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모바일 시대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암굴을 통과해 눈부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키워드는 광범위한 생태계와 피아구분의 명확성, 또는 아이러니하게도 구분의 모호함에 있다.

MS의 기본적 전략, “가리지 말고 확장하라”

1990년대 PC의 시대, MS는 윈도우와 그 주변 인프라를 결합시켜 하나의 패키지 솔루션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온라인 패권을 휘어잡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르러 모바일이 시대의 대세로 부각되자 MS는 마치 운명을 다한 공룡처럼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구글과 애플과 같은 신흥강자에 밀려 시장 주도권자의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 CEO 취임 직후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는 MS는 부활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먼저 발전적 측면에서의 생태계 외연적 확장이 훌륭하다. 윈도우 10을 중심으로 플랫폼의 간격을 없애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자연스럽게 모바일, 클라우드 중심의 전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동시에 경쟁자의 디바이스까지 품는 실험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윈도우 10과 함께 공개된 유니버셜 앱이다. MS는 유니버셜 앱을 바탕으로 디바이스 중심이 아닌, 사용자 경험에 방점을 찍어 스마트폰 및 태블릿, 웨어러블 등 이종 디바이스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내가 익숙한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디바이스를 유기적으로 조절하게 만드는 작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광범위한 개념의 생태계 확장이며, 동시에 생태계의 가두리에 사용자를 포지셔닝하는 절묘한 신의 한수다.

더 나아가 MS는 윈도우10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하드웨어 동맹군을 대거 포섭하고 있다. 윈도우 10폰의 제조 파트너로 ‘슈퍼피쉬 악성코드’의 악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레노버를 선택한 부분이 극적이다. 여기에 국내 OEM사까지 윈도우 디바이스 생산에 참여하는 한편 엠피지오, 아이뮤즈와 같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었던 중소 생산업체 등이 윈도우 태블릿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중국 기반의 디바이스 업체도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이미 47개 이상의 업체들과 협력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윈도우 10 중심의 자체 디바이스 확장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디바이스 타입, 스크린 사이즈, 가격 등 세 가지 선택 포인트를 세분화시켜 40여 가지의 윈도우 디바이스가 대거 소개된 부분이 대표적이다.

애플과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주고 받으며 오피스 소프트웨어 전쟁을 펼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MS는 지난해 3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오피스 앱 출시를 시작으로 윈도우뿐 아니라 경쟁 플랫폼에도 양향력을 뻗쳤으며, 아이패드에 집중해 오피스 앱을 완전 무료로 풀어버렸다. 이에 맞서는 애플은 애플 제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도 웹기반 아이워크(iWork)를 사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 출처=MS

포인트는 중국

MS는 17일 중국에서 열린 윈도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윈도우 10폰을 레노버와 함께 제작한다는 발표와 더불어, 음성인식 개인비서인 코타나에 북경어를 삽입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샤오미와의 협력도 공개했다.

코타나에 북경어를 탑재한 부분은 MS의 중국에 대한 ‘구애’로 해석된다. 이제 중국시장은 글로벌 ICT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으며, MS도 자연스럽게 중국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샤오미와의 협업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OS를 윈도우10으로 바꿔주는 실험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샤오미의 스테디셀러인 미4 이용자는 안드로이드OS 대신 윈도우10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으며, 그 경험을 MS에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샤오미 미4에 적용될 SW(롬)는 MS 안드로이드앱 이상의 수준으로 설계됐으며, 안드로이드폰에서 윈도10OS를 설치한 것 같은 고유의 윈도우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듀얼부팅도 허용되지 않는, 말 그대로 하드웨어는 샤오미의 미4, 소프트웨어는 MS의 윈도우10이 되는 셈이다. 이 실험은 중국에서만 실시된다.

업계에서는 MS와 샤오미의 협업을 두고 양사의 본격적 제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양사가 얻을 것이 많다. 먼저 MS. MS는 모바일 OS분야에서 저조한 점유율을 보유한 윈도우의 최신작, 윈도우10을 샤오미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대성공이다.

샤오미는 이견의 여지가 있으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의 강자며 만약 양사의 협업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자리매김한다면, MS의 윈도우10은 당장 글로벌 스마트폰의 강자가 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OS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탑재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MS의 파트너는 중국,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의 강자인 샤오미가 되는 격이다.

덤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이 ‘이제야 당국의 견제를 뚫어내며 성과를 내려는 순간’ MS는 현지 제조사와 협업해 시장을 단숨에 움직일 수 있다.

 

샤오미도 얻는 것이 있다.

샤오미 입장에서도 MS와의 협업은 의미있다. 만약 양사의 협력이 더욱 밀접한 관계로 발전한다면 샤오미의 오래된 약점인 특허문제도 해결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MS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오가며 상당한 숫자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샤오미의 힘이 되어줄 여지가 있다.

양사의 협력이 미펀으로 불리는 샤오미의 팬덤문화에 기반을 둔 부분도 새롭다. 생태계 확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에서의 윈도우 10 생태계 확장에 상당한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MS의 영악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며, 동시에 샤오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의 협업은 자연스럽게 순서와 상관없이 서방회사를 전제로 ‘MS와 샤오미 VS 구글 VS 애플’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 스틱. 출처=MS

MS의 전략

‘하지만 MS의 피아구분이 명확하냐’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중국시장에서는 서방회사를 전제로 ‘MS와 샤오미 VS 구글 VS 애플’의 구도가 구축된다고 해도, 그 외 시장에서는 더욱 다양한 경쟁자들의 참전으로 상황자체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분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합종연횡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MS는 윈도우10 중심의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이를 위한 실질적 디바이스 전략까지 구축하는 상황에서 자사의 라인업까지 늘리는 총체적 로드맵을 구축했다. 크로스 플랫폼을 중심전략으로 삼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중국시장에도 집중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모바일과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이 힘을 받으며 강력한 인프라로 굳어진다. 프로젝트 스파르탄을 통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후계자를 정하는 상황에서 MS는 할 수 있는 모든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먼, 다양한 기술의 비전을 잡아내는 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최근 공개된 초소형 PC인 ‘스틱’은 윈도우 10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 전략에 힘을 보태면서 그 자체로 미래PC의 비전을 보여준다. 홀로렌즈는 증강현실을 노리고 있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사물인터넷 시대까지 노리고 있다. MS의 단기적, 중장기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