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S6가 베일을 벗고 시장에 선을 보였다. 아직 정식출시된 상태는 아니지만 통신3사는 물론 하이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사전예약에 돌입하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나친 제조 DNA에 매몰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갤럭시S6가 그 이상의 프리미엄을 증명하는 극강의 스마트폰이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물인터넷 및 기타 다양한 ICT의 미래를 맞이하며 삼성전자의 전략이 B2C에서 B2B로 이동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녹스로 대표되는 막강한 보안 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에서 새로운 B2B 브랜드인 '삼성 비즈니스'를 공개한 것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는 분석이다. 블랙베리와 협력해 시큐태블릿을 공개하고 다양한 B2B 영토를 개척하는 일련의 행보가 모두 B2C에서 B2B로의 이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전략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루프페이를 인수하며 핀테크 동력을 견인하기 시작한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의 성공적인 런칭을 기점으로 '그 이상의 동력'을 추가적으로 모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갤럭시S6 체험행사. 출처=LG유플러스

현재 삼성전자는 6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탄알은 두둑한 편이다. 억단위가 아닌 조단위의 전격적인 인수합병이 가능하며 실제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좋은기업이 있으면 언제든 인수합병 검토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대목은 이러한 삼성전자의 자신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분위기도 좋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며 소극적인 관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는 부분이 극적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는 비디오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셀비를 인수했으며(2014년 5월)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싱스(2014년 8월), 시스템 에어컨 유통인 콰이어트사이드(2014년 8월), 모바일 프린팅 솔루션 기업인 캐나다의 프린터온(2014년 9월), 서버용 솔리드 스테이드 드라이브 기업인 프록시멀데이터(2014년 10월)을 연달아 사들였다.

올해에도 B2B를 염두에 둔 브라질의 심프레스(2015년 1월),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인 루프페이(2015년 2월), 상업용 디스플레이 기업인 예스코(2015년 3월)를 빠르게 흡수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벌어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은 콘트롤 타워가 타겟을 설정하고 사업부가 실무를 맡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역으로 사업부가 '더듬이'를 통해 적절한 기업을 물색하고 이에 필요한 동력을 콘트롤 타워가 맡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리 기업을 인수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상황이지만 실질적인 인수합병은 사업부에서 내부적으로 먼저 점지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각 사업부가 인수합병 대상을 고르면 삼성전자 기획팀 내부 조직인 CD(coporate development)그룹이 전면에 나서 실무를 맡고, 중소형 인수합병은 권오현-윤부근-신종균 각 부문별 사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이 참여한 경영협의회가 나서는 경우도 있다.

삼성그룹 전반의 인수합병을 주도하던 안중현 부사장이 그룹의 핵심인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 배치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오너가를 제외하고 그룹 내 서열 1순위로 꼽히는 최지성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은 사실상 그룹의 두뇌이자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전반에 흩어진 인수합병 기능을 상당수 해체하면서도 안 부사장을 최지성 부회장-김종중 사장이 이끄는 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 포지셔닝한 것은 '체계적인 인수합병의 신호탄'이자 '강력한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화에 방산 계열사 4곳을 일괄매각하는 장면과 최근 벌어진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의지를 고려하면 결론은 더욱 명확해진다. 물론 삼성전자 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물론,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분할-합병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체제를 맞아 프리미엄 스마트폰 동력을 끌어올리며 자신들의 강점을 확실하게 피력하는 한편, 여기에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더해 안정성을 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UHD로 이어지는 스마트폰 외 전력을 고취시키는 한편, 승승장구하는 반도체 경쟁력을 당장의 이익과 미래의 스마트 생태계 수익원으로 삼는 동시에 큰 기조를 B2B로 잡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물론 마지막 화룡정점은 인수합병이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전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