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포스코그룹은 물론 신세계그룹과 동부그룹, SK건설에 이어 18일에는 경남기업, 19일에는 동국제강까지 줄줄이 검찰의 압수수색과 조사를 받고 있다. 자원외교 및 비자금 조성과 관련 해 재계 전반으로 정부의 기획사정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전방위 기업 사정은 사실상 지난 2010년 대대적 기획사정 이후 5년만이다. 해당 기업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재계와 경제계까지 그 배경과 이후의 확산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매우 난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수경기와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기업 사정이어서 자칫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대적 기업 기획사정 , 3가지 배경시나리오

기업이나 경제계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기획사정의 배경시나리오다. 개혁과 부정비리 타파는 언제든지 해야 하는 것이지만 지난 몇 년 간 기획사정이 사실상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다시 시작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중에서 돌고 있는 배경에 대한 시나리오는 대체로 3가지.
첫번째는 경제살리기 차원의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인 협조의 모습을 보이지 않자 기획사정의 칼날을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두번째로 가장 구태의연한 배경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계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구시대의 단골메뉴 성격의 배경이다.
세번째가 지난 3년 동안 경제정책 집행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자 경제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실책에 대한 책임을 재계로 돌려 그 부담에서 다소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회생기미가 있는 부동산시장의 기운을 실물경제로 돌리기 위해 기업들의 협조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의 기업기획사정에 대해 “얼마 만에 들어보는 기업 기획사정인지 단어조차 생소하다"며 "최근 임금인상과 고용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기업들이 호응하지 않자 시작된 ‘기업 길들이기’ 차원의 수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데 대해 많은 기업들이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경제계 전문가는 “고소 고발 사건도 아니고 오래전에 내사수준으로 마무리 된 것들이거나 해소된 사안들이 느닷없이 다시 불거지고 있어 그 수사 배경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각에서는 다른 기업들은 공평성 차원에서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조사고 사실은 포스코가 주 타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다른 경제전문가는 "정치권 싸움에 기업이 또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가 경제와 기업을 흔드는 전대근적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라고며 " 글로벌 시장에서 차원이 다른 경쟁에 직면해 있는 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글로벌 경쟁에 매진해야 할 때 또다시 국내 정치상황에 얽매혀 있는 것이 앞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수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말끝을 흐렸다.

♦책임 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발언이 신호탄?

이완구 총리는 지난 12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담화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 같은 부정부패 척결 발언이 기획사정의 시발점으로 꼽히고 있다. 책임총리인 이완구 총리의 발언 이후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더니 이후 줄줄이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며 기획사정 대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상에 오르내리는 기업만도 벌써 10여개 기업에 육박할 정도로 어디까지 확산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관련 발언 추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제계와 유화적 자세를 유지했던 최경환 부총리가 최근 들어 재계에 대한 요구사항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사실상 기획사정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잇단 부동산 대책의 실기로 인한 전세난 부담, 연말정산 대란과 담배세 인상 등에 따른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재계에 배당확대에 이어 임금인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재계가 임금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대표적 기업들이 사실상 임금동결을 발표하며 정부 경제팀과 재계의 밀월(?)관계가 사실상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5단체장들과 ‘경제 활성화 대책’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경제단체에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기업들이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서 소비가 회복되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 돈이 중소기업에 원활히 흘러 들어가게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의 정책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최저임금 문제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국은 임금이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제계가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부흥전략을 반박한 셈이다. 때 맞춰 불거진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수사를 시작으로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 것도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업계 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 이후 수사가 시작됐다는 추론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일뿐이며 사실상 매 정권마다 임기 3년차가 되면 지금과 같은 대대적인 기업 사정이 있어왔다”며 “부정부패 척결과 비리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해야 할 과제다. 다만, 모든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안심시키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사정 기업 확대일로, 어디가 종착역이냐

현재 압수수색을 받는 등 수사가 착수된 기업은 8개사. 루머로 떠돌고 있는 기업까지 포함 할 경우 10여개사가 넘는다. 문제는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사정 대상에 포함될 것이냐. 특정 고소고발사건으로 시작된 수사가 아닌 제보 등의 기획사정이기 때문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일단 수사 대상에 포함 될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가득이나 침체되고 있는 내수경기 속에서 기업이미지 실추에 따른 영업손실 발생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걸린면 죽는다는 70년대와 80년대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어느 경제전문가의 말이 움츠려들고 있는 재계의 상황을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이들 수사대상 기업들의 공통분모는 첫째 이전 MB정권과 관련이 깊은 기업, 둘째 최근 2년간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 셋째는 소문으로 내사중이라고 떠돌고 있던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많은 기업들이 사정의 칼날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전방위적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조사가 사실상 MB정권을 향한 사전조사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MB정권과 연관 있는 정치권 인사들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이(친 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총리와의 담화 직후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부패청산에 반대할 사람도 없고, 부패가 나라 발전을 좀 먹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부패청산이 특정 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한 구호가 돼선 안되고, 큰 도적이 작은 도적을 잡는 명분으로 삼아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 카드로 정국 주도권 확보, 지지율 상승, 정적 제거 등 ‘일거삼득’을 노리는 것 같다”며 “진행 중인 자원외교 국정조사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시장의 분석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잘못된 과거 자원외교의 매듭을 풀려는 시도일 뿐 다른 의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모 학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재계에 대한 정부의 요구와 현재의 검찰 수사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하겠지만 이번 검찰 수사는 다분히 의도가 있는 수사일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자원개발에 참여했던 공기업과 민간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포스코건설

♦기획사정 대상기업의 혐의는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17일 포스코건설 베트남 사업에 관련된 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3일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한 지 나흘 만이다.

검찰이 포스코건설 본사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내부 감사자료를 확보했으며, 흥우산업 관계사가 포스코건설 측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포착해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2부가 포스코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비리 첩보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8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경남기업은 광물자원공사가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뒤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경남기업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이기도 하다.

지난해 포스코와 포스코P&S, 포스코엠텍, 대우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계열사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받은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지난해 세무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계열사뿐 아니라 하청업체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를 물품 거래 대신 현금화해 총수일가 계좌로 70억원 규모의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세계 측은 정상적인 비용처리였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역시 김준기 회장이 계열사들로부터 비자금을 조성, 수백억원이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딸 김주원 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여기에 김준기 회장의 동서인 윤대근 동부CNI 회장이 10억원 안팎의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역시 미국법인을 통해 약 1000만달러(약110억원)을 미국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해외에서 고철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당진제철소 건립 과정에서 건설비를 과다 계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도 사정권 안에 들었다. 검찰은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의 사업본부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이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고 비자금 조성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미 검찰에 충분히 해명했고 인출 여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이미 과거에 조사가 이뤄졌던 사안이며 이번에도 검찰조사를 통해 충분히 소명해 의혹이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자금 조성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현재 수사 중인 기업별 혐의>

♦포스코건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준양 전 회장 외압 의혹 등

♦신세계그룹= 70억원 행방 등

♦동부그룹= 수백억 비자금 조성, 윤대근 동부CNI 회장 10억원 횡령 등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110억원 횡령 및 해외도박, 비자금 조성 등

♦경남기업= 400억원 횡령 등

 

►왜 기업 골든타임에 검찰 수사가 이뤄졌을까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은 중요한 거래나 기업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곳이 많다.

포스코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부활을 위해 M&A 등 사업군을 조정 중이며, 동부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의 손실을 매우기 위한 아울렛 확장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 수사 대상 기업들 역시 법정관리나 부도위기,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기업들을 흔들기 위해 진행하는 기획수사라는 느낌이 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하며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고 말한 게 불과 1주일 전인데 사우디와 매각 및 합작을 1개월여 앞둔 포스코건설은 어쩌라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포스코건설의 지분 매각과 건설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달 말 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40% 매각을 마무리해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수사로 PIF 측이 지분 인수를 재검토하거나 미룰 가능성도 있다. 수조원에 이르는 사우디와 포스코 간 협력 전체가 물 건너갈 수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IF가 국부펀드인 점을 고려할 때 거래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리업체와 거래했을 경우 이사회 소속 인사들이 배임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현재 해외 임원들을 통해 베트남과 동남아 등에서 현지 하도급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출처= 드라마 '미생' 중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대외신인도 추락 우려

포스코는 지난 4일 PIF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건설과 자동차를 포함한 전산업 분야에 걸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PIF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포스코건설의 지분 약 40%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이다. 또 현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담당할 건설회사를 포스코와 공동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선진국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고 있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경우 사실상 뒷돈이 없이는 사업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번 사건이 알려질 경우 국내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사회적 신드롬을 만들었던 드라마 ‘미생’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있었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관시’가 높다고 관련자들을 징계한 후 중국 관련 사업이 줄줄이 파기되고 직접적인 관계자인 오 차장이 사표를 쓰는 일화가 생각난다.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덕분(?)에 농심과 오뚜기가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리며 최대 40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플라자컴퍼니와 피코마트 등이 농심과 오뚜기가 라면가격을 담합해 미국 수입업자와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하며 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현지법원은 우리나라 공정위원회가 지난 2012년 농심·오뚜기·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 등 4개 업체에게 가격담합에 따른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한 점을 근거로 소송을 받아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비리 사실이 명백하다면 일벌백계하는 것이 옳다”며 “하지만 실체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이전 정권과의 불화나 기업 군기잡기를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칼을 대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잘잘못은 분명 가리고 미래를 위해 비리에 대한 징계는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사정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검찰 수사나 자금난으로 부도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내경제는 물론 대외신인도가 추학해 피해를 입은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을 때도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며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바 있다. 당시 현대차 사태가 터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현대차 주식을 내다 팔아 외국인 지분율이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이 여파로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IMF 금융위기가 발발한 1997년 기아자동차 사태 때도 한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외신인도도 추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바 있다. 당시 기아차가 전격적으로 화의를 신청한 후 신한은행이 홍콩에서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1년 만기로 차입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측에서 차입 시기를 늦췄다.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10억달러 이상 늘리겠다던 SBC워버그사도 실질적 조치를 차일피일 미뤘다.

업계는 기업들의 대내외 신인도와 정상적인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수사가 신속하고 명확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