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화의 신용 공급이 확대되며 글로벌 유동성이 약 4조달러 증가했다. 이 자금은 수익성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으로 급격히 유입됐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발발 이전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어 아시아로 유입된 유동성이 회귀할 경우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글로벌 유동성 유턴에 따른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조호정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이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엔화 약세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발 이전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됐던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회귀(U-turn)할 경우 1997년과 같은 위기가 재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한국 등 5개국과 최근 달러 유동성 유입이 급증한 중국과 인도 등 7개국을 위기 발생 가능성과 방어 능력으로 구분해 지표화 했다.

우선 위기 발생 가능성은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던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금리 격차 축소, 환율 고평가 및 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의 지표로 살펴봤다.

투자자금 유출과 금리 격차의 경우 최근 투자자금 유입은 중국과 인도 등에 집중된 반면, 태국은 2년 연속, 말레이시아도 2014년 -27억달러 유출로 전환됐다.

특히, 2015년 들어 아시아 7개국 중 중국과 한국, 태국 등 5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미 국채와의 금리 스프레드도 축소되며 투자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과 경상수지 부문은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이 2012년~2014년 평균 114.4(2010=100), 필리핀 108.3, 태국 102.4, 한국 105.0로 100보다 높아 1997년 이전과 같이 고평가 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는 2012년~2014년 평균 GDP대비 -2.8%, -3.1%로 1997년 위기 당시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위기 방어 능력에 대한 평가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확대시켰던 외채상환압력 가중, 외환보유고 부족 및 낮은 거시경제 안정성을 통해 비교했다.

우선 외채 규모는 아시아 7개국 모두 급증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GDP대비 총 외채 비중이 2014년 3분기 69.6%로 1997년 47.1%보다 높았다. 태국도 38.7%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3.3%p 증가했다.

특히, 위기 발생 시 상환 압력이 커지는 총부채 중 단기외채 비중이 중국은 2014년 3분기 기준 79.2%에 달했고 태국 41.4%, 말레이시아 38.4%로 1997년 위기 당시보다 높았다.

아시아 7개국의 외환보유고는 1997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지만 최근 증가세가 둔화 또는 감소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단기외채 규모는 외환보유고의 66.7%에 달하고 인도네시아 43.4%, 태국 36.8%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졌다.

3개월 수입액과 단기외채로 추정한 국가별 적정 외환보유고는 말레이시아가 2014년 3분기 기준 적정 수준에 202억달러 부족해 대외 안전망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필리핀을 제외한 아시아 6개국의 성장률은 1997년과 2008년 위기 이전보다 낮아졌다. 특히, 인도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GDP대비 재정 적자가 3% 이상으로 이전 위기 때보다 재정 여력도 높지 않다. 이에 위기 재발 시 경제 충격이 심할 수 있고 경제 회복력도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위기 발생 가능성과 위기 방어 능력을 각 지표별로 7개국 평균값 및 1997년, 2008년 위기보다 향상 또는 악화됐는지 평가해 100점 환산 점수로 보여준다. 각 부문별 환산 점수가 기준선인 50보다 낮을수록 위기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방어 능력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위기 발생 가능성 높은 국가는 아시아 7개국 중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경상수지 적자를 보인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가 꼽혔다.

위기 방어 능력이 낮은 국가로는 아시아 7개국 중 외채 수준이 높고, 외환보유고가 적정 수준에 미달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이 지목됐다.

종합적으로 외환위기 발생 고위험 국가는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방어 능력도 낮은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중위험 국가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위기 발생 가능성도 낮고 방어 능력도 높은 저위험 국가로는 중국과 인도, 한국으로 각각 평가됐다.

 

▲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미 달러화 유동성이 아시아에서 빠르게 회귀 할 경우 중‧고위험 국가에서 위기가 재발 될 수 있다”며 “다만, 2400억달러의 CMIM(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기금과 아시아 국가가 중국과 체결한 통화스왑 등이 위기가 1997년과 같이 확산되는 것은 방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아시아 위기 재발 시 한국도 투자자금 유출, 대아시아 익스포져 부실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재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중‧고위험 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국내 금융기관의 글로벌화 ▲기준금리 조정 시 투자자금 급격한 유출 유의 ▲적정 외환보유액 확보 및 통화 스왑 확보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 한국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