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로봇 수술.


로봇 수술·토모테라피 시술·타깃 항암제 눈길…
부작용 줄이고 치료효과 극대화 대표주자로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국가 암 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 암 생존율(2008년 기준)은 59.5%로 나타났다. 기준 연도보다 13년 전인 1995년의 생존율 41.2%에 비해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수치적 기록에서 보이듯 이제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생존율이 더 높아졌다. 암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여겨지던 시대에서 생존 확률이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시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암 생존율의 증가는 각종 질병에 대한 조기 검진의 대중화 영향도 있지만, 의료진의 치료 기술 진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발달하고 있는 최첨단의 암 치료 기술은 불치의 고지로만 치부됐던 암을 시나브로 정복하게 하고 있다.

최근 ‘기적의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다빈치 로봇 수술이나 토모테라피 시술법, 암 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타깃 항암제’의 발견이 대표적인 암 치료 기술의 새로운 진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합병증 적은 복강경수술 눈길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외과 수술 영역에서 복강경 등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시도됐고, 많은 연구 결과에서 최소 침습 수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미용 효과뿐만 아니라 합병증과 후유증 측면에 있어서 우월하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위암 치료에서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위암이 진단된 경우 반드시 긴 절개창을 통한 개복 수술만이 해답이었다. 하지만 복강경 기술의 발달과 내시경 검사를 통한 위암의 조기 발견 확률이 늘어나면서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에 비해 출혈이 적고 창상 크기가 작아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는 2차원 화면을 통해 수술이 이뤄지고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기술이 아니면 능수능란한 수술이 어려웠다.

신형 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토모테라피 시술법.


최근 위암 치료의 신기술로 꼽히고 있는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이러한 복강경 수술의 단점을 극복하고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포함하고 있다. 이 수술에 사용되는 다빈치 수술 로봇은 미국에서 개발된 최첨단 의료 장비로서, 3차원 입체 영상과 수술기구의 높은 자유도, 손떨림의 제거, 수술자의 피로도 감소 및 감염 등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수술에서 불가피했던 혈관 손상을 줄일 수 있어 평균 출혈량이 적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개복 수술에 비해 빠를 뿐만 아니라, 수술 후의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막아준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빈치 로봇 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데에는 미용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절개창 대신 작은 로봇 절개창으로 시술하기 때문에 수술 자국이 작게 남는다.

김종원 강남세브란스 외과 교수는 “다빈치 로봇 수술은 최근 최소 침습 수술 시행의 경향에 가장 잘 부합되는 최신의 수술 시스템”이라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복강경 수술이 다빈치 로봇 수술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사선 노출 최소화 길도 열려

토모테라피란 방사선 치료기에 컴퓨터 단층 촬영(CT)과 같은 영상장치기능을 추가시킨 것이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에 비하여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졌다.

CT는 일정한 양의 방사선이 기계에서 나와서 환자의 몸을 투과하면서 환자 내부의 횡단면 사진 등을 얻지만, 토모테라피는 이러한 CT의 기능에 방사선치료기능이 추가돼 CT 영상으로 보이는 종양부위에 방사선을 집중조사하고 종양 이외의 부위에는 방사선 조사량을 최소화 하는 최첨단 기술을 지닌 방사선 암 치료기기다.

토모테라피의 치료 진행과정은 우선 환자에 대한 방사선 치료가 결정되면 토모테라피를 위한 CT촬영을 하게 된다. 그 후 CT결과를 가지고 토모테라피 방사선 치료를 계획한 뒤 토모테라피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토모테라피의 가장 큰 특징은 방사선 치료기에 붙어있는 CT의 기능을 이용해 매번 방사선 치료전에 환자의 자세와 위치, 그리고 종양의 위치와 형태의 변화 등은 없는지 바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선형으로 방사선 치료를 하기 때문에 여러 부위에서 여러 개의 종양이 발견됐을 때, 여러 개의 종양을 한꺼번에 방사선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과정 중 종양의 크기 변화에 대해서도 별도의 검사 없이 토모테라피 치료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토모테라피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치료효과는 물론 방사선 수술의 효과까지도 동시에 낼 수 있다.

토모테라피는 방사선에 민감한 조직 때문에 대량의 방사선 치료가 어려웠던 뇌종양, 두경부암, 전립선암, 폐암, 간암, 췌장암 등에서 기존의 치료법보다 더 높은 치료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토모테라피는 우리나라에는 2005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 처음 도입된 후 점차 설치 병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이세포만 죽이는 ‘타깃 항암제’ 러시

특정 부위의 암 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타깃 항암제’는 폐암과 유방암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 로슈의 타세바 등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 항암제’와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하는 로슈의 아바스틴 등 신개념의 항암제가 잇따라 등장해 치료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들 항암제는 지금까지 다른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했지만 얼마 전부터 초기의 폐암 환자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선진국에서는 나노기술을 폐암 치료에 접목시켜 부작용은 최소로, 효과는 최대로 거두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유방암 역시 허셉틴, 텍세인 등 암 세포의 특정 부위만 공격하는 ‘타깃 항암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또 유방암 세포가 성장할 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점에 착안해 이 작용을 방해하는 항호르몬제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방암에 대한 ‘타깃 치료법’은 동양 여성에게 치료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인은 유방조직이 서양인보다 치밀해 지방이 적고 섬유조직이 많아서, 서양 기준에 맞춰 수술하면 십중팔구 재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치료법이 바로 타깃 치료법인 셈이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