길었다. 다음카카오 이야기를 하자면, 결론은 단 하나다. ‘잠시 세계화를 접어두고 한국형 생활밀착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이다.

무너지는 다음카카오

네이버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최근 다음카카오의 하락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합병 후 16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1만원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코스닥 상장 시가총액 1위의 자리도 위태롭다. 증권사들은 다음카카오에 대한 투자의견과 주가전망을 낮추고 있으며 내외부의 위기설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당장 킬러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4분기 5061만9000명에 육박했던 MAU는 4분기 연속 줄었으며 해외시장 개척은 요원한 상태다. 일본에서 야심차게 외연확장을 노렸지만 완전히 철수한 대목이 단적인 사례다. 감청논란까지 더해지며 카카오톡의 시장 지배자적 위치가 흔들린 대목은 결국 ‘카카오톡도 무너질 수 있다’라는 관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불안한 시그널이다.

카카오톡과 함께 다양한 SNS 라인업의 붕괴가 이어지는 대목도 위기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스토리 사용자의 이용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5.1분이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절반수준이다. 그 사이 페이스북과 같은 외산 SNS의 공습이 심해지고 있으며 네이버의 밴드가 치고 들어오는 분위기다. 카카오스토리의 경우 일단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반전이 없다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던 카카오 게임하기가 부진에 빠지며 넷마블과 같은 동맹군이 속속 이탈하는 장면은 이러한 불안감에 설득력을 더한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O2O 서비스를 준비하며 신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성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며, 뱅크월렛카카오 및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인프라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 위기다.

한국형으로 나가야

다음카카오는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소진하며 그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성장통이다’라는 의견과 ‘한계다’라는 주장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사이 다음카카오는 조금씩 실질적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다음카카오가 선택과 집중을 넘어,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방안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이니지 광고에서 철수하며 모바일 광고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방안은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이해되지만, 보다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질변화가 필수다. 네이버의 라인이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독과점 지위를 차지하는 것에 실패했듯, 특정 서비스의 ‘진출’은 그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했으나 서비스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로 시야를 좁혀, 완벽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에 다른 SNS 라인업을 통폐합시켜 동력을 모으는 한편, 버스지도와 같은 실생활의 정보를 말 그대로 초연결의 기치로 묶어 패키지화시키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결국 한국형 SNS인 셈이다. 국내와 세계의 사이에서 실패를 겪는 것보다, 서비스 포화상태지만 국내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다음카카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정책이라는 점에 중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