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사고 통계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보험사는 갑자기 고객에게 발생한 위험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업종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분석하는 데이터 연구 기술이 보험사가 아닌 곳에서도 발달하게 되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테면 한 건강한 보험계약자의 빅데이터는 보험료 할인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1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빅데이터가 보험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예를 들어 차량용 블랙박스를 달면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고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암밴드를 차고 운동하면 생명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을 취하는 통계기반 업체가 보험산업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보험사, 하루 만보를 걸으면 1달러 환불하는 보험상품 출시

 

이 주간지는 보험산업은 통계 기반 업체에 자칫하면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상품을 내놓지는 않지만,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데이터를 보유한 업체들은 보험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외국 사례이지만, 이같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출시된 보험 상품이 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오스카 생명보험은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1달러를 돌려주는 상품을, 샌프란시스코의 메트로마일 자동차 보험은 차를 덜 쓰면 보험료도 적게 내는 주행거리 병산 자동차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

이같은 상품 서비스는 한국 보험업계가 시도 중인 건강체할인과 마일리지보험과 같은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봤을때, 올해 초 삼성생명은 인재채용 TF를 통해 해외자산운용 법률담당자와 초부유층 마케팅 경력자를 비롯, 고객 빅데이터 활용을 맡을 IT전문가그룹(10명)을 확충했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전문 인력 수급에 빠르게 나선 모습이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차량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급제동 회수, 야간 주행 빈도 등을 측정해 안전 운전을 하는 젊은 미혼 남성은 중년의 기혼 여성처럼 똑같이 낮은 보험료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빅데이터를 가공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보험 가입자와 보험 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트는 학계 연구자료를 인용, 혼다 차량 애호가는 비흡연자일 가능성이 크고, 프렌치 프라이를 좋아하면 지성적이며, 페이스북의 '좋아요' 분석을 통해 마약 중독 또는 흡연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호주의 주택보험업체 가이드와이어는 허리케인의 진로를 예측, 보험 가입자에 지붕 방수 작업을 권고함으로써 피해를 줄였다는 사례를 들었다.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많아야 보험사 이득인데, 빅데이터로 예측 가능해 버리면?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보험의 속성상 불확실성에 노출된 사람이 많아야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늘어나는데, 빅데이터 덕분에 만일에 생길 리스크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업계는 새로운 차원의 위험율 요율 관리, 상품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보험연구원도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빅데이터는 보험사 A부터 Z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의 빅데이터 활용 가능성' 보고서에서 독일 금융사 뮌헨리(Munich RE)의 자료를 인용해 빅데이터가 요율 및 상품개발, 판매 및 마케팅, 언더라이팅, 보상에 이르는 보험산업 전 부문에 힘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여기서 뮌헨리는 "광범위한 수준의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커지고 있고. 보험산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상품과 새로운 위험에 대한 요율 산출 기법이 다양화되기 때문에 내부 또는 외부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이미 기후 관련 데이터를 접목해 해당 지역의 기후 변동을 고려한 농작물 보험이 판매 중이며, 운전자 습관 등을 고려한 자동차보험 상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잠재 보험소비자 행동 방식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것으로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 자료와 융합해 잠재 보험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기존 고객에 대한 유지율을 제고할 수 있으며,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개선을 통해 신규 수요 창출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건강 및 질병 데이터 관리 시스템(DMPs: Disease Management Programmes)을 통해 보험소비자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