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사활을 걸었다. 모바일 언팩을 통해 공개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의 성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는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며 갤럭시S6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장에 '투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보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갤럭시S6는 27일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예약판매가 시작되며, 4월 10일 정식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갤럭시S6에는 세계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으며 기술 자체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사상 최강'으로 여겨진다. 루프페이를 품은 삼성페이와 무선충전기술 등 부속기술마저 훌륭하다.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소폭 상승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11% 감소한 5조2539억 원에 이른다. TV사업의 악화가 변수지만 갤럭시S6 발표에 따른 성장동력과 반도체 실적 호조가 반영됐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부활을 예상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는 변수도 있다. 바로 내부의 적이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타이젠OS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동력을 강하게 일으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다OS의 실패와 타이젠OS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셈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OS 제조 동맹군의 지위에서 벗어나 독자적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중심에 두고 대대적 인력이동을 감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몰두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아이폰6를 발표한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아래는 샤오미와 화웨이로 대표되는 후발주자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삼성전자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장기 전략을 바라보며 사물인터넷까지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로드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갤럭시S6에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을 탑재시키기 위해, 즉 스마트폰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몸을 사리기 시작하며 핵심이던 소프트웨어 전략이 파편화되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노리기 위해 구축된 타이젠OS가 저가 스마트폰 OS로 굳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수하며 인도에서 Z1을 런칭했으며, IR을 통해 스마트폰 모델 숫자를 줄이겠다는 공언을 하면서도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갤럭시노트4에 이르러 기어VR과 밀크서비스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패권의지까지 보이던 삼성전자가 실적이 하락하며 스마트폰 동력이 꺾이자, 갤럭시S6의 고스펙과 중저가 라인업의 파편화로 당장의 제조업 DNA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타이젠OS가 스마트폰이 아니라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며, 약점인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주력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지금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믿고있는' 반도체 인프라도 변수에 직면했다. 모바일AP 및 다양한 영역에서 삼성전자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며 기술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팝'이 웨어러블용 이후 스마트폰용으로 다시 출시되는등 일반적인 발전영역을 거스르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물론 반도체 인프라를 사물인터넷 시대의 중심으로 두고 '하드웨어 중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견인할 여지는 있지만 현재 이러한 전략을 받쳐줄 소프트웨어 관련 생태계 구축은 전무한 상태다. 기어VR2도 비슷한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결국 삼성전자는 제조업 DNA에 다시 갇히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외부의 적이라기 보다는 내부의 적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약하고 어려운 상대다. 당장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수정해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 승부를 거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지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삼는 생태계와 이종 디바이스의 결합, 더 나아가 콘텐츠와 플랫폼의 간격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선택은 위험한 승부수라는 점에 중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6를 바탕으로 과감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략을 짜는 한편, 타이젠OS를 사물인터넷의 중심으로 이동시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삼성전자는 B2B 시장에서 사물인터넷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분위기지만, 이도 결국 보안과 솔루션을 중심에 둔 제조 DNA적 측면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분위기다. 무비판적인 제조업 DNA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끝내주게 잘 만들면 알아서 모이겠지'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순간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의 다음 승부수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